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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산에서 구름산으로 가는 길
마른 장마철이지만 숲속은 촉촉하다
우거진 나뭇잎 아래는 어둡고 침침하다
다습한 곳은 좋아하는 작은 버섯들이 우후죽순처럼 고개를 든다.
버섯은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엔 신들의 음식
중국에선 불로장생의 명약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그런지 먼저 시식하는 녀석이 있다
바로 청설모다. 좋은 것을 알아가지고…
우리같은 범부들은 식용 약용을 구별하지 못하지만
이 녀석들은 맛나게 생긴 이쁜 것만 골라서 먹는다.
도덕산을 지나서 구름산으로 들어 가는 길
등산로 길섶에 요정들의 잔치를 구경한다.

낙엽이 뒤덮인 수풀 속에 하얀 꽃송이
흙갈색의 덤불에 하얀 고깔들이 고개를 내밀고
여기저기서 노래를 부른다.
땅바닥에 붙은 땅꼬마
고깔은 넓은데 다리가 짧다
하얀 우산을 받혀들고 비를 피하는 모습이다.

벌써 산짐승이 시식을 했나 보다
도덕산의 산신령보다 먼저다
요새 것들은 위 아래도 없다.
뒤집어 진 버섯의 잔주름
한들거리는 바닷속의 해파리
아니면 하얀 주름치마인 듯 보인다.

그늘 진 나무숲 속에 빨간 하늘말나리
그 옆에 뒤질세라 샛노란 버섯
두 녀석이 서로 잡아 당긴다.
자기가 먼저 모델이 되겠다고 아우성
하지만 요정들의 잔치는 많다
카메라가 표범무늬꽃에 먼저 간다.

버섯들은 남의 집을 좋아한다
그것도 한물간 나무토막이다
그래도 살기 좋다고 말한다.
썩은 나무토막에 옹기종기
초가집 짓고
서로 소통하며 돕고 산다.

나무등걸에 딱 붙어
여기에 오막살이 살림 차리고
바람이 부나 비가 내리나 걱정이 없다.
나무밑둥 갈라진 틈바구니
볼품 없어도 최고의 보금자리다
일다 산객에 짓밟힐 걱정이 없지 않는가.

집단서식지에서 떨어진 외딴집
겉은 번지르르 때깔 곱지만
늘 무섭고 외롭다.
세상살이 외로워 하지마라
나무가 앞에 있고 바람이 뒤에 있다
그리고 산객이 오고 가며 인사한다.

어이! 멋쟁이 버섯
자네 약용인가
사람들 알면 남어나지 않아~
빨리 수풀 속으로 숨어
고운 빛깔 자랑할 때가 아니야
인간들은 몸에 좋다는 걸 알면 뿌리 뽑거든~

고깔은 고운데
벌써 누가 흠집을 냈나
청설모가 입맛만 다시고 갔나.
삼형제 중에 제일 막내인데
힘 약하다고 얕봤나
모자에 구멍이 뚫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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