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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주의보가 내린 날
하늘에서 날카로운 바늘이 햇빛을 타고 쏟아진다.
앗~ 타가워! 뜨거운게 아니라 바늘로 콕콕 목덜미를 찌른다.
삼청공원에 들어서니 나무 그늘 덕에 시원하다
산책로 벤치에 앉아 김밥을 먹는다. 무슨 냄새를 맡았는지 비둘기들이 주변에
몰려든다. 평화의 상징이 아닌 도심의 난폭자란 오명을 가진 새들.
그래도 반갑다. 먹던 김밥 던져주며 함께 식사를 한다.
요즘의 가마솥엔 보신을 해도 부족할 판에 김밥이다.
찍사들의 시간을 아끼기위한 방편이기도 하지만…
폭염이라 산책로가 한산하다. 그래도 나무그늘이 있어 탱볕을 막아줘 다행이다.
오늘은 비선로로 오르려 했는데 오르다 보니 산책로가 나온다.
어쩌다 내려오는 직장인들 만난다. 모두 이상한 듯 쳐다 본다.
오늘처럼 더운날에 무거운 카메라 메고 오르니 이상할 수 밖에…
한번 약속은 어떤 일이 있어도 지킨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약속을 했는데 후배가 못나온다고 한다.
그렇지만 폭염이든 비가 오든 지켜야 한다.

산책로는 한산하다. 간간히 점심 산책하는 직장인들이 내려오지만
삼청공원은 조용하다. 햇볕도 숨 죽인다.
길가에 옥잠화 화분이 보인다. 잘린 나무밑둥에 뿌리를 내렸다.
파릇파릇한 이 옥잠화는 길거리 화분이다.

돌아가는 곡선의 길
한산하여 좋다. 나무들이 완벽하게 햇볕을 막아준다.
그래서 삼청공원은 시원하다.
돌아가는 삼청공원의 산책로
오르고 내려가는 완만한 길
삶이 이런 길이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 말바위 등산로에 들어선다. 아직까지는 땀이 없다.
울창한 나무들 덕이다. 천천히 오르면서 피사체를 찾지만 맘에 드는 그림이 안보인다.
조금만 더~ 오르자.
여기서부터 말바위 전망대까지 겨우 600m이다.
내 걸음으로 한발짝 거리다. 오늘 새벽 다섯에 일어나 도덕산 정상 한바퀴 돌았는데
까짓것 그 정도야 식은 죽 먹기 아닌가.
올라 보자. 도대체 어디가 정상이야. 찍을 거리도 안보이는데 정상 등정이나 해보자.

등산로가 깔끔하다. 산책하는 사람도 없다.
이 더운 날에 카메라맨은 왜 이리 많은가. 찍사들 참 대단하다.
나를 포함한 찍사들 모두 미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끝없이 펼쳐진 나무계단. 이것도 하나의 그림이다.
최근에 만들었는지 아주 깨끗하다. 구불구불 설치된 나무계단이 운치도 있다.
간간이 멋진 명언도 붙어 있다. 힘들면 쉬어가라고 한다.

땀이 이마에서부터 흐른다. 그리고 등줄기에서 하염없이 물이 쏟아진다.
폭염속에 폭포수가 등줄기를 타고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다.
이제까지 올라 온게 겨우 300m인데 땀이 눈앞을 가린다.
손수건으로 닦고 또 닦아도 소용이 없다. 아우 힘들다 힘들어.
얼마 되지도 않는 길인데 왜 이리 힘드나.
한 계단 오르면 또 다른 계단이 나온다. 꼭 양파껍질 까는 기분이 든다.
물론 세상사가 다 그렇지만 말이다.

드디어 정상인가 보다. 앞에 큰 바위같은 물체가 나뭇가지 사이로 보인다.
야호~ 그럼 그렇지 내가 누군데… 까짓것 물러 서지 않지.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하늘은 파랗다.
파란 캠버스에 하얀 그림이 제맘대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여기도 한뭉치 저기도 한뭉치
제 멋대로 갈겨 댄다. 화가가 따로 없다. 그래 구름 너도 화가이고
산을 오르는 나도 화가이다. 누가 이기나 그림 그려보자.
넌 파란 하늘에 하얀 그림을 그리고 난 이마에 물줄기 그림을 그린다.

드디어 다 왔나. 이게 뭐야. 이게 아니잖나~
여기는 정상의 말바위가 아니고 군초소다
위장막으로 색칠하여 나뭇가지 사이로 보일 땐 바위처럼 보인다.
산 능선을 타고 성곽이 이어진다.
여기서부터 푸른집까지 계속된다. 조금 더 가면 민간인 출입 금지겠지만 말이다.
시간은 오후 1시가 넘었다. 조금 더 가면 말바위가 나오는데
시간이 발목을 붙잡는다.

여기서 돌아서기가 아쉽다.
파란하늘에 흰구름이 그림이다. 파랗게 멍들고 싶은 하늘에 폭 빠진다.
그냥 돌아서면 안돼. 한 컷 담는다.
하늘에 잡티가 하나도 없다. 붉은 혀를 내밀고 이글거리는 성난 태양.
그리고 숨박꼭질하는 하얀 뭉개구름과 찍사
단 세명이 모였다. 도는 터득 못했지만 나 간다~ 간단한 작별인사하고 하산한다.
한참 내려 오다 능선을 쳐다 보니 말바위 전망대가 보인다.
말그대로 눈앞에 있다.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발길을 돌린게 후회된다.
물론 숙제를 남겨 두어야 또 오지 않겠는가.
스스로 위로를 한다.

내려가는 길을 서둘러야 한다. 동행한 찍사는 이제야 올라오고 있다.
자! 시간이 없으니 내려갑시다. 회사 들어가야 할 시간이네요.
찍사의 욕심은 끝이 없다. 서두른다면서 두리면 거리며 그림거리를 찾는다.
말바위 능선을 넘어 가면 청와대 뒷산이다.
그 뒷산이 나무사이로 보인다. 바늘만 쏟아지지 않으면 참 멋진 날인데
왜 이리 더운지 원 참을 수가 없구만.
시간이 없는데도 벚찌를 꼭 담아야 된다고 한다.
그럴려면 한참을 돌아야 한다. 좋아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 주는데
그것 못 들어주겠어. 그림이 안되면 연출이라도 해야지.
연출하면 안되지만 그림을 만들어야 되니 어쩔수 없다.
요새 모 신문에 연출사진으로 시끄러운데 말이다.

드디어 삼청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뜨거운 땅기운이 확 밀려 든다. 바늘처럼 찌르는 햇볕에 머리가 띵하다.
이 뜨거운 날을 아는지 모르는지
물속에 피라미가 한가롭게 유영을 한다.
삼청공원 입구에 나무계단
그 사잇길로 내려 온다
이미 싸우나 탕에 몇 번 들어 갔다 나왔다.
탱볕이 내리 쬐는 날
옷은 비를 맞은 듯 젖어 끈적 거린다.
그래도 기분은 날라 갈 듯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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