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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끝자락에 모처럼 관악산을 간다.
코스는 이번에도 팔봉능선이다. 서울대 입구에서 제 1야영장에 들어서니
몰려가던 산객들이 한산하다.
잡목으로 우거진 관악산 입구는 수난지대다
특히 도토리와 갈참나무가 몹시 괴로운 계절인 듯 싶다.
우두둑 빗방울 처럼 떨어지는 도토리가 숲속의 고요를 깨운다.
바스락 거리는 곳마다 사람들이 고개 숙이고 열심히 돌아다닌다.
도토리 사냥꾼들이다. 줍기만 하면 참 다행이다.
나무를 흔들고 돌로 내리치기도 한다.

모자로를 지나서 제2야영장으로 간다. 여기서부턴 무너미고개까지 한산하다.
이곳도 도토리 줍는 사람들이 많다. 산행이 아니고 도토리 줍기 나선 것이다.
한적한 오솔길을 마눌님이 앞선다. 사진거리를 찾다보니 자꾸 뒤쳐진다.
팔봉은 이번이 4번째로 코스는 익숙하다.
첫 암봉을 넘는다. 배낭까지 메고 힘들어하지도 않는다.
팔봉은 산객이 적어서 참 좋다. 쉬엄쉬엄 즐기면서 갈 수 있어 편하다.
드문드문 산객들을 만나지만 산행에 방해되지 않는다.
적당한 암봉과 바위길도 지루함을 덜어준다.

적당히 오르면서 풍광이 좋다. 뒤돌아 보면 삼성산 자락이 포근하다.
앞에는 여덟 개의 암봉이다. 왼쪽은 학바위 능선이고 우측은 안양에서 오르는 육봉이다.
구불어진 산능선이 참 곱다. 초록 치맛자락의 굴곡선이 아름답다.
정상은 가까워지고 삼성산은 멀어진다.
몇 봉우리를 넘었는지 모르지만 이제 숨차다. 잠시 쉬어간다.
지금까지 팔봉의 암봉은 우회했다. 하지만 이번엔 정면돌파다.
바위를 붙잡고 오르고 기면서 바로 넘어 갔다. 바위능선을 넘는 맛도 좋다.
조금 위험하지만 말이다.

눈앞에 떡 버티고 있는 암봉이다. 거침없이 돌파할까 말까 저울질하다.
이것은 넘 험하다. 그래서 우회로를 선택한다.
나보다 마눌님이 앞서 잘도 간다. 지난번엔 힘들다고 불평하더니 바위길도 가볍게 넘어간다. 가다가 치치면 쉬어가면 되고 바위길이 힘들면 돌아가면 되고…
적당한 암봉과 기암이 눈을 즐겁게 한다. 겹겹의 산줄기가 초록물결이다.
굽이굽이 산줄기가 바닷가의 파도처럼 보인다.
이제 중간쯤 온 듯 싶다.

바위능선이다. 너럭바위처럼 널찍하다.
물론 아래는 절벽이지만 바위에서 휴식하기 좋다.
바위의 소나무가 그늘까지 만들어 준다.
솔향을 느끼면서 산객들이 잠시 쉬어간다. 이 척박한 바위 소나무 잎이 짙은 초록이다.
그래서 그런지 솔향이 강하다. 힘든 곳에서 사는 나무들은 강하다.
꽃도 아름답고 향이 강하다. 환경이 열악하여 잠깐 좋은 시절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여야 한다.
꽃이 아름답고 향이 강해야 벌과 나비를 유혹할 수 있다.
이것이 이들의 생존법칙이다.

오봉능선에 무슨 산악사고가 발생했나 보다. 헬기가 수차례 맴돈다.
과천에서 오르는 오봉은 험하다. 팔봉은 아기자기한 코스이지만 오봉은 위험이
뒤따르는 코스인 듯 싶다.
수차례 뱅뱅돌던 헬기도 떠나고 산은 조용하다.
정상이 보인다. 한발만 크게 내 딛으면 된다.
팔봉능선을 쉽게 넘었다. 지난번에 왔을 때와 비교해서 말이다.

연주대를 바라보며 학바위 능선으로 하산한다.
마눌님이 앞장서며 길을 재촉한다. 성큼성큼 앞서 간다.
전혀 지친 모습이 아니다. 산행에 많이 단련된 듯 싶다.
지난번에 이 코스로 여섯시간 산행이였는데 이번엔 네시간이 좀 넘었다.
무지하게 시간이 단축된 것이다. 서울대 공학관에 도착하니 캠퍼스에
가을색이 완연하다. 선선한 바람이 나무 잎을 빨갛게 물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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