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향집 앞의 들녘이다.
벼는 노랗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가을이 문턱을 넘어서고 있다는 이야기다.
추석이 바로 앞으로 다가 앞으니 벼도 익고 밤도 익어간다.
벼이삭을 스치는 바람이 먼저 알고 그다음에 곤충이 안다.
계절의 변화를 가장 늦게 아는게 인간 아닌가
들녘은 가을색이 완연하는데 말이다.

집 뒤뜰의 나무 백일홍이 붉다.
바위틈에 생명의 끈을 유지하고도 때가 되면 활짝 핀다.
사람들이 관심을 갖든 무시하든 상관 안한다.
불평 한마디 없이 시간이 되면 웃는다.
그것도 백일동안 처음처럼 늘 똑 같은 모습이다.
자연의 세상은 늘 이렇다.
단지 인간이 모를 뿐이다.
.

고향집 뒤뜰에 더덕꽃이 한창이다.
8월 끝자락에 핀 더덕이다.
이 더덕은 할머니가 생전에 심어 놓은 것이다.
그 분이 이미 세상을 등 젔지만 더덕은 아직도 할머니를 생각하고 있나 보다.
늘 이맘 때면 꽃을 피고 진다.
할머니가 뒷산에 뿌린 인삼씨앗은 어떻게 되었지 알 수가 없다.
산모퉁이에 뿌린 인삼이 벌써 30년이 지났는데
인삼은 안보이고 더덕만 무성하다.

하얀 배롱나무다.
동네 어귀에 핀 나무 백일홍
빨간색 무리에서 하얀꽃이 눈부시다.
햇볕은 한여름인데 하늘은 가을색이다.
따가운 햇빛에 배롱나무 꽃은 더 붉어지고 흰꽃은 더 환하다.

가을 수확이 한창이다.
고추밭엔 빨간 고추가 주렁주렁 매달리고
참깨는 익어서 스스로 터진다.
참깨 자루에 풍뎅이가 한가롭다.
참깨는 햇볕에 입 벌리기를 기다리는데
풍뎅이는 가을문턱에서 망중한을 즐긴다.

파란하늘에 거미줄이 어지럽다.
그곳에 헬리콥터가 걸렸다.
늘 보이지 않는 곳을 조심해야 하거늘
그걸 모르고 달리다 거미줄에 걸린 날파리와 땅개비
세상의 그물을 조심해야 한다.

가을이 익어간다.
봄에 핀 꽃은 이제 가을의 전설을 쓰고 있다.
꽃은 지고 가을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가시가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곳에 초록열매가 가을노래 부른다.
찬바람이 불면 자기도 꽃처럼 전설을 남기고 떠난다고…

동작그만~
접근하지 말라. 뽀쪽한 가시가 경고한다.
이 나무는 약용이다.
고향집 앞 뜰에 심어진 나무다.
그 옆 엄나무와 꽃무릇이 함께한다.
꽃무릇의 전성기가 다가 오는데…

박제된 학이다.
날개가 있지만 날지 못하는 새이다
고향의 번영회가 만들어 놓은 학의 날개다.
날개가 있지만 영원히 날지 못하는 학
헐헐 날아야 할 너의 모습이 처량하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