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바다가 조아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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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악산 시루봉의 비경 [산행]

눈부신 햇살이 따갑다. 계절은 여름으로 달려가고 있슴이 보인다.

이제 산천은 온통 초록빛으로 물들어 싱싱한 모습을 자랑한다.

유월 둘째주 토요일. 자외선 지수가 엄청 높은 날이다.


사시리계곡으로 들어간다. 인적이 뜸한 곳이라 희미한 산길이

사라져 버린다. 우거진 잡풀과 가시넝쿨들이 길을 막고 있다.

초록 숲엔 산딸기가 널려있다. 탐스런 씨알이 아주 굵다. 시큼한 단맛이

군침을 돋군다. 갈길 바쁜 산객의 발길을 잡는다.

거기다가 검게 익은 오디는 덤이다. 산행을 포기하고 산딸기 탐방을 하고싶다.

산딸기도 끝나고 길없는 길을 가야한다. 생각하지도 않은 알바다.

계곡따라 오르는 길이지만 길은 안보인다.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서

길이 사라져 버리고 어른키만한 조릿대만 무성하다.

그 사이를 지나는 산객들의 얼굴에 때리며 상채기를 남긴다.


희미한 길을 따라 오지탐험이다. 원시림같은 숲속엔 햇볕도 안비친다.

인간들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은 어두침침한 숲속엔 초록들의 잔치다.

햇볕이 들지 않아서 그런지 봄꽃들도 꽃망울만 보인다.

시간이 늦게 가는 것이다. 인간들도 여기서 살면 젊어질까?


빼꼭한 숲속을 가로질러 오르는 능선이 나온다. 정상 등산로다.

하지만 사람들의 발자국은 희미하다. 몇 개의 봉우리를  넘는다.

시루봉으로 가는 길에 첫 번째 벼랑을 만난다. 기어 올라야 한다.

암봉의 까마득한 벼랑에는 소나무들이 몸을 뒤틀고 서 있다.

구불텅한 적송사이로 저 건너 낙타등 같은 대미산이 보인다.


순하던 능선이 가파르게 오른다. 바위를 오르게 된다. 사이트에서 소개한

겨울철 조심구간인가 보다. 우회길도 만만치 않다. 방심하면 그대로 추락이다.

비탈길 암벽에 붉은 소나무는 무수한 거친 세월을 견딘 듯 온몸을 뒤틀고 있다.

엿가락처럼 휘어진 몸 자체가 예술품이다.


봉우리를 넘으니 또 하나의 암봉이 나타난다. 가파른 오르막이지만

북한산이나 관악산처럼 험한 암벽은 아니다. 우뚝 솟아오른 바위덩어리

영봉에 흰구름이 걸려있다. 유월 따가운 햇볕도 천연림의 시루봉에서

숨죽이고 조용하다.


드디어 목적지 시루봉이다. 그런데 정상석도 없다. 어느 산악회서

소나무에 시루봉이라는 푯말을 붙여진게 전부이다.

이 표시가 없으면 정상인지 모르고 그냥 지나치기 쉽다.

명색이 월악산의 새끼 봉우리인데 대접이 너무 소홀하다.


이제 하산한다. 시간이 너무도 많이 남는다. 쉬엄쉬엄 올라왔는데

오후 1시도 안됐다. 너무 짧아 산을 좋아하는 산꾼들은 배가 고프다.

앞에 메밀봉이 보인다. 그래서 메밀봉을 지나서 억수계곡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하지만 내려가는 길이 계속 엇나간다.

바로 내려갈 수가 없다. 가파른 길이라 가로질러 내려갈 수 없다.


능선과 능선이 만나 협곡 속으로 천천히 빨려 들어간다. 바로 내려가면 수문동폭포가 있는 곳이다. 수량은 적지만 수정처럼 맑은 물이 바위를 타고 돌며 흘러간다.

계곡 물이 잠시 멈춰 이룬 맑은 소에는 신록의 그늘이 고요히 드리워져 온통 초록빛으로 물들었다.


눈앞에 보이던 메밀봉은 너무 먼 당신이 되고 말았다. 계곡에서 다시 올라야 한다.

족히 1시간이상을 잡아야 한다. 몇 사람은 오르고 싶은데 대부분의 산객들이

하산하겠다고 한다. 메밀봉을 포기하고 계곡으로 하산한다.


시루봉은 아예 등산객들의 발걸음이 드물어 계곡은 무섭도록 적막하다.

산행도중에 대구의 산악회 한 팀 만났을 뿐이다.

산객들의 출입이 없다 보니 자연 그대로의 계곡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물소리가 참 맑고 좋다.


수문동폭포를 지나면 끝까지 계곡을 따라 간다. 돌틈을 지나고 바위를 휘감아 도는

물소리가 청아하다. 우르렁 거리지도 시끄럽지도 않다. 흘러가는 물이 아주 차분하다. 폭포는 물이 적지만 계류에는 물이 많다. 숨었던 물들이 나온 것이다.

월악산에서 뻗어 내려 시루봉을 빚어놓고 산릉은 다시 가닥으로 갈라져 내리면서 나머지 능선 끝머리를 모두 용하구곡에 적신다.

수곡용담의 매끈한 마당바위를 지난다. 수세기를 거치면서 다듬어진

하얀 바위에 탄성이 절로 난다.


수정같은 물에 비친 나무와 나의 그림자를 보면서 계곡을 지그재그로 건넌다. 계곡따라 내려가는 길은 길다. 하지만 지루하지 않다.

억세지 않은 물소리가 너무도 좋다. 억수계곡은 억수로 물이 많다고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제 억수는 약수계곡으로 고쳐 불러야할 것 같다.


오늘은 널널한 산행이였다. 한껏 여유를 부릴만큼 시간이 남았다.

월악산의 영봉을 바라보면서 시루봉을 지났다. 백두대간 대미산을 눈앞에

두고 산천구경 제대로 한 셈이다.

모처럼 올챙이가 헤험치는 속도로 맘대로 즐기고 느끼면서 산행했다.

일자:2009년 6월 13일 월악산 충북 제천시 시루봉(770m)

코스:사시리계곡-시루봉-수문동폭포-병풍폭포-수곡용담-철다리-억수휴게소

     (오전 10시 30분 산행시작 하산 오후 4시)


 

 

월악산, 시루봉, 억수계곡
posted at 2009/06/17 08:08:00 트랙백(0) | 댓글(0) |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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