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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 2008년 7월 19일(토요일) 강원도 설악산 흘림골(1,004m)
코스: 흘림골지킴터-여심폭포-등선대-12폭포-용소폭포-성국사-오색약수
(오전 11시30분 산행시작 오후 3시 하산)

남설악의 흘림골 탐방로는 환상의 길이다.
한계령 휴게소에 당도하니 산은 안개속으로 숨었다.
사방이 하나도 보이지 않고 빗줄기만 굵어진다.
일기예보는 밤늦게 비가 내린다고 했는데 서울서 출발할 때부터 쏟아지기 시작한다.
산행 날은 잡았으니 포기할 수도 없고 그냥 강행한다.
설악에 가면 비가 내리지 않겠지의 일말 기대를 하면서 출발이다.
한계령 휴게소에서 내려와 흘림골로 들어 간다.
이 곳은 숲이 깊고 길고 늘 날씨가 흐린 듯하여 흘림골이라 했다고 하는데
역시 흐린 날에 봉우리는 안개속에 흐릿하다.

흘림골로 접어 들었지만 비가 내려 시야가 확보 되지 않는다.
우측으로 지난 수마의 자국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았다.
그곳에서 우측으로 고개를 돌리면 웅장한 바위가 장관이다.
남설악의 아름다운 풍광이 시작한 것이다.
기묘한 암봉들이 우뚝우뚝 솟아 무슨 경연하듯 열지여 있다.
그중에도 칠형제봉과 만물상이 단연 으뜸이다.
벌써 빗물과 땀방울이 눈앞을 가리지만 계단길 오른다.
기암들은 운무에 얼굴이 보였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한참 오르니 폭포수가 떨어진다. 폭포는 길지만 물은 시원치 않다.
여기가 흘림골의 여심폭포다. 바짝 접근하여 렌즈에 담고 싶지만
비 때문에 멀리서 한 장 담는 것으로 만족한다.
대신에 저 발아래 보이는 칠형제봉을 여러장 담는다.
이제 본격적으로 오르막이다. 지금까지는 계단길에다 옆에 암봉들을 보면서
올라 지루함을 못느겼다. 하지만 가파른 고개길이라 숨이 차다.
비줄기는 더 굵어진다. 비에 젖어 발걸움이 한층 무겁다.
드디어 등선대에 오르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신선이 오른다고 하여 등선대란 이름이 붙은 봉우리는 기암괴석이다.
그런데 안갯속에 가려져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안개가 바람에 지나가면서 살짝 보여주는 봉우리가 장관이다.
신선이 오른다는 곳이 운무에 갇혀 있으니 진짜 신선이 된 듯하다.
이제 하산이다. 등선대 암벽 주변엔 하얀꽃과 노란 돌양지꽃 그리고
꽃망울이 맺힌 이름모른 노란꽃이 널려 있다.
비가 내려 한컷만 담고 꿩의다리도 포기했다.
끝없는 계단길 내리막은 편하다. 비가 내려 길이 미끄럽지만
계단이라 넘어질 염려가 없다. 그 사이로 기묘한 암봉들이 산객들을 단번에 압도한다.
양옆을 보아도 앞을 보아도 봉우리의 다른 모습에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빗소리가 커질수록 물소리도 커진다.
십이폭포는 우렁찬 소리를 내며 시원하게 흘러내린다.
곳곳에 진청색의 소를 만들어 잠시 쉬었다 다시 흐른다.

물길을 이쪽 저쪽으로 건너는 다리에 서서 깊은 골짜기에서 바라보면
초록의 수목이 흘러내리는 물속에 들어 있다.
산객들은 비에 젖어 영락없는 물에 빠진 생쥐다.
십이폭포의 물줄기는 주전골을 지나서 오색까지 간다.
오색에 가지전에 몸집을 키운 물줄기는
용소폭포에서 폭포의 진수를 다시 보여준다.

계곡따라 다리를 건널 때마다 보이는 암봉은 장관이다.
거기다가 운무가 9부능선에 걸치고 있어 신비함은 배가 된다.
산객은 온몸이 비와 땀에 젖었지만 폭포는 힘찼고 설악산은 맑았다.
등선대에서 용소폭포까지 청록색 물길을 따라 내려가는 길.
비에 젖은 몸이지만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굽이굽이 내려가는
계곡의 비경에 왜 선녀는 없는가~
성국사의 독경소리가 산객을 평온하게 맞이한다.
몸은 가볍고 귀는 맑아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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