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한경닷컴 > 부동산Plus
원문 :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09022295598&ltype=1&nid=210&sid=0103&page=3

경기불황으로 서울지역 대학가의 주거문화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22일 대학가 부동산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이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하숙집이나 원룸을 떠나 저렴한 고시원 등으로 거처를 옮기는 현상이 개학을 앞두고 나타나고 있다.

또 `염치 불구'하고 친척집이나 친구 집에 얹혀살려는 `기생족(寄生族)'이 늘어나는 등 경기침체의 그늘이 대학가에도 길게 드리워지고 있다.

흑석동 중앙대 주변에서 하숙집을 운영하는 윤모(47.여) 씨는 "보통 새 학기를 앞둔 1월 말∼2월 초가 되면 빈방을 찾는 문의전화가 많이 왔는데 이달에는 그런 전화가 뚝 끊겼다"며 "현재 방 8개 중 3개가 비었다"고 말했다.

신림동에서 하숙을 치는 김모(46.여) 씨도 "보통 신학기 철이 되면 3월 말까지 빈방을 알아보는 문의가 들어왔는데 요즘은 그런 전화가 뜸하다"고 전했다.

새 학기가 다가왔음에도 하숙집을 찾는 학생들의 발길이 뜸해진 것은 수년 전부터 대학가 인근에 많이 생긴 고시원 탓이라고 부동산중개업자들은 분석했다.

봉천동에서 H 부동산을 운영하는 박모(40) 씨는 "최근 신림동뿐만 아니라 대학가 근처에 체인점 형태의 고시원이 많이 생겼다"며 "이곳에서는 공동 주방에서 간단한 식사도 해결할 수 있어 찾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고시원이 인기를 끄는 결정적인 이유는 월평균 40만~50만원 하는 하숙비의 절반 부담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상도동의 한 고시텔 관계자는 "요즘은 고시생뿐만 아니라 인근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나 미혼 직장인들도 많이 들어와 있고 여학생 입주도 늘었다"고 말했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방학을 아예 고향으로 내려가 보낸 학생들도 많아졌다.

연세대 근처에서 월 40만원 짜리 하숙을 치는 이모(54) 씨는 "방이 9개인데 올겨울 학생들이 모두 고향에 내려가는 통에 7개가 비었다가 지금은 신입생 덕분에 겨우 8개까지 채웠다"고 말했다.

결식 하숙생도 생겨나고 있다.

이씨는 "밥을 먹지 않겠다고 하는 학생들도 있다"며 "그러면 하숙비를 10만원 깎아주고 있다"고 전했다.

불황의 여파로 친.인척이나 친구 집에 들어가 사는 지방 출신 학생들이 늘고, 불편을 감수하고 먼 거리를 통학하려는 학생들도 많아졌다.

한양대를 다니는 김모(24) 씨는 "학교 근처에서 하숙하다가 최근 신림동에 있는 삼촌 댁으로 들어갔다"며 "부모님이 부산에서 가게를 하시는데 장사가 너무 안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에 입학하는 지모(19) 군은 "집이 경기도라 통학하는데 2시간 이상 걸리지만 통학할 생각"이라며 "사실 학교 근처에서 지내고 싶지만 부모님께 부담될 것 같아 말씀을 못 드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bana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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