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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러운 마음에 학교에서 집까지 식식대며 걸어왔는데 동생이랑 맥주한잔 마시며 수다떨고 나니 이제 다 풀려버렸어요."(아내)
"얼굴이 많이 부어 올랐네.내일이면 시퍼런 멍도 들 것같고. 하지만 어쩌겠어. 액땜한 셈치고 잊어버려야지."(나)
지난 주 중반 직장에서 퇴근한 뒤 아내와 나눈 대화의 일부입니다.
뭔 일이냐고요?
아내가 '구타'를 당한 얘기입니다.직장에서 업무 중 아주 세게 얼굴을 한 대 얻어맞은 것이지요.멍까지 걱정할 정도였으니까요.
아내는 초등학교에서 지체 및 정신 장애아동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장애아동 보조 선생님이지요.
지난해까지 이른바 '비정규직'이었는데 올초부터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에 따라 정규직이라는 타이틀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급여도 조금 올랐다고 하던데 여전히 최저 임금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듯 합니다.4년전 쯤 '남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삶을 찾아본다며 시작한 일이고요.
"한두해 하다 힘들면 그만두겠지"라는 저의 예상을 깨고 지속해 왔고 앞으로도 힘이 닿는 데까지 계속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사실 장애아동의 경우 교육적 효과가 정상 아동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데다 지속성도 낮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들에 대한 교육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몇 배 더 힘들다는 것입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그동안 그 일을 즐겁게 하는 것같았습니다.
누군가가 작은 성과를 내는 것을 볼 때마다 제게 자랑을 늘어놓았기 때문이지요. 가령 "누구가 한시간 동안 음악시간을 동참해 기분 좋았다"거나 "누구는 또 체육시간에 끝까지 달렸다"는 것 등입니다.
이런 그에게 지난 주에 지적장애와 뇌성마비를 동시에 가진 열다섯살 먹은 5학년 중복장애아동이 사고를 친 것입니다.
장애아동의 경우 감정 컨트롤 능력이 부족해 히스테릭한 증세가 발동되면 그칠 줄을 모르는 게 특징이라고 합니다.
그날 이 중복장애아동이 같은 반 친구들과 다툼을 벌이면서 히스테리가 발동해 친구들에게 욕하고 주의를 끌기 위해 땅바닥에 드러누워 자신을 학대하는 행동 등을 취한 모양입니다.
아내가 아이를 달래고 아이는 뻗대고 하는 과정에서 이 장애아동이 휘두른(장애아동들이 팔힘이나 이런 건 또 무지 세다고 합니다) 팔에 얼굴을 정통으로 강타당한 듯했습니다.
이 장면은 이 아동이 속한 반의 담임선생님과 정상 아이들이 전부 보고 있었고요.
이 녀석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많이 혼났겠지요.
아내는 이날 학교가 파한 뒤 집으로 걸어오면서 제게 전화를 걸어와 서럽다는 표현을 하며 하소연을 하더군요.맞은 곳이 아프기도 하지만 무척이나 마음이 아팠나 봅니다.
4년 가까운 기간 동안 때로 엎고, 때로 부축하고, 때로 무릎에 앉혀 돌봐온 아이에게 맞기까지 하는 상황에 대해 적잖이 당황한 것 같습니다.
저는 속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는 했지만 "어쩌겠냐.정상 아동이 아닌데. 그리고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 듯 하고"라고 위로하고 끝냈습니다.
아내는 겉으로 드러내놓지는 않았지만 지난 주말내내 '이걸 끝내 말어'라는 것을 두고 고민하는 듯 했습니다.
적은 액수지만 받는 게 있기에 봉사한다는 표현에도 어울리는 않는 이 일에 대해 처음으로 회의감을 가진 듯 했습니다.
그래도 아내는 오늘 아침에 밝은 표정으로 출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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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이 있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