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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400km는 먼 거리가 아니다."
이 얘기는 1997년 러시아 출장길에 현지의 한국인 가이드로 부터 전해들은 러시아의 속담입니다. 동서의 길이가 9,000km, 남북의 최대길이가 4,000km에 이를 만큼 큰 땅덩어리를 가진 나라이다 보니 이런 속담이 있을 법하다는 생각을 했었지요.
그런데 들은 지 벌써 10년 이상 지난 이 러시아 속담이 우연찮게 내 머리 속에서 다시 떠오르는 계기가 된 사건이 최근 벌어졌습니다.
지난 4월 19일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지구로 돌아온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씨의 위험천만한 귀환 과정이었는데요.
이씨가 타고 온 소유스 TMA-11 귀환 모듈이 예상된 착륙지점 보다 서쪽으로 무려 420km나 떨어진 초원지대에 착륙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예정 시각보다 2분 이른 19일 낮 5시 28분(이하 한국 시간)에 도착했다고 하지요. 이 걸보고 러시아가 자신의 속담을 세계에 증명하려고 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도 화염에 휩싸이는 것 아닌가"하는 이소연씨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당시 우주인들이 받은 육체적, 정신적 충격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잖습니까.
이러고도 러시아 측에서는 "착륙에 이상이 있었다"는 간단한 멘트뿐이었다고 하고 어떤 러시아 관계자는 한술 더떠 "러시아 해군에서는 여자들이 승선하면 재수없다는 속담이 있다"는 성차별적인 언급까지 해 빈축을 샀다고 하더군요.
당시 착륙 상황은 '지구상에서 가장 앞선 기술로 평가되는 우주기술에서 어떻게 이런 오차가 발생할까'하는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던데요.그래서 러시아 우주 기술 과연 믿을만 한가라는 의구심도 꼬리를 물고 이어지게 했고요.
이는 러시아 우주선의 귀환 모듈이 문제를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외신들의 전언인 까닭에서 였지요.
지난해 10월 말레이시아의 첫 우주인과 러시아 우주인 2명을 태운 귀환모듈은 기술결함으로 예측 지점보다 380㎞ 떨어진 지점에 착륙했다고 합니다. 또 2003년 5월에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해 귀환모듈이 예상 착륙지점에서 500km나 벗어나 수 시간 동안 실종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하더군요.
러시아 우주기술에 대한 '신뢰'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이소연씨의 국제우주정거장 여행으로 한국과 러시아의 우주기술 관계가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입니다.
현재 한국은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라는 섬에 우주선 발사 기지를 건설중입니다. 거의 마무리 단계지요.
이곳에서 국내에서 제작한 발사체(로켓)를 이용해 위성을 우주로 쏘아올릴 계획입니다.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초대형 국가 프로젝트입니다.
하지만 위성 발사체에 사용되는 기술은 100% 러시아로부터 이전받은 것입니다.
한국은 이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아주 오랜 시간과 많은 돈을 투입했고 이 기술이전 협상과정에서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이런 국가적 대사를 앞두고 러시아 우주선 귀환 모듈에서 비정상적인 상황이 생겼다니 염려스러운 거지요.물론 발사체와 귀환체의 경우 완전히 다른 기술이긴 합니다만.
마이크로 미터급의 슈퍼 정밀제어가 요구되는 우주기술에서 오차가 400Km이상 났다면 그건 사실 '얼렁뚱당'이라는 말과 같은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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