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는 '기자블로그'가 아닙니다.과거 이런 인생을 살았던 자가 자신 삶의 '편린'을 모아놓은 공간입니다.
Today : 273 | Total : 1,650,696
skin by freelog.net
닭머리냐고?그럼 줄탁동기는? [라이프 인사이드]
 

한자는 커녕 한글로 읽기도 쉽지 않은 啐啄同機(줄탁동기) 또는 啐啄同時(줄탁동시)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병아리가 알의 껍질을 깨고 나오려면 안에서 쫄 때(啐) 바깥에서 어미 닭이 함께(同時, 同機) 쪼아줘야(啄) 순조롭다는 뜻인데요.

<줄탁동기 그림,출처=한경DB> 

타이밍을 절묘하게 맞추다, 난관 극복을 위해 서로 힘을 모으다, 상생의 지혜를 발휘하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 등으로 해석이 가능하고요.

국내 최대 민간 싱크탱크인 삼성경제연구소(SERI)가 국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수백명을 대상으로 미국 월스트리트발 경제위기 상황을 극복하는데 들어 맞는 한자성어를 조사한 결과, 이 말을 가장 많이 꼽았다고 합니다.

여기서 지칭된 미국발 위기는 158살 먹은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9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메릴린치사가 BOA사로의 피인수합병 등 2008년 9월 15일에 발생한 초대형 사건에서 비롯되고 있고요.

세계적 명성의 초대형 금융사들을 순식간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한 이날의 사태는 글로벌 경제를 바람 앞의 촛불같은 전도 불투명한 상황으로 내몰고 있지 않습니까. 한국도 16일 주가가 크게 떨어지고 환율이 급등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줬으니까요.

이런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서 '줄탁동기' 해야 한다는 게 국내 CEO들의 의지인 셈입니다.

근데 줄탁동기라는 말을 가만 생각해 보면 아이러니 합니다.

난관 극복을 위한 방법으로 '닭들의 지혜'를 빌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머리가 좋지 않다는 걸 말할 때 "닭대가리냐?"라고 하잖습니까?

병아리와 어미닭이 서로 알을 깨는 줄탁을 실제로 실행한다면 닭은 결코 머리가 나쁜 동물이 될 수 없을 겁니다.지금까지 무시해온 닭들에게 사과를 해야 할 대목이지요.

줄탁동기는 중국 宋나라 시대 불서 벽암록(碧巖錄)에서 출처를 두고 있다고 합니다. 스님들이 수행할 때 스승이 봐서 공부 수준이 어느 정도 올라갔다고 생각하면 화두를 던지고, 제자는 그걸 풀면서 깨우치게 되는 데서 비롯됐다는 거지요.

국내에서는 한자에 능한 김종필 전 총리가 1997년 신년휘호로 이 말을 쓰면서 일반에게 널리 알려졌지요.그 때 김 전 총리는 이 말을 '세상 일은 때가 있다'는 말로 보충적인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참고로 김 전총리의 신년휘로는 1996년에 부대심청한(不對心淸閑:대꾸하지 않으니 마음이 한가롭다), 1997년 줄탁동기, 1998년 사유무애(思惟無涯:생각하는데 막힘이 없다), 1999년 일상사무사(日常思無邪:매일 나쁜 생각을 버려야 한다), 2000년 양양천양 유유고금(洋洋天壤 悠悠古今:우주는 한없이 넓고 역사는 아득히 멀다), 2001년 조반역리(造反逆理:뒤바꾸는 것은 세상이치를 거역하는 것), 2002년 이화위존(以和爲尊:화합하는 것이 가장 존귀하다)으로 정했었습니다.

줄탁동기는 해태제과와 크라운제과를 이끌고 있는 윤영달 회장이 경영론으로 삼고 있다고 합니다.

윤 회장은 "경영학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고 할 때 보통 톱다운은 일본식이고 보텀업은 미국식을 말하지요. 두 가지 이론을 뛰어넘으려면 한국에선 위아래가 동시에 만나는 이른바 '줄탁동기' 방식이 돼야 합니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고 하네요.

리먼 브라더스, 김종필, 윤영달, 줄탁동기
posted at 2008/09/17 08:29:00 댓글(1) l 트랙백(0) l 스크랩
트랙백 주소 : http://blog.hankyung.com/tb.php?blogid=jsyoon&id=182239
제이와 에스 | 2008/09/17 08:32 | DEL | REPLY

한희주 | 2008/09/16 20:52 | DEL | REPLY


줄탁동기 혹은 줄탁동시라는 사자성어를 알게 된 게 제가 대학원 졸업논문을 쓸 때였습니다.
제목은 <공자 교육사상의 구조적 특질>이었는데 공자 님도 교육은 교사와 학생의 힘의 合力에 의해 이루어 지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저는 이 과정을 줄탁동기에 비유하여 논리를 전개해 나간 걸로 기억이 나네요.
병아리(제자)가 알 밖으로 나오기 위해서(배우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껍질을 쪼아야 어미(스승)도 동시에 알 껍질을 쪼아 주어 부화(교육)가 제대로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라 했던 것 같습니다.
당사자가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야 협력자의 조력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과도 같은 맥락인 거 같습니다.
그림이 아주 절묘합니다.
유익한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jemma | 2008/09/17 07:18 | DEL | REPLY


부화의 짧은 순간은 최첨단 과학의 모습입니다.
밖으로 나오려고 하는 알 속의 병아리는 난치(卵齒)가 잘 발달되어 있어 이걸로 껍질을 쫀다고 하데요.
그 생명의 작은 소리를 들은 어미 닭은 동시에 알 밖에서 잽싸게 껍질을 쪼아야 병아리가 부화 되는데 이 시간에 약간의 시차만 생겨도 병아리는 죽어버린다 하네요.
실제로 저 어릴 적 집에서 기르던 어미 닭이 병아리를 깔 때 보면 둥지 옆에는 병아리가 될려다 만 알들이 널려 있는 걸 본 기억이 납니다.
품은 알의 수와 병아리의 수는 아주 많은 차이가 나더군요.
줄탁동기, 이 한자어를 처음 안 순간 생태의 신비함에 경탄을 금할 수가 없었어요.
멍청함을 이를 때 닭이 비유의 대상이 되는 건 아이러니네요.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
나의 스케쥴
 2009/01 
S M T W T F S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포토로그
최근 북마크
다녀간 이웃
블로그 이웃
새로 등록된 트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