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합친다해도 꼴랑 한 줌이나 될까요.지금까지 살아온 삶에서 의미있는 편린의 부피를 따지면 말입니다. 미미하고 보잘 것없어 보이는 인생의 작은 것들을 기억속에서 끄집어내 끄적거려 보았습니다.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을 거꾸로 뒤집어 살피기도 했습니다.신문 블로그에 존재하지만 기자블로그는 아닙니다. 제이와 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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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회간 여고2 담임 "나 물에 빠뜨려주길 바랐는데" [피플 인사이드]

"선생님 아직 점심 안 드셨죠? 빵이랑 우유 있는데 드실래요?"

"야 AA야, 안그래도 배고팠는데 너무 고맙다. 잘 먹을게..."

지난 10월 25일 토요일 점심시간 무렵.

서울의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며 2학년 9반 담임을 맡고 있는 선생님과 제 딸내미 간 대화의 한토막입니다. 딸내미가 학생회 회의 후 남은 빵과 우유를 챙겨 교무실을 찾았던 모양이었고요.

이어진 선생님의 말씀입니다.

"AA야! 오늘 나 '음식 만들기'를 한 2교시 HA(Homeroom Activity)시간에 너희들에게 무지 섭섭했다. 너희들은 이런 음식 저런 음식 만들어 수다를 떨며 맛나게 먹으면서도 어느 누구 나한테 먹어보라고 하지 않더라. 흑흑흑!!!

헌데 네가 이렇게 빵과 우유를 갖고 와서 이제 모두 풀렸어. 호호호!!!"

이날 2학년 9반은 HA시간에 아홉 명씩 한조를 이뤄 다섯 개 조가 각각 비빔밥, 주먹밥, 김밥 등을 만들어 먹으며 비디오를 감상했다는 거고요.

뒤쪽에 앉아 계셨던 선생님에 대해선 어떤 조도 신경을 쓰지 않아 이같은 엄청난 '불상사'가 발생했다는 겁니다.다들 선생님께는 다른 조에서 드렸겠거니 생각했다는 거지요.

이같은 '삐짐'을 '소액'으로도 매수할 수 있는 고운 '심성'을 가진 제 딸내미의 담임 선생님은 서른 넷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지만 아직도 미혼이라고 합니다.

올해 학기 초 담임 선생님을 처음 대면한 뒤 딸내미는 자기 엄마에게 "아직 20대 후반 정도로 밖에 안보여, 화장도 안해"라고 전한 걸 보면 상당한 미모를 가진 듯 했고요.

딸내미가 여간해선 다른 여자 칭찬을 않거든요.

딸내미 담임 선생님은 무엇보다 학생들로부터 '능력'을 인정받는 '짱 선생님'으로 불리고 있더군요.

S대학 국문학과를 졸업한 학벌은 차치하고 서라도 아이들과의 '소통'을 가장 중요시하는 교수 방식이 이유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는 아이들의 생각에 맞추어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교육의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관련한 일화 입니다.

지난 10월 10일 2학년 9반은 버스를 대절내 경기도 가평의 대성리로 가을 소풍을 떠났습니다.

 

아이들은 바나나보트도 타고(딸내미 제공한 사진) 삼겹살도 구워먹는 등 여고시절의 '마지막 외출'을 만끽했다고 합니다. 제 딸내미도 이런 저런 추억거리를 많이 만든 듯 했고요.

하지만 담임 선생님은 이번 소풍이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너네들이 대성리 강물에 날 빠뜨릴 것에 대비해 속옷과 갈아입을 겉옷을 준비했는데 다 쓸모없게 만들어 버렸지 뭐니."

이 얘기를 전해 듣고 저는 가만히 웃고 말았지만 다가오는 느낌은 매우 컸습니다.

2학년 9반 담임 선생님은 여고시절 자신이 선생님께 한 장난을 떠올리며 그걸 기대했는데 아이들은 실행해주니 않으니 얼마나 실망이 컸을까요?

딸내미는 이에 대해 "전날인 10월 9일 비가 와 물이 깨끗하지 않은데다 강물이 생각보다 깊어 선생님을 빠뜨리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요즘 공교육의 질이 어떠니 저떠니, 선생님의 권위가 떨어졌느니 어쩌느니, 교육에서 체벌을 해야 하니 마니 등등 교육과 관련해선 말이 많습니다. 학교 교육은 누구나가 '당사자'인 까닭에서 겠지요.

하지만 선생님은 여전히 그 곳에 계시는 것 같습니다.

바나나보트, 선생님, 대성리
posted at 2008/11/02 11:56:00 댓글(1) l 트랙백(0) l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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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찍사 | 2008/11/03 09:17 | DEL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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