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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음식점 A와 B가 나란히 있습니다.
A의 점심 메뉴는 김치찌개 단 하나 입니다.
A를 찾았을 때 주문을 위해 긴 말이 필요 없습니다.
"3인분,라면 하나"라고만 하면 됩니다.
주인은 금방 냄비를 들고 나타납니다.
이쑤시게를 쑤시며 나오는 손님은 "음! 역시"라며 흡족한 표정입니다.
입구엔 많은 손님들이 긴 줄을 형성한 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반면 그 옆의 B식당 벽면에 걸린 메뉴판에는 김치찌개 된장찌개 등 메뉴이름이 이른바 '차고 넘칠' 만큼 다양합니다.
마치 만물장수가 시장에서 좌판을 펼친 것처럼.
점심 때 이 곳에 들렀다 메뉴판을 보고 무얼 고를까 장시간 고민합니다.
몇 명이 갈라 친다면 제각각 주문이 쏟아지며 한참을 기다려 식사를 하게 됩니다.
식당을 나오는 순간 같이 간 K가 먹은 음식이 뭔지도 모를 지경입니다.
최근 한 인터넷 포털의 블로거 글 모음터가 이름을 바꾸며 재출범했습니다.
재출범에 맞추어 이 모음터는 기능적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원해 개편을 시도했습니다.
개편된 내용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핵심은 '다양하게 쏟아지는 글 가능한 많이 보여주기'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분석됩니다.
대하는 공간마다 많은 글의 제목이 나열돼 있기 때문입니다.
핵심 이슈 글들을 모아놓은 것으로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인 지 카테고리별로도 핵심 이슈를 만들어 글들을 배열해 놓고 있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도록 하는 방식으로 글 제목을 표출하는 아이디어도 등장했습니다.
이 글을 쓴 사람의 최신 글을 비롯해 이 글을 읽고 추천한 분이 추천한 글을 표시하는 란이 생겼습니다.
많은 글을 소개하는 아이디어는 글 모음터로 들어오는 대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위치가 조금 아래쪽에 있어 시선을 끌기 어렵다고 본 탓인 지 수개의 베스트 글 뿐 아니라 카테고리별 베스트 글을 올려 놓고 있습니다.
이 모음터에 적용된 각종 아이디어들은 하루에 8000여개 가까이 쏟아지는 글을 소화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해답을 찾았다'는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번 개편은 블로거들이 그동안 자신의 글을 통해 제시한 견해를 적극 반영해 고객 요구를 충실히 수용한 것이란 얘기도 듣습니다.
하지만 이 글 모음터의 언저리에서 1년 가까이 얼쩡대온 이로서 이번 개편을 보는 시각은 이처럼 긍정적이지만 않습니다.
지나치게 양을 중시하고 있다는 느낌에서 입니다.
'많은 노출=많은 클릭'이란 등식이 성립될 수 있을까 하는 점에서 의문스럽다는 얘깁니다.
이는 이 모음터의 '가장 많이 본 글'에서 잘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상위에 오른 글의 조회수가 과거보다 크게 떨어졌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조회수 1백만을 넘어서는 글은 '전설'이 되어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입니다.
요즘 이 글 모음터을 찾을 때 마다 헤아리기 힘든 메뉴를 자랑하는 B란 식당이 자꾸만 연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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