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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이 없었다면 초행인 이 길을 파악하기 위해 아마도 지난밤 집에서 지도책 펴놓고 '열연'(열심히 연구)했을 겁니다."
최근 회의 참석차 경기도의 한 도시에 위치한 회사로 향하던 중 운전석에 앉은 지인이 옆자리의 제게 던진 말입니다.
이 때 최종 목적지 위치정보를 입력받은 내비게이션은 화면으로 길을 보여주면서도 "100m 앞에서 좌회전 하세요" 등 안내멘트를 쉴 새 없이 쏟아내며 가이드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는 복잡한 길에서도 헤맬일 없이 순조롭게 항해를 계속하던 터였고요.
<사진출처=한국경제 자동차플러스>
저는 사실 운전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데다 차량에 내비게이션 등 부속물이나 장식물을 달아본 일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잘 알지 못하는 목적지를 갈 때면 차 운전석 왼쪽 박스에 꽂힌 '전국도로 지도책'을 잠시 훑어보고 출발합니다.
그 결과 목적지에 제대로 도착하지 못하고 돌고 헤매는 게 보통입니다.
이런 스타일이다 보니 지인이 말한 내비게이션의 유용성에 공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지인은 이어 운전할 때 이제 내비게이션에 전적으로 의존하다 보니 운전습관에서 부작용도 적지 않다고 했습니다.
운행한 길을 알려는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게 돼 점점 '길치'가 되는 듯하다는 겁니다.
그는 "만약 3개의 GPS 위성이 차량과 교신해 현재의 위치를 파악하게 하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어느 순간 '정지'라도 하는 날에 무슨 일이 생길까?"라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지인의 내비게이션과 관련된 말을 경청하다 엉뚱하게도 제 차의 운전석에 비치된 물건들이 머리 속에 떠올랐습니다.
바로 '전국도로지도안내' 책자와 '전국고속도로정보'란 제목의 한 장짜리 지도 인데요. 문제는 이 것들이 모두 몇 년씩이나 묵은 '헌 것'이라는 겁니다.
차량 비치용 지도의 업그레이드가 몇 년 전에 '멈췄다'는 얘기지요.
기억을 돌이켜 보면 몇 년 전만 해도 자가운전자들의 경우 그 해 휴가철이면 어떤 식이든 이러한 지도들이 '최신판'으로 교체되는 일을 경험하잖습니까?
보험사 등에서 영업용으로 많이 뿌렸던 것 같은데요.
또 도로관련 기관 등에서 공짜로 제공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근래들어 이런 분위기가 좀 달라진 모양입니다.
지도를 선물로 받아 본 경험이 오래전에 뚝 끊겼기 때문입니다.아주 옛일 처럼 말이지요.
실제 보험 업무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올해 도로정보 지도책을 선물용으로 발간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또 자신 회사의 경우 한 장짜리 지도도 도로정보를 담은 것보다 전국 해안가의 '먹거리' 정보를 담은 걸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 결과 제 차안의 지도가 몇 년전 것이 남아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추정입니다.(실제는 그렇지 않은데 저만 지도 받는 것에서 소외된 것인가요?)
이처럼 '인쇄 지도'를 주변에서 찾는 게 힘들어진 이유는 '디지털 지도'의 광범위한 보급에 따른 영향으로 보입니다.

<사진출처=다음 지도,근데 이 지도엔 어제(15일) 개통된 '서울-춘천간 고속도로'가 업그레이드 돼 있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차량에 내비게이션이 많이 달렸다는 게 큰 이유일 거고요.
이와 함께 인터넷 포털들이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지도 서비스가 이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인터넷포털의 지도서비스 시쳇말로 '안 볼 것, 볼 것,이 구석, 저 구석 ' 몽땅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올해도 제 차에 비치된 구식 지도를 최신판으로 바꾸는 건 아무래도 힘들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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