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독 숫자에 약한 사람이 많습니다.
저도 이런 유형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데요.
때문에 가끔 숫자를 잘 못표기하는 실수를 저지르곤 합니다.
20년여전쯤 산업담당 부서에서 수습을 받던 시절의 기억입니다.
한 전자회사가 내놓은 신제품과 관련해 단 몇줄짜리 '1단 기사'를 쓰고 '초대형 오보'를 낸 겁니다.
독자에게 친절을 베푼답시고 소비자가격(지금은 이 가격이 없어졌습니다)을 명기해 주다가 39만원을 10분의 1인 3만9000원으로 다운시켜 고가의 이 제품을 본의아니게 '저렴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다음날 독자의 쏟아지는 항의는 물론이고 데스크로 부터 엄청 깨졌습니다.
직업 못가질 뻔 했습니다.
이 때문에 적시한 숫자는 꺼진 불도 다시 보듯 재차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살다보면 이처럼 숫자를 명시하며 실수한 경험을 한두번씩 갖고 있을 텐데요.
이같은 '아차'하는 숫자표시 오류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때면 더욱 잦아지는 것 같습니다. 집중성이 떨어져 '정신줄' 놓을 수가 있어섭니다.
아니나 다를까 말복 다음날인 오늘(8월14일) 어마어마한 숫자 오기로 인한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잇따라 뉴스화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미국 최대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가 저지른 '삼성전자 52인치 LCD TV가격의 다운'이 꼽힐만 합니다.
베스트바이는 지난 12일 자사 인터넷사이트에서 수 시간 동안 대당 가격이 3399.99달러인 삼성의 LCD TV를 9.99달러로 표기했다가 뒤늦게 이를 발견하고선 실수라고 공지하고 사과를 한 뒤 가격을 정정했다고 합니다.

미국 베스트바이가 삼성52인치TV 가격을 9.99달러로 표시한 건 실수일까?<사진출처=한경닷컴>
정정된 TV 값은 원래의 절반 수준인 1799.99 달러였다고 하고요.
하지만 버스는 이미 지나가 버린 상태였습니다.
9.99달러로 표시된 시간에 소비자들의 주문이 대거 쏟아진 까닭입니다.
베스트바이측은 "삼성TV의 가격정정과 함께 잘못 올려진 가격은 유효하지 않다"면서 "그 가격으로 한 주문은 취소하고 입금한 돈을 환불하겠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온라인 판매 조건과 관련해 잘못된 내용은 언제라도 정정할 수 있고 잘못된 가격은 무효로 한다는 자사 규정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고 하고요.
이에 소비자들은 "베스트 바이 웹사이트의 회원 수를 늘리기 위해서 고의로 저지른 실수가 아니냐"며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이번 사태가 단지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베스트바이 가격 해프닝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회사 해명대로 '실수'라고 여겨집니다.
반대로 소비자들의 항의도 무작정 싸게 산 것을 내놓지 않으려고 '떼를 쓰는' 것이 아니라는 느낌인 것도 사실이고요.
유통업체들이 이같은 방식으로 제품 마케팅을 전개하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미끼상품' 전략입니다.
이 전략은 이벤트를 벌이며 높은 가격의 어떤 특정 제품에 대해선 '터무니없는' 가격을 설정해 소비자의 주목도를 높이는 것이지요.
요컨대 오래전 미국 월마트가 한국에 처녀 진출했을 때(지금은 월마트 철수했지요) 수십만원대에 이르던 29인치 브라운관 TV를 미끼로 내걸어 단 2만9000원에 판다고 대대적으로 광고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이 내용은 C일보가 경제섹션 톱기사로 단독 보도를 했고 미끼상품으로 내걸린 제품을 만든 전자회사는 물론 다른 신문들에 난리가 난 적이 있었습니다.
거론된 전자회사는 제품의 신뢰성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었고, 경쟁 신문들의 경우 소위 '물을 먹었기'(낙종) 때문이었지요.
베스트바이와 유사한 사례가 지난 7월 27일 한국에서도 벌어졌습니다.
오픈마켓인 G마켓이 주인공입니다.
이 회사는 자사 홈페이지에서 수영복 등 휴가철 관련 16개 제품에 대해서만 30% 할인하는 이벤트를 기획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발행된 할인쿠폰이 전체 제품에 적용되는 것으로 표시되는 '황당한 실수'가 발생한 것입니다.
100여명의 소비자들이 단 2시간동안 이 할인 쿠폰을 이용해 이벤트대상 제품이 아닌 제품을 사들이는 바람에 G마켓은 1억5000만원대의 피해가 생긴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더위 먹은 실수 하나 더 추가입니다.
오늘자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지난 11일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3계에서 입찰한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 개나리아파트 85㎡가 감정가인 2억1000만원을 8배 넘는 17억6120만원에 낙찰됐다고 합니다.
이 아파트는 한 차례 유찰돼 감정가의 80%인 1억6800만원에서 경매가 진행됐는데 응찰자 중 한 명이 1억7612만원을 쓰려다 실수로 0을 하나 더 붙여 이 같은 '불상사'가 발생했다는 겁니다.
부동산 경매에서는 이처럼 가격 표시 실수가 흔히 발생한다고 하네요.
올들어서만도 총 8건에 달한다고 하니까요.
경매 전문가들은 응찰 가격을 잘못 써내 낙찰을 받으면 매수를 포기하더라도 입찰보증금(최저 경매가의 10~20%)은 돌려받지 못하는 만큼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여름철엔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과 함께 '숫자'쓰는데도 조심해야겠습니다.
모기한테 물리면 아픈 것으로 끝나지만 숫자를 잘 못쓰면 재산상의 어마어마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