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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1년반쯤 전인 2006년 4월 27일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은 우리나라 산업계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날로 기록될 만하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두 개의 대그룹이 흔치 않는 큰 사건을 비극과 희극으로 교차하면서 동시에 겪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암과 명이 엇갈린 사건 주인공은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자동차그룹과 4위인 LG그룹이었다.

이날 현대차그룹의 총수인 정몽구 회장은 검찰로부터 1천억원대 비자금 조성 등을 이유로 구속 영장이 청구됐다.
정 회장은 이에 따라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으며 생애 두번째로 영어의 신세를 지게 됐었다.
정 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 영장 청구는 "한국 경제에 엄청난 손실을 끼칠 수 있다"는 논란속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고 현대차그룹은 사상 최대의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기도 했다.
이날 현대차그룹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패닉'과 같았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이날이 되돌이키고 싶지않는 비극적인 날로 기록됐다.
이날 반면 LG그룹은 계열사인 LG필립스LCD가 경기도 파주에 세계최대 LCD(액정표시장치)공장의 준공식을 가졌다.
이날 준공식은 한 기업의 행사에 참여가 거의 드문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참석,축하의 인사를 건낼 만큼 큰 의미를 지닌 채 진행됐다.
이 공장 준공에 따라 한국 LCD산업은 세계시장 점유율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며 세계최대 생산국이 됐으며 앞으로 기술개발부문에서 타국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장 준공식에서 이 공장 설립을 위해 발로 뛰다시피한 당시 손학규 경기도지사에 대해 노대통령이 한 덕담(단지 설립을 허가해 달라고 그렇게 떼를 쓰시더니 이제 만족하십니까)은 오랫동안 회자됐다.
당이 서로 다른 대통령과 도지사 사이의 '보기 드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여하튼 LG그룹은 이날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할 정도로 '한 건 단단히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는 사실 LG그룹을 3년간 출입하며 LG전자와 네덜란드 필립스사가 이 공장을 합작키로 결정한 사실을 지난 2000년 특종으로 보도했던 기억을 갖고 있어 이날 의 준공식에 관심이 갔었다.
이 건은 당시 LG가 필립스에 지분의 50%를 넘겨주며 17억달러(국내 외자유치사상 최대)를 유치하며 계약된 것이다.
이처럼 이날 동시에 진행된 두 그룹의 대사건은 내게 '두 그룹이 묘하게 악연으로 얽혀 있다'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사실 LG와 현대 그룹은 IMF 외환위기 당시 반도체 빅딜로 인해 사이가 틀어질 대로 틀어졌다.
이 빅딜에서 현대그룹 계열의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는 LG반도체를 흡수 합병토록 결정됐다.
LG그룹은 DJ정권 시절 진행된 이 빅딜에 대해 "LG반도체를 반강제로 빼앗겼다"는 피해 의식을 갖고 있다.
특히 당시 LG반도체를 이끌던 구본준 사장(구본무 회장의 동생)은 이날 준공식을 한 LG필립스LCD의 사장으로 재직중이다.
TV 생중계 속에 비친 구본준 사장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구 사장은 반도체 빅딜 협상이 진행되고 있을 때 상가에서 만나 "내 자리를 걸고라도 LG반도체를 지키겠다"고 큰소리 쳤다.
그러나 그의 말은 얼마 안가 공수표로 끝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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