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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가색을 닮은 생일선물 [라이프 인사이드]

그 날 생일을 맞았던 아내의 전화 목소리는 '웃는 듯 우는 듯' 가늠이 불가능했다.

지난해 4월 14일 금요일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2시쯤.

"지후(가명) 녀석이 사고를 쳤어요.감기 기운이 있어 정신이 약간 혼미했는지 수업중 바지에 그대로 응가를 해 버렸지요.겨우 다 치우고 씻기고...정신이 다 빠져 버렸네요."

"생일 턱 단단히 했네"라는 나의 말에 아내는 큰 웃음을 짓는다.

지후는 아내가 돌보는 5학년 지체박약아다.

약간 말썽꾸러기라고 한다.

그 녀석은 평소 대소변 정도는 가린다고 하는데 그 날은 감기 탓인지 하여튼 실수를 한 모양이다.

실수를 하기 직전 화장실로 데려 갔을 때 소변만 보고, 대변에 대해선 신호가 없어 방심한 순간 곧바로 '사건'을 저질렀다는 것.

아내는 "생일날 좋은 일 했으니 내게 좋은 일이 생기겠지요"라고 말했고 나도 "그럴거야"라는 반응을 했다.

아내는 이어 "오늘 그래도 고집쟁이 경식(가명)이 녀석(자폐아)은 말을 잘 들어 행복한 날이기도 했어요"고 애써 좋은 일을 예시함으로써 전화 대화의 결론을 지었다.

아내는 초등학교에서 이같이 지체박약아를 돌보는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은 정상인이 아닌지라 때로 하루에도 몇차례 작거나 큰 사고를 친다고 한다.

수업을 하다 중간에 아무 말없이 사라져 애태우고, 자신의 것을 얻기 위해 아무데나 드러누워 고집스럽게 우는 식이다.

이들을 돕는 게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지만 아내는 "하고 싶었던 일"이라며 한번도 "싫다"는 표현을 한 적이 없다.

이런 아내가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때로 안쓰럽다는 생각을 한다.

전화 통화를 끝낸 뒤 일을 대충 마무리하고 전날 마신 과음의 숙취를 없애기 위해 의자에 기대어 잠시 휴식을 청했다.

순간, 내 머리속에서 '생일을 맞아 지체장애아의 응가를 치웠고, 거기에 상응해 자신에게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아내의 말이 영화 필름 지나갔다.

퇴근 후 곧바로 회사 근처 백화점으로 향했다.

아내의 생일 선물을 골랐다.

꼬불쳐 둔 거금을 질렀다.

보통(저녁 12시쯤)보다 일찍 귀가한 뒤 중3딸,초등 5 아들과 생일케이크에 촛불 마흔 한개를 꽂고 축하의 노래를 부른 뒤 아내에게 '장애아의 실수 색'을 닮은 '선물'을 슬거머니 내밀었다.

지르코늄이 박힌 영계틱한 분위기의 디자인을 특징으로 한 금반지와 이와 매치시킨 목걸이.

posted at 2007/11/05 12:07:00 댓글(0) l 트랙백(0) l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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