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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회사 M&A의 최대 걸림돌은 '오너의 건재' [사이언스 인사이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국내 최초 외국인 대학총장이었던 로버트 러플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은 취임 초인 2005년 8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바이오산업은 한국의 차세대 성장동력이 아니다"고 단언해 주목받은 적이 있다.

 그는 "한국에는 바이오 산업을 후방에서 지탱해 줄만한 초대형 제약회사가 없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러플린 총장에 따르면 바이오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관련 벤처기업들이 신약 가능성이 높은 후보물질을 창출했을 경우, 든든한 자금력과 오랜 신약개발 경험을 갖춘 제약회사들이 뒤를 받쳐 주어야만 성공할 수 있는 산업이라는 것이다.

 바이오산업이 한국의 차세대 성장동력이 아니라는 러플린의 견해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겠지만 바이오의 후방 지지세력인 제약산업의 낙후성 만큼은 이견이 없는 게 사실이다.

 100년이 훨씬 넘는(국내 최장수 기업인 동화약품이 2007년 창립 110주년을 맞았다) 국내 제약회사의 규모는 한마디로 '구멍가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국내 최대 제약회사인 동아제약은 2006년 6000억원대를 조금 넘는 연 매출을 올리는데 그치고 있다.그나마 이 중 1300억원은 드링크인 박카스의 매출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순수 제약 매출로는 5000억원을 밑돈다는 얘기다.

 2,3위의 한미약품과 유한양행도 겨우 4000억원선을 턱걸이한 수준이다.

 세계 최대 제약회사인 미국 화이자사의 연간 매출이 수천억달러인 것에는 비교하기 조차 민망스럽다.

 일본만 하더라도 연매출 1조원을 넘어서는 제약회사가 25개가량 된다는 사실과도 대비된다.

 제약산업의 성장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연구개발 (R&D)투자는 더욱 초라하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제약사들의 경우 평균적으로 매출액의 10%가량을 R&D에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국내 상장 제약사 56개의 2004년도 매출액 대비 R&D투자율은 선진 제약기업들의 절반도 안되는 4.88%에 머물고 있다.수백개 국내 제약회사들을 통틀어 계산하면 아마도 2-3%도 안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제약업체들의 신약 개발 역사도 일천하기 그지 없다.

 1980년대 후반 물질특허제도가 도입된 이후 "아 그런게 있었구나" 하는 자각과 함께 신약개발에 도전한 것이 전부다.

 이후 20년여의 세월이 흘렀지만 나온 신약은 겨우 10여개에 머물고 있다.

 제약업계가 이처럼 취약한 것은 물질특허 시행 이전 다국적 제약사들의 신약을 배껴 만들거나 수입해 편하게 사업을 해오던 관행에서 아직도 크게 벗어나지 못한데서 비롯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이에따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타결 등 시장 개방추세와 글로벌 경쟁시대을 맞아 국내 제약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한시바삐 '덩치키우기'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 제약 시장을 지키고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연간 매출 1조원대를 넘는 제약회사가 최소 10개는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인구의 고령화 추세에 따라 고성장을 지속하는 한국 제약시장은 다국적 제약회사들에 고스란이 내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같은 매출 1조 회사 탄생을 위한 가장 바람직한 모델은 기존 국내 회사들이 글로벌경쟁력을 갖춘  '블럭버스터'급 신약개발을 통한 독자적 성장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당장 실현이 불가능하다.

 LG생명과학이 개발한 퀴놀론계 항생제 팩티브는 미FDA(식품의약국)의 허가를 따내며 글로벌화를 추진했지만 월드 와이드 마케팅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에서 증명된다.

 따라서 덩치를 키우기 위해서는 국내 제약사들 간 인수합병(M&A)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꼽힌다.

 정부도 이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우수한 제약사와 부실한 제약사의 명단을 공개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부실한 제약사의 퇴출을 유도해 M&A를 활발하게 하겠다는 발상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방안만으로 M&A를 실체적으로 유도하는데 한계가 따른다는 점이 문제다.

 제약회사는 아직도 창업주인 오너들이 경영을 하는 곳이 많고 이들이 M&A에 대해서 거의 관심밖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이들은 비록 회사 규모가 작더라도 "내 것"이라는 인식이 강한데다 복제약품 생산 등을 통해 그럭저럭 기업을 꾸려나갈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게 현실이다.

 결국 이들이 살아 있는 한 제약산업의 구조조정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제약업계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언젠가 제약은 자신 산업 낙후성 때문에 우리나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목되는 바이오 산업의 육성을 저해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오명'을 뒤집어 쓰지 않을까.

posted at 2007/11/06 17:20:00 댓글(0) l 트랙백(0) l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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