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4월경 SBS TV의 사회 고발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는 가족간 대화 단절을 소재로 한 '조용한 가족'부제의 프로그램을 방영,시청자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줬다.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대표적인 '조용한 가족'의 사례로 꼽힌 아버지와 딸간의 대화 단절은 말 그대로 '쇼킹' 자체였다.
이 아버지와 딸은 5년전 서로 칼을 들이는 상황에 까지 이른 극한 갈등을 겪은 이래 한 지붕밑에 살면서도 단 한마디 대화도 없었다고 한다.
특히 딸이 어머니에게 상스런 욕을 퍼붙는 장면에선 머리카락이 쭈뼛서는 느낌이 들었다.
전문가들 조차 이 가족의 갈등은 "치유하기에 너무도 오랜 시간이 흘렀다"고 결론 내렸다.
이 프로그램은 이와 함께 철저히 대화를 끊고 살아가는 남편과 아내들이 이 사회에 널려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접한 '칭찬'주제의 글에 달린 짧은 댓글이 문득 떠올랐다.
댓글 주인공은 "아침 출근 때 마다 덩치 큰 아이들과 아내에게 스킨십을 한다"며 "이게 가족 사이의 우애를 지키기 위한 가장 실천하기 쉬운 방법이 아니겠냐"고 했다.
평범한 듯 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그의 댓글에 수긍을 했던 기억이고 이 사람의 가정에서는 절대 TV속의 갈등이 생길 여지가 없을 것이란 생각을 했었다.
많은 사람들은 사실 대화와 스킨십이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기본이라는 인식을 하면서도 현실에서 잘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게 일반적인 것같다.
특히 40대를 넘어선 중년 남성들에게서 이러한 가족간 대화 부족이나 단절 현상이 더욱 심할 것으로 짐작된다.
솔직히 나 자신도 고1 딸과의 대화에서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듯한 격한 감정을 느낄 때가 있었던 탓이다.
아주 사소한 문제인데도 다짜고짜 화부터 내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적이 놀란 게 한두번이 아니다.
중장년 남성들이 이처럼 아내나 자식들과의 대화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가부장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성장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
이들은 대체로 입 꾹 다물고 사는 게 남성의 권위를 지키는 것이고 남자의 위신은 아내 위에서 군림하는 듯한 자세에서 나온다고 교육받아 왔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심지어 어려서부터 "북어와 아내는 사흘에 한번씩 두들겨야 부드러워 진다"는 말도 되지 않는 옛 말을 들어온 터라 아내와 자식들을 대할 때 부드러움을 발휘하는게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날 같이 프로그램을 보던 아내의 한마디가 가슴속 깊이 파고든다.
"우리 딸아이가 비록 좋은 성적을 받아오지 못해 나무랄 일이 생겨도 내가 뭐랄테니 당신은 그저 칭찬하는 말을 해 주는 게 좋겠어요."
아내에게,자식들에게 칭찬하는 말과 방법을 자꾸만 개발해야 할 것같다.
가정의 평화는 '침묵'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수다'에서 출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