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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치 사람 마음은 모른다.'
인간 깊이의 정도를 말하는 이 속담은 보통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무섭다는 나쁜 의미로 많이 쓰인다.
믿었던 어떤 사람에게 속임수나 사기를 당했을 경우에 자주 인용된다.
첫 인상이 좋아 사랑했던 남자에게 배신의 쓰라림을 당한 처녀들.
웃음짓고 상냥하기만 했던 이웃이 빌려준 돈을 떼먹고 야반도주를 했을 때의 그 쓰라림.
술취해 첫 만남부터 "형님"이라고 부르며 납품을 약속했던 대기업체 구매과장이 엉뚱하게도 물량공급권을 경쟁회사인 다른 중소기업에 넘겼을 때 느끼는 중소업체의 사장님의 허탈함.
이 모든 사례들의 주인공들은 이 속담을 곱씹지 않을까 한다.
사실 사람을 안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중의 하나일 것이다.
살을 맞대고 수십년을 살아온 부부도 상대방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어느 날 생각지도 못했던 행동을 보이는 아내,설마 그럴 것이라고 느끼지 못한 사건을 저질러 놓은 남편을 볼 때마다 호흡 곤란을 느낄 정도의 충격을 받기도 한다.
부부사이의 애정에 관해선 더욱이 상대방의 마음속을 모를 일이 많다고 한다.
오죽하면 '중년부부의 침대에는 4명이 동침한다'는 말이 있을까.
남편과 아내가 각각 다른 여자와 남자를 생각하면서 잠을 잔다는 뜻이다.
언젠가 정부 각료를 초청한 포럼에 참석한 뒤 회사 보스의 차를 탈 기회가 있었다.
그 각료에 대해선 몇차례 만난 적이 있는데다 언론 등과 관계자들의 얘기 등을 통해 들은 바가 많아 크기와 됨됨이에 대해서 대충 내 잣대를 갖고 있었다.
"운이 많이 따르는 사람이고 장점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데 출세를 했다"는 것이 내 생각의 주류였다.
보스는 내게 "그 양반과 대학 동문인데다 오래동안 교류를 해온 터라 장단점에 대해서 나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그런데 사람은 말이야 단점을 볼려고 하면 한이 없어.가능하면 그 사람의 장점을 볼려고 하는 자세가 필요해."라고 말했다.
보스의 얘기를 가만이 들으며 100% 수용하지는 않고 고개만 끄덕였던 기억이다.
그 뒤 상당기간 보스의 말을 생각을 해 본 것같다.
세상에 흠이 없는 사람은 없다.
지적할 것이 없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보스의 말처럼 관계된 상대방에게서 흠보다 빛나는 그 무엇을 발견하려는 마음을 갖는다면 내 자신도 편하지 않을까하는 느낌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