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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에 참석해 보면 "99, 88, 2, 3,4"란 숫자를 나열한 건배 제의를 받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알다 시피 이 숫자들은 '건강과 장수'에 대한 사람들의 희망과 기대를 담고 있지요.
아흔아홉살(99)까지 팔팔(88)하게 살다가 2~3일 앓다가 사(死)한다는 의미를 지녔습니다.

얼마전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많이 참여한 한 모임에서 관련 기관장이 "99, 88, 1, 2, 3"이라는 건배사를 하는 걸 봤습니다.당연하게 참석자들에 대한 건강을 기원하는 거니 짐작했지요.
하지만 이 기관장이 말한 숫자의 내용은 그게 아니었습니다.그는 "우리나라 기업 수의 99%를 차지하고 고용의 88%를 책임지고 있는 중소기업이 더욱 분발해 세계 시장에서 1, 2, 3위를 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중소기업 CEO들에 대한 격려치고는 꽤 괜찮다고 생각했지요.참석한 CEO들도 한국 경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재인식했을 것이고 책임감도 느꼈을 것으로 보입니다.
요즘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CEO들의 사기가 말이 아닙니다.사업할 의욕을 많이 잃고 있는 분위기지요.
그들의 머리 속에는 매일 불안전하게 돌아가는 자금 문제가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지요."월급은 어떻게 줄까,차입금 만기가 며칠이면 돌아오는데"이런 것들이지요.
게다가 노조와의 갈등,더 넓은 공장으로 확장 이전을 불가능하게 한 부동산가격 상승, 공장설립과 운영에서 불쑥불쑥 등장하는 규제, 자식들에 승계시키고 싶지만 이를 가로막는 높은 상속세 등 오만가지의 걱정을 달고 사는 사람들이 이들이니까요.
이런 탓에선 지 만나는 많은 중소기업 CEO들은 "사업 당장 때려 치고 싶다"는 하소연을 많이 합니다.
노사 분규를 심하게 겪은 한 중소업체 사장은 "직원들에게 이제 지시나 명령도 함부로 못해.우리 중소기업인 사장들도 노조 하나 설립하면 어떨까"라고 쓴 웃음을 지었습니다.
은퇴할 시기를 앞둔 한 제조업체 사장은 "우리 회사 내 대에서 다 정리할 생각이야.상속세도 높고 사업전망도 밝지 않아 아들한테 물려줄 생각은 전혀 없어.아들이 만약 사업을 할 생각이 있다면 서비스업이나 유통업을 하라고 권할 거야"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2007년 초쯤 집값 폭등이 공장용지로까지 번졌을 때 수도권 공단에서 수십년 제조업만을 해온 한 사장 얘기는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 회사 한해 매출액이 100억원 정도되고 순이익이 2억쯤 나고 있는데 6개월사이 우리 공장 땅값 오른게 5억원이나 돼.동네 창피해서 경영 더 못하겠어.내가 무슨 부동산업자도 아니고."
물론 공장땅값이 올라 팔 경우 차익이 나 좋기는 하겠지만 '제조보국(製造保國)한다'는 나름대로의 신념을 갖고 수십년 한우물을 파온 제조업 경영자의 자존심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이지요.
이 중소기업 CEO의 신념인 제조보국이라는 말은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가 그의 동명 저서에서 말한 '기업가 정신'이 아닌가 합니다.
드러커는 이 책에서 " 한국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정신이 가장 왕성한 국가"라고 칭찬하고 "한국 기업인들의 창업 정신을 세계가 본받아야 한다"고 역설했지요.
요즈음 '88만원 세대'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이라는 불안전한 고용상태와 낮은 임금을 받는 20대의 젊은이를 지칭한다지요.88만원 세대라는 이 말을 없앨 수 있는 방안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나라 고용의 88%를 책임지고 있는 중소 기업인들이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을 회복하는 것입니다.이들이 '의욕'을 갖고 다시 뛰도록 하고 세계시장에서 1,2,3위를 하는 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좋은 일자리는 저절로 창출될 수 있을 테니까요.새 정부에 큰 기대를 걸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