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TV에서 칼럼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시골의사' 박경철씨(경북 안동 개원의,외과)가 최근 수필집 '착한인생 당신에게 배웁시다'를 펴냈다.시골의사라는 필명을 얻게 된 베스트셀러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1,2','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에 이어 네 번째 저작이다.
한경닷컴과 한국CEO연구소는 매월 진행하는 신작작가와 한경닷컴 회원들이 만나는 '저자와의 만찬' 행사에 박경철씨를 초청했다.지난 23일 서울 시청 인근 한 음식점에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박씨는 "적성이 안맞았지만 아버지의 강요에 못이겨 의대를 진학했다"고 밝히는 등 삶과 저술활동 등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놨다.다음은 박씨와 회원들간 일문 일답.

=의사가 된 계기는."부끄러운 얘기부터 하겠다. (의사는)되고 싶어 한 것도 아니었고 적성에도 안맞았다.아버지가 의대를 가라고 해서 갔다.자기 주장을 할 수 있는 요즘 같은 시대였으면 안간다고 말했을 것이지만 그러지 못했다.못할 일이라 생각해 몇 년전에 그만두려고까지 했었다.전공분야도 안과 성형외과 등 메이저과는 공부잘하는 학생들이 선택하고,산부인과나 내과는 내게 안어울리고 외과 밖에 없었다.
=의학드라마를 보면 의사가 겉으론 화려해 보이지만 힘들어 보이던데."(인턴 레지던트 등을 포함한 의사생활은)전반적으로 고통스럽다.군대와 비슷한 것같다.머리는 필요없고 기술만 필요로 했다.인간의 한계를 실험하는 것같다.(수련과정을 거칠때) 3박4일 동안 10분도 못잔 기억도 있다.컵라면과 계란 몇 개 까먹고 수술하기도 했다.눈앞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는 게 정말 괴로운 경험이다.죽은 사람을 쳐다보는 것 정말 힘들다.평생 잊지못한다.그 과정에 '개입'되어 있다는 게 참기 힘든 요소다.
=안타까울 때가 많을 것같다."이 환자가 나한테 안오고 실력이 더 좋은 의사에게 갔으면 살 수 있었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밤 2-3시에 오는 환자들 신속하게 일이 진행되지 않아 죽는 거 보고 정말 아쉽기도 했다.어떤 때 15명이 있던 중환자실 환자가 모두 죽은 경우도 있었다.하루내내 소독했다.의사생활 중 레지던트 할 때는 몸만 힘들지만 지금은 집도의사로서 내 판단 하나에 모든 것이 결정되는데 이 결정이 괴롭다.
=개원하게 된 계기라도 있나."종합병원에서 2년정도 근무했다.이 때 수술재료를 비싼 것 쓰지 못하게 하는데 환자들 위해서 좋고 비싼 재료 쓰다가 과잉청구라는 지적을 받았다.그래서 환자 살리는데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고 했다."
=학창시절에 공부 잘 했을 것같다."공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사람들이 공부를 잘했을거라 착각하지만 대학 다닐때도 성적은 중간정도였다.나는 실력있는 의사는 아니다.하지만 '나쁜 의사'는 되지말자는 게 신념이다.그래서 내가 잘하고 확실하게 할 수 있는 것은 하지만 못하는 일은 실력있고 능력있는 의사를 만나게 해 준다.
=외과의로서 가장 자신 있는 수술은."치질수술이다.지금 그것밖에 못하지만.치질수술 굉장히 중요하다.사람은 구항동물이기 때문에 막고 있으면 안되고 뚫어줘야 하기 때문이다.그래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하는 외과수술 1위는 치질이다.그거 정말 자신있다."
=의사로서 이른바 '좋은 의사'에 대한 생각은."우리나라 사람은 정서적으로 환자를 편하게 대해주는 의사를 좋은 의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하지만 나는 실력있는,환자의 병을 잘 고쳐주는 의사가 좋은 의사라고 본다.실력있는 의사는 냉정해야 하는데 난 성격이 물러서 그렇지 못하다.
=이과를 공부한 의사로서 책도 여러권 내고 글을 잘 쓴다.선천적으로 타고난 재질인가."물론 재질을 타고나지도 능력도 없었다.글 쓰는 것은 연습을 독하게 했다.성격이 아주 집요한 편이다.가령 낚시를 하게 되면 낚시관련 책을 사서 빨간줄을 긋고 공부한다.낚싯꾼들한테 물어 배우기도 한다.
=글 연습은 어떻게 했나."좋았던 글을 베껴쓰는 연습을 많이했다.이렇게 한 열 번 정도 하다보면 문체나 어투가 비슷해진다.다음엔 내 어투로 고쳐써 본다.그리고 또 한번 써 본다.하루에 칼럼 한꼭지씩 꼭 썼다.(이 때 한 독자가 글 안쓰게 생겼다는 농담을 던져 웃음이 터졌다.)
=하루도 빠지지 않는 습관은."스키 타거나 영화를 보는 것 대신 독서하는 것에 가장 흥미를 느낀다.책을 읽는다는 것은 도전이고 자기 확장을 위한 기회이며 공부다.내 독서버릇은 난독,난잡이다.만화책도 보고 문학도 보고 철학 자연과학 지금 읽고 있는 책은 통계관련 서적이다.독서에서 쉽게 이해되는 것은 좋은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정말 좋은 책은 읽기에 버거운 책이다.
=인생관은 뭔가."오늘 내게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자는 게 인생관이라고 할 수 있다.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가자는 뜻이다.만약 목표를 세워놓고 가다가 안되면 허무하지 않겠나 하는 게 내 생각이다.레지던트 때 술을 엄청마셨는데 지금은 전혀 안마신다.담배도 얼마전에 끊었다.현재 술, 담배, 여자, 도박, 골프를 안하는 5금을 실천하고 있다.
=나이들면 기억력이 떨어지는 등 머리가 나빠진다.이 거 막을 방법은 없나."수학의 정석을 하루에 2페이지씩 계속해 풀면 머리에 녹이 안슨다.매우 추천하고 싶다.이 방법을 쓰다보니 내가 고교때는 몰랐던 걸 나이가 든 이후 저절로 알게 됐다.수학은 그래서 1단계는 외우고, 2단계는 이해하는 거라는 생각이다."
=고등학교 교육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인데."상위 30%에 속한 학생의 잣대를 70%의 학생들에게 들이대는 게 문제다.이러다 보니 많은 학생들이 도태되는 것을 먼저 배우고 그리고 좌절한다.개그맨 노홍철을 보자.그는 보통 기준으로 보면 반사회적 인격장애자,꼴통이다.실제로 의사로서 냉정히 볼 때도 아이큐 100도 안될 것같다.하지만 그는 TV 프로그램에서 대단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고 그게 바로 그의 능력이다.이렇게 사회에서는 그것을 인정받게 되는데 학교에서는 모든 것을 공부로 재단하고 제재를 가하니 교육이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 나온다.
=주식에는 어떤 계기로 뛰어들게 됐나."주식시장은 돈을 더 벌고 싶어하는 인간들의 치열한 본능과 욕망이 얽혀 있는 곳이다.이들이 왜 주식시장에 모이는가 하는 궁금증 때문이라면 해답이 될 수 있을 지 모르겠다.인간의 궁극을 이해하고 욕망을 이해하기 까지 주식을 계속할 생각이다.
=주식으로 돈따는 '나만의 비법'을 가르쳐 달라.(웃음)"비방을 가르쳐 주면 나는 어떡하나.주식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는 형체는 보인다.아마 10년 내지 20년이 지나면 얼굴이 보일지도 모르겠다.시장은 끝이 안보이는 것으로 생각한다.내가 주식에 쏟은 시간에 다른 공부나 책을 읽었다면 뭐가 됐어도 되지 않았을까.증시를 20년가까이 지켜보니 시장은 생각 보다 '센놈'이라는 느낌이다.어지간하면 맞장뜨지 말자는 생각이 든다.
=칼럼을 많이 쓰고 있는데 반응도 제각각일 것같다."세상은 작용과 반작용이다.어떤 사람이 날 고깝게 느낀다면 그가 고깝게 생각하도록 만든 이유가 있다.나를 싫어하는 스토커가 있다.블로그에 악플을 단다.그러나 지우지 않는다.반작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평소 입바른 소릴 잘해서 적을 만든다.이럴 필요 없는데...
=고생하며 살아왔다고 하던데."어릴 때 평화롭게 살다가 경찰 공무원이던 아버님이 돌아가시면서 가세가 기울며 고난의 세월을 보냈다.과외를 금지한 전두환 정부 시절에 대학을 다니느라 더 힘들었다.갈비집 불판닦는 아르바이트,심지어 게이바에서 아르바이트 한 적도 있다.촌놈 특유의 끈기로 열심히 해 거북이처럼 열심히 해 의사가 될 수 있었다.돈을 조금 번 지금 젊은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과거 고생만 뺀다면.
=살아가는데 가슴속에 새긴 모토가 있다면."아버지가 말단 공무원 생활을 한 탓인지 "나는 항상 을의 입장에서 생각했다.그러나 너는 갑으로 살아라"라고 말씀 하셨다.그래서 앞서 말한대로 의사 직업을 가졌고.모토가 그래서 갑으로 살자다.허나 갑은 혼자 스스로 해야하기 때문에 또 힘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