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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나비의 날개짓이 허리케인이 되다 [비지니스 인사이드]

몇해 전 베트남 출장 중에 바나나를 잔뜩 싣고 달리는 오토바이를 본 적이 있습니다.길이 10센티미터 정도의 작은 바나나 뭉치들을 오토바이의 뒤 쪽에 둥근 형태로 차곡차곡 싣고 묘기를 보이 듯 운행하는 모습이었는데요.

우리팀의 안내를 맡은 현지 가이드는 "저 오토바이에 실려 있는 작은 바나나가 실제로 베트남인들이 먹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보통 우리나라에 많이 들어오는 20센티미터 정도 크기의 바나나는 베트남에서는 원숭이 등이 먹는다고 하더군요."헉! 그렇다면 난 지금까지 동물 사료를 먹었다는 말인가?"가이드의 말이 진실인 지 여부는 지금까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 때 문득 이런 생각도 머리를 스쳤는데요.80년대 후반인가 90년대 초반인가 농산물 시장이 개방되며 대만 등 동남아 국가들의 바나나가 엄청나게 쏟아져 들어 왔었지요.당시 값이 비싸 먹기 힘들던 바나나를 실컷 먹을 수 있었는데요.국내 바나나 농가는 큰 타격을 받았지만.

아무튼 개방 초기 바나나 수입업체들은 경쟁적으로 한국 시장에 20센티 정도의 큰 바나나를 공급하며 큰 돈을 벌었던 것같은데요.그러나 시장의 힘은 무섭지요.시간이 지나면서 공급이 초과된 수입 바나나는 가격폭락 현상을 빚고 나중엔 부산항에서 통관을 하지도 않은 채 썩어 버리는 것들이 수두룩했다지요.

당시 이런 기억을 떠 올리자 갑자기 엉뚱한 상상이 들더군요."한국이 바나나 수입 개방을 했을 때 동남아의 원숭이들이 기아선상에 헤매지 않았을까?"원숭이들의 주식이라는 큰 바나나들이 돈벌이 목적으로 주로 한국시장으로 수출되면서 원숭이 먹거리가 부족했을 거라는 것이지요.오래전 외화가 부족했던 시절에 우리나라도 김을 일본으로 수출하면서 김 구경하기가 힘들었던 적이 있지 않았습니까?

웃기지도 않는 얘기를 이처럼 장황하게 한 것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애그플레이션'에 대해 말해 볼까해서 입니다.곡물의 가격이 폭등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에 인플레이션 우려를 낳고 있지요.

밀의 국제시세가 90%가까이 올랐다고 하잖습니까.그에 따라 국내 대표적인 라면인 신라면의 가격이 무려 15%(100원)나 인상돼 750원이 됐고요.가격인상 발표와 함께 라면 사재기 파동까지 벌어졌지요.

이런 걸 보면 현대 경제학에서 주목받는 '카오스 이론'의 기본 개념인 '나비효과(버터플라이 이펙트)'가 생각나는데요.나비효과는 베이징 나비의 날개짓이 태평양을 건너 북중미에서는 허리케인을 발생시킨다는 것이지요.아주 작은 원인이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가져온다는 뜻인데요.

미국산 밀 가격 폭등이 한국에서는 라면 사재기 파동을 초래했지요.약간 보태어 말한다면 동남아 국가들이 큰 바나나를 한국으로 수출하면서 그 영향으로 원숭이들이 굶주림에 시달린다는 터무니없는 상상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할까요.

한국의 라면 사재기는 앞으로 음식 사먹기 겁날 정도가 되는 '식탁의 공포'를 예고하는 대목이 아니겠습니까? 서민들 살기 정말 힘들어질 것으로 보입니다.요새는 거의 사용하지 않던 '앵겔지수(소득에서 차지하는 먹거리 투자비의 비중)가 얼마'니 하던 말도 부활할 것같고요.

먹거리의 기초인 농산물은 어떤 때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다가 어떤 때는 전략적인 상품(미국이 곡물 수출을 줄인다면 우리는 라면 원료인 밀을 어디서 공급받을까요)으로 둔갑하는 요물입니다.

허리케인, 베이징, 나비효과, 카오스이론, 애그플레이션
posted at 2008/02/21 14:28:00 댓글(0) l 트랙백(0) l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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