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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망자(亡者)의 온몸을 조심스럽게 이리 저리 뒤집으며 닦기 시작했다.
천속에 가려 그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손놀림이 여간 빠른 게 아니다.
몸닦기를 끝낸 그의 손에 들린 면도기는 목욕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싸구려 1회용이었다.
푸른색의 손잡이가 달린 면도기는 그래도 잘 드는 듯했다.
망자의 턱주변에 솟아있던 수염은 면도기의 움직임에 따라 깔끔하게 정리됐기 때문이다.
이제 그는 손에 로션을 묻힌 뒤 면도후에 깨끗해진 망자의 얼굴에 정성스럽게 발랐다.
무스를 묻혀 헝컬어진 머리에 바르기 시작했다.
곧이어 어디에 있었는 지 그의 손엔 빚이 들렸고 망자의 머리칼을 조심스럽게 다듬었다.
망자의 머리는 산사람의 것처럼 촉촉함과 함께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의 얼굴엔 한방울 두방울 땀이 맺혀 가고 있다.
"최선을 다한 뒤에 나타나는 결과가 바로 저 땀이겠지?"
그의 시선은 일이 진행되는 곳으로 집중돼 있다.
안경을 낀 그의 모습이 갑자기 성자처럼 보인다.
"저게 바로 예의로구나?"
그에게 존경심이 저절로 솟아난다.
모든 일이 끝난 뒤 침묵을 깨는 말을 했다.
아니 하지 않고선 도저히 배길 수 없었다.
"그런 정성을 쏟아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그의 대답은 짧았다.
"항상 최선을 다할 뿐이지요."
이날 난 생전 처음으로 죽은 이의 육신을 대했다.
아내의 아버지,나의 장인이다.
장인을 염하는 모습은 슬픔 이전에 신비한 체험이었다.
얼떨떨한 정신에서 치른 장인의 장례식은 "세상은 이렇게 흘러흘러 가는 것"이란 생각이 들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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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경기도 광명시에 있는 한 병원의 장례식장에서 있었던 장인의 염에 대한 기록이다.
그 때 태어나서 염하는 것을 처음 봤다.고교 2학년 때 선친께서 세상을 떠났지만 그 당시 나이가 어려선 지 두려워선 지 염에 참석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장인을 염하던 그 사람의 진지함에 감동을 느꼈던 기억이 선명하다.
한경닷컴 블로그에 오늘 올라온 사별과 관련한 포스트를 읽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사람이 죽어 이별한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지만 세월이 또 약인 모양이다.
그 슬픔은 시간이 흐르면서 가슴속에서 옅어지고 기억속에서도 얕아지는 까닭에서다.
수십년전 쯤 10대 시절에 어느 신문사 주필이 쓴 의아하게 느꼈던 칼럼이 머리속을 스친다.
"50년을 훨씬 넘게 살아오며 온갖 것을 뒤졌지만 아직도 정답을 찾지 못한 말이 있다.아니 영원히 알 수 없을 지도 모른다.문상을 갔을 때 상주에게 건네는 말이다.위로하기 위해 무슨 말을 하려고 하지만 항상 입안에서 우물쭈물 하고 만다."
부모 등 사랑하는 사람을 영원히 떠나보낸 상주에게 문상객이 무슨 말로 위로할 수 있으랴? |
제이와 에스님의 그런 기억보다는...
염이 끝난 후 옷을 입히고 가족들, 친인척을 불러서
관뚜껑이 덮어지기 전에 시신을 묶은 마디마디에 노잣돈을 꼽게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건 관뚜껑을 닫으며 꽂혀 있던 돈들을 눈 깜짝할 순간 수거해가던 손놀림이었습니다. 사자가 무슨 돈이 필요하겠습니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