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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권이 강남, 목동, 분당 등 7곳을 '버블세븐'으로 지목하고 이 지역 '때리기'를 진행했을 때 시중에 서울의 동(洞)이름과 집값을 연계시킨 블랙유머가 떠돌았는데요.
"동 이름이 한 자나 석 자로 이뤄진 동은 집값 상승이 더딘 낙후지역인데 각각 단 한 곳씩만 예외를 갖고 있다"는 거였는데요.
가령 세자리의 경우 가리봉동, 청량리동, 내발산동, 하월곡동 등이 거론됐고 한가지 예외지역이 강남 압구정동이었습니다.한 자인 곳은 창동, 묵동, 정동, 항동 등이 입에 오르내리고 예외로 목동이 꼽혔지요.
정권이 집값을 낮추겠다는 의도를 갖고 타킷으로 설정한 '버블세븐' 지역은 그 뒤에 아파트값이 내리기는 커녕 큰 폭으로 상승하는 역효과를 낳았는데요.정부가 의도한 바와 반대로 버블세븐=비싼 곳이라는 걸 공인해준 꼴이 되며 '오르는 강남과 제자리걸음 강북'이라는 사고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이 유머가 유행할 때 동 이름이 집값에 영향을 미친다며 봉천동 가리봉동 등 여러 곳에서 개명을 추진하기도 했지요.사람과 마찬가지로 땅 이름도 운이 작용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걸 느끼게 하던데요.
실제 우리나라 지명을 살펴 보면 고장의 이름과 최근에 발전하는 산업과 과학기술 등이 묘하게 매치되는 사례가 대거 발견됩니다.제가 한경 과학벤처중기부 데스크를 하던 2005년 10월에 주역에 능통한 오춘호 기자가 쓴 기사에 나타난 사례들을 살펴볼까요.

영종도에 있는 인천국제공항 전경
대표적인 게 전남 고흥(高興)입니다. 고흥은 '높은 데서 흥한다'는 뜻 그대로 현재 인공위성을 우주로 실어나를 발사체 기지가 건설 중입니다. 특히 우주센터가 들어설 고흥군 소재 섬인 외나로도는 바깥(外)으로 나는(나로) 섬이라는 의미를 지녔다고 합니다.
레이저기술 등 광(光)산업만으로 매출액 1조원대를 바라볼 정도로 발전하고 있는 광주(光州)는 예로부터 '빛고을'로 불렸지요.그래서 광 관련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광주로 몰려들고 있잖습니까.광주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손잡고 '솔라시티'를 추진 중이며 실제 이곳은 일조량이 많아 태양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로 꼽힙니다.
국내 최대 원자력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는 영광(靈光)은 '신령스런(靈) 빛(光)'으로 묘사되고 있는 원자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게 원자력계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한국해양연구소 해양시스템안전연구소가 자리잡은 대전의 장동은 예로부터 '배뜰골'로 불렸다고 합니다.유성산 중턱에 움막과 약수터,연못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이 '배뜰골'에 선박을 연구하는 연구소가 들어선 거지요.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선 영종도(永宗島)는 조선시대에는 자연도(紫燕島)라고 불렸으며 자줏빛 제비(紫燕)들이 왔다 갔다 하는 섬이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비행기들의 왕래를 예견한 셈이지요. 청주국제공항이 들어서 있는 지역의 이름이 비행기의 이·착륙을 상징하는 비상리(飛上里)와 비하리(飛下里)라는 것도 눈길을 끌만하지요.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단지가 있는 경기도 기흥(器興)은 '그릇(器)이 흥한다'는 뜻대로 과거 그릇(도자기) 산지로 이름 났던 곳이며 현대에 이르러서는 정보를 담는(저장하는) 그릇인 반도체가 흥하고 있습니다. 도자기와 반도체(실리콘)는 흙이 원료입니다. 삼성은 기흥의 이런 속뜻에서 용인시가 구흥((駒興)으로 지명변경을 하려 했을 때 애를 태우기도 했다고 합니다.
충남 당진군 행담도(行淡島)의 갈행(行)은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심한 백중사리에 갯벌의 물이 빠질 때 사람들이 육지에서 이 섬으로 걸어서 간다는 것을 뜻하고 물가득찰 담(淡)은 물에 잠긴 섬을 의미합니다. 섬 위로 다리(서해대교)가 생겨 사람이 오가고 인근의 평택항 준설공사로 바다 가운데 놓이게 될 것을 지명이 오래전부터 예고하고 있었다는 얘기기요.

서해대교 전경<사진=한국도로공사 홈페이지>
포스코가 있는 전남 광양(光陽)은 가장 뜨거운(陽) 빛(光)을 낸다는 의미입니다. 철을 녹이는 고로(高爐)가 들어서기에 안성맞춤의 장소가 아니겠습니까.
참고로 제가 태어나 자란 마을은 '편안하게 흥한다'는 의미의 '안흥(安興)'(충남 지역이 아님)인데 그 이름을 들을 때 마다 제 마음이 편안한 걸 보면 이름이 맞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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