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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진 오랜 빚이 있습니다.
결혼하며 그녀가 내심 원하던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하지 못한 것 입니다.
그것도 강산이 두 번 변한다는 20년 세월이 흐르도록 말이지요.
요즈음 같은 사회 분위기라면 장가도 못 들고 총각으로 늙어야 할 지도 모를 주머니가 텅 빈 사내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내에게 "살아가며 언젠가 꼭~"이라고 약속했습니다.
어제(10월 19일) 한 인터넷 보석전문 업체에 전화를 걸어 '다이아몬드 반지'를 주문했습니다.
오는 11월이 결혼 20주년을 맞는 달인지라 오래전에 한 '약속'을 지키기로 한 거지요.
하지만 마음속이 개운하질 않습니다.
아내에게 한 약속의 절반밖에 지키지 못하는 탓입니다.
주문한 다이아몬드 반지는 탤런트 이영애씨가 미국에서 비밀 결혼식을 올린 뒤 귀국길에 끼면서 유명세를 탄 이른바 '참깨 다이아' 반지인 까닭입니다.
모양은 아래 사진처럼 18K 화이트골드에 0.08캐럿의 그야말로 깨알만한 서브(멜리) 다이아몬드 하나가 셋팅된 겁니다.
가격은 60만원대 후반입니다.
아시다시피 서브(멜리)다이아몬드는 다이아몬드 원석에서 큰 조각을 살리고 남은 0.1캐럿 (지름 3mm, 무게 0.02g)미만의 알갱이 주변석을 지칭합니다.
시중의 원가로 따지자면 개당 1,500원에서 3만원대 수준에 머문다고 합니다.
때문에 이 다이아로 만든 참깨 다이아 반지의 경우 금은방에서 되팔려고 할 때 '다이아의 값어치는 없다고 보면 된다'는 게 보석 전문가들의 얘깁니다.
단지 링인 화이트골드 값 정도만 쳐 준다는 것입니다.
한 달전 쯤의 상황입니다.
이 블로그에 '이영애씨가 낀 참깨다이아의 가격을 알아보니'라는 글을 참깨다이아 반지 사진들과 함께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글을 본 아내가 제게 문득 이런 말을 하더군요.
"참깨다이아 반지 사진에 남성용의 '아도르' 제품이 매우 심플한 디자인이라 마음에 들던데 그걸로 20년 전 다이아 반지 해준다는 약속지키는 건 어때요?"
저는 즉답을 피한 채 거의 한 달간 고민을 거듭 했습니다.
싼 걸로 때우면서 약속을 지키느냐, 여유가 생길 때까지 좀 더 기다렸다가 보다 그럴 듯한 다이아반지를 해 주느냐를 두고서 말이지요.
그저께 아내가 넌지시 이런 말을 던졌습니다.
"혹시 김연아 선수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피겨대회에서 007 음악을 사용해 연기를 하고 마지막 권총 쏘는 장면을 연출할 때 검지에서 번쩍하고 빛나던 게 뭔 줄 아세요? 그 게 가톨릭의 묵주반지라고 해요. 제가 기도를 할 때 알을 돌리면서 사용하는 묵주와 같은 거예요. 그 반지가 아마도 김연아 선수를 항상 지켜주는 힘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예요."

<김연아 선수의 오른손 검지에 보이는 묵주반지,사진출처=한국경제DB>
아내는 김연아 선수의 묵주반지 얘기를 통해 전에 참깨 다이아몬드 반지를 해달라고 했던 말을 제게 상기시킨 겁니다.
저는 "그 다이아는 가치도 거의 없다던데..."라며 말꼬리를 흐렸습니다.
"가치가 뭔 대수예요. 20년을 같은 곳을 보고 살아온 '의미'만 담으면 되지요."(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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