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합친다해도 꼴랑 한 줌이나 될까요.지금까지 살아온 삶에서 의미있는 편린의 부피를 따지면 말입니다. 미미하고 보잘 것없어 보이는 인생의 작은 것들을 기억속에서 끄집어내 끄적거려 보았습니다.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을 거꾸로 뒤집어 살피기도 했습니다.신문 블로그에 존재하지만 기자블로그는 아닙니다. 제이와 에스
Today : 627 | Total : 3,020,725


skin by freelog.net

카테고리 '라이프 인사이드'에 해당하는 글 90건

'황우석'과 중2였던 딸의 황당사연 [라이프 인사이드]

2005년 말 부터 2006년 초에 걸쳐 대한민국 겨울을 뜨겁게 달궜던 황우석 박사 사이언스 논문사기 사건의 사법적 판단(1심)이 황 박사에 대한 불구속기소 이후 무려 3년여 만인 10월 26일 마침내 이뤄졌네요.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시피 1심 재판부는 황 박사의 논문조작 사실과 함께 정부지원 연구비 관련 사기와 횡령, 난자의 불법이용 등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지요.

재판 기간이 워낙 오래다 보니 이 사건에 대한 기억이 그리 또렷하진 않을 텐데요. 몇 개월 동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벌어진 치열한 논란 말입니다.

사실 당시 뜨거운 논쟁상황을 객관적으로 전달해야 할 위치에 서 있었던 저 마저도 이제는 그렇게 자주 쓰던 단어인 '줄기세포'란 말이 낯설게만 느껴지는 실정입니다.

어쨌든 저의 경우 '황우석'이란 이름을 신문 등에서 발견할 때 마다 딸내미와 관련한 씁쓰레한 기억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황 박사로 인해 지금은 고3(당시는 중2)이 된 딸이 마음의 상처를 입은 탓입니다. 그 상처는 '우상의 신화'가 깨질 때 생기는 충격파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딸은 지금은 거의 잊어버린 듯 하지만 당시엔 꽤 큰 충격으로 짐작합니다.

이야기는 2005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황 박사는 2004년과 2005년 5월 잇따라 미국의 세계적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체세포 핵이식 줄기세포 추출 관련 논문을 게재하며 국민적인 '영웅'이자 '우상'으로 떠올랐습니다.

때문에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언론 입장에서 특종과 낙종을 가르는 기사거리가 되는 실정이었지요.

당시 제가 일하던 신문은 10월초 10여차례에 걸쳐 이공계 위기탈출을 위한 해법마련과 관련한 기획시리즈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큰 문제로 부각된 이공계 기피 현상을 극복하는 대안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둔 것이었지요.

이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한 게 바로 '황우석 교수의 편지'였습니다.

대한민국 최대 뉴스메이커이자 우상으로 추앙받던 황 박사로 부터 청소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받아 게재한 것이지요.

'청소년들이 과학에 대한 꿈을 키워 대한민국을 빛내 달라'는 당부가 편지의 요지였습니다.

이와 함께 청소년들을 서울대에 자리한 황 교수 연구실로 초청해 만나는 시간을 갖도록 이벤트를 하고 이 사진을 찍어 1면 톱 자리에 큼지막하게 실었습니다.

"내 연구의 제2막은 청소년들의 몫입니다."라는 제목으로.

황 교수의 연구실을 찾은 청소년 중에는 당시 중 2인 제 딸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 기획을 하며 책임을 맡은 자의 작은 권한(?)으로 딸이 재학 중인 서울 목동소재 B여중의 과학반 학생 등 20여명을 초청한 거지요.

이 학교들에 전화를 걸어 학생들과 황 교수의 만남의 시간을 갖는데 학생들을 보내 줄 수 있느냐고 의사를 타진해 추진했습니다.

학생들에게 황 교수와의 만남 행사는 그 자체가 대단한 자랑이었습니다.

더욱이나 사진이 신문의 1면 톱을 장식했으니 참석한 학생들에게는 두고두고 남을 추억거리도 될 수 있었고요.

황 교수와 대화의 시간을 가진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그 학교에서 유명인으로 떠올랐다고 합니다. 물론 딸도 마찬가지였지요.

B여중의 교감선생님은 제게 전화를 해 1면 톱으로 나온 사진을 보내 달라고 하더군요.

이 사진은 확대되어 도서관 입구에 게시되었다고 합니다.

사진은 B여중의 '영원한' 기념물로 남을 듯이 보였습니다.

만약 '우상의 신화'가 깨지지 않았다면 말이지요.

하지만 이 행사가 이뤄진 지 몇 달도 가지 않아 황우석 박사의 논문은 거짓으로 판명되고 사이언스에서 퇴출되었습니다.

B여중의 도서관 입구에 내걸린 그 사진도 어느 순간 사라지는 신세가 됐다고 하더군요.

B여중의 교감은 황 박사의 논문이 조작됐다는 게 발표되는 날, 도서관 앞을 지나던 한 여학생에게 그 사진을 떼어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지시했다는 것입니다.

그 여학생이 바로 제 딸이었습니다.

며칠 후면 이 딸이 시험을 치르는데 어떨지...

황우석
posted at 2009/10/27 15:28:00 댓글(8) l 트랙백(0) l 스크랩
나의 스케쥴
 2009/11 
S M T W T F S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포토로그
최근 북마크
다녀간 이웃
블로그 이웃
새로 등록된 트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