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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회장과 술잔 기울이던 곳이 사라졌다오 [비지니스 인사이드]

<김승호 보령제약 회장이 기자들이 마련한 생일케이크의 촛불을 끄고 있다>

서울 중구 중림동 441.

한국경제신문사 빌딩의 주소입니다.

이 주소 주변에는 얼마전까지 해도 아주 낡은 건물과 오래된 한옥이 수십채 있었지요.

건물들엔 3천원이면 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던 값싼 밥집이나 술집을 겸한 식당 여관 제화점 등이 있었지요.

그런데 며칠전 이 곳의 재개발이 시작되면서 건물과 한옥이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오늘(2008년 5월 13일) 한경사옥의 창을 통해 내려다 보니 '그 자리에 그것들이 있었다'하는 것을 증명하는 콘크리트 잔해 더미만이 보이네요.

 

<사진=최수부 광동제약 회장이 자서전에 서명을 한 뒤 선물하고 있다>

느닷없이 한경 주변 건물에 대한 재개발 얘기를 꺼낸 건 한국경제 출판 자회사인 한경BP가 출간한 책 때문입니다.

타이틀이 "사장님 소주 한잔 하시죠"인데요.

한국경제 기자들이 기업의 CEO들을 초청해 소주잔을 기울이며 한담을 나눈 'CEO들의 세상사는 이야기'를 책으로 만든 겁니다.

편집국의 각 부서 기자들(10여명 정도 됨)이 총출동하고 그 부서가 맡고 있는 기업의 CEO와 만나 집단 인터뷰를 한 거였지요.

인터뷰에서 나눈 말은 많이 알려진 딱딱한 사업 얘기보다는 그 CEO가 살아오며 잘 알려지지 않은 인생 뒷얘기가 주 내용이었고요.

'취중진담''허심탄회' 이런 말이 딱 들어맞을 것같습니다.

근데 이 인터뷰가 이뤄진 장소가 지금은 재개발로 사라진 중림동 441번지 주변의 허럼한 식당이었지요.

술은 소주가 기본이었고(시간이 흐른 뒤엔 거의 대부분 소주+맥주인 소폭으로 발전했지만) 안주는 삼겹살이었지요.

이 책에서 다뤄진 김승호 보령제약 회장,최수부 광동제약 회장,변대규 휴맥스 사장 등 3명이 저의 부서(과학벤처중기부)에서 인터뷰를 한 분들입니다.

당시 이 어른들을 모실 때 미안한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사진=벤처1세대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변대규 휴맥스 사장이 훈장을 자랑하고 있다>

이 식당들은 작은 골목으로 한참 들어가 있어서 재래식 화장실을 거쳐야 했기 때문이었지요.

그래서 이들을 인터뷰 현장으로 모실 때 "회장님! 지금부터 코를 막고 들어가셔야 합니다"라고 사전고지를 했지요.

김승호 회장이나 최수부 회장 일흔이 훨씬 넘었지만 젊은 기자들과의 대화를 상당히 즐겼습니다.

딸만을 둔 김승호 회장 아들두지 못한 거 섭섭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여기 젊은 기자들이 다 내 아들같은데 뭘..."이라던 말씀이 귓전에 멤돕니다.

최수부 회장은 식당 주인을 향해 "아줌마 주문한 삼겹살 빨리 안가져 오면 이 집 사버릴거야"라며 큰 소리치던 모습이 선하고요.

식당에서 먹은 1차 밥값은 얼마 되지 않아 기자들이 부담했고 2차 노래방을 가서는 회장님들께서 돈을 지불했습니다.

김승호 보령제약 회장, 최수부 광동제약 회장
posted at 2008/05/13 17:25:00 댓글(2) l 트랙백(0) l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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