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합친다해도 꼴랑 한 줌이나 될까요.지금까지 살아온 삶에서 의미있는 편린의 부피를 따지면 말입니다. 미미하고 보잘 것없어 보이는 인생의 작은 것들을 기억속에서 끄집어내 끄적거려 보았습니다.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을 거꾸로 뒤집어 살피기도 했습니다.신문 블로그에 존재하지만 기자블로그는 아닙니다. 제이와 에스
Today : 45 | Total : 3,075,293


skin by freelog.net
개인택시, 돈없어 나중에 주면 안되냐는 손님을 태웠더니... [라이프 인사이드]

올 들어 첫 추위가 몰려와 맹위를 떨치던 지난 화요일(11월 17일) 밤.

동료와 업무협의 차 설렁탕 집에서 소주를 곁들인 저녁식사를 한 뒤 지하철을 타기 위해 걷다보니 갑자기 마음 한구석에서 '귀차니즘'이 발동했습니다.

바깥 날씨의 한기와 함께 서서 40~50분 가량 지하철을 타야한다는 게 원인이었고요.

손님을 기다리고 있던 개인택시에 무조건 몸을 실었습니다.

택시를 이용하면 지하철보다 무려 10배 이상 비용이 들어가지만 귀차니즘은 그런 경제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못하도록 하더군요.

하여튼 목적지를 말하고 피곤한 심신을 달래기 위해 고개를 숙인채 혼자만의 시간속으로 빠져 들었습니다.

목적지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개인택시 기사 아저씨의 휴대폰이 울리며 오랜 정적을 깼습니다. 

이런 통화를 하더군요.

"아 그러세요? 그렇다면 제가 아내에게 연락해 확인한 뒤 잘못 송금한 돈을 다시 보내 드리겠습니다. 이 휴대폰 번호로 계좌번호를 찍어 보내주시고요."

통화를 끝낸 기사 아저씨는 "죄송합니다. 손님의 고요를 깨 버렸네요"라며 사과의 말을 하더군요.

"별 말씀을..."이라는 저의 반응에 기사 아저씨가 자신감을 얻은 듯 통화내용에 대한 추가 설명을 했습니다.

추위가 시작된 월요일인 어제(16일)밤 샐러리맨으로 보이는 40대 중반의 한 남자가 택시를 세우더니 갑자기 이런 말을 하더란 겁니다.

"아저씨! 지금 제 지갑에 돈이 한푼도 없는데 어디까지 좀 갈 수 있나요. 요금은 나중에 보내 드리면 안될까요?"

개인택시 기사는 순간 황당한 느낌이 들었지만 추운 날씨에 심하게 떨었던 것으로 보이는 그 남자를 태웠다는 것입니다.

그 양반은 그 자리에서 몇 대의 택시를 세워 이 같은 요구를 하다 퇴짜를 맞고 추워 얼어죽기 일보직전이었다고 합니다.

그 양반 택시를 오르더니 부들부들 떨었다고 하니 말입니다.

그리고 목적지에서 기사 아저씨는 그 남자에게 자신의 휴대폰 번호와 은행통장 계좌번호만 알려주었다고 하고요.

택시요금은 1만원 정도 나온 모양입니다.

그리고 잊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제가 승차한 그 시간대에 앞에서 소개한 내용의 전화통화를 한 겁니다.

통화 내용의 앞뒤를 맞춘다면 이렇습니다.

그 남자는 기사 아저씨의 친절에 너무 고마운 나머지 계좌이체를 통해 요금의 3배가량인 3만원을 보내려고 했다고 합니다. 근데 실수로 7만원을 보냈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건 실수치고는 좀 그렇다"고 생각했던지 택시 기사에게 전화를 걸어 4만원은 다시 보내달라고 한 모양이고요.

해맑은 표정을 가진 택시 기사 아저씨는 목적지에서 하차를 하는 제게 "세상 믿고 살면 손해날 일 없는 것 같아요"라고 했습니다.

귀차니즘 발동으로 1만3000원의 거금을 투입한 개인택시 승차에서 '믿음'이라는 소중한 의미를 되새길 기회를 얻었습니다.

개인택시, 휴대폰
posted at 2009/11/19 09:47:00 댓글(40) l 트랙백(1) l 스크랩
나의 스케쥴
 2009/11 
S M T W T F S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포토로그
최근 북마크
다녀간 이웃
블로그 이웃
새로 등록된 트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