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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우리나라가 IMF(국제통화기금)체제에 들어가며 공중 분해되기 전까지 대우그룹 계열사의 '빨대꽂이' 역할을 했던 대우중공업이 새삼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우중공업은 9년 전 워크아웃의 돌입과 함께 청산됐지만 이 회사가 남긴 자식들인 '대우조선해양'과 '대우종합기계'의 운명이 최근 엇갈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생 격인 대우종합기계는 2004년 두산그룹 집안에 입양돼 성과 이름을 완전히 바꾸고(두산인프라코어) 그럭저럭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반면 형격인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입양을 시도하던 한화그룹 집안에 갑자기 불어 닥친 '돈가뭄'의 영향을 받아 입양 자체가 무산돼 버리는 날벼락같은 사태를 맞았습니다.

'살모사'처럼 자신 생명을 버리며 탄생시킨 자식들의 운명이 이처럼 갈리는 모습을 지켜볼 어미 대우중공업의 안타까움을 어떨까요. 열 손가락 깨물어 안픈 손가락이 없다는 데...
대우중공업을 모태로 해 태어난 두 회사의 희비교차를 보면서 기업 간 인수합병(M&A)에서도 어쩌면 '궁합'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란 느낌입니다.
결과적으로 '대우+두산'의 조합은 맞았는데 반해, '대우+한화'의 조합은 맞지 않은 탓입니다.
사실 두산과 한화는 국내 M&A 시장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베테랑'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두산그룹의 경우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하기 전에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을 사들인 적이 있었습니다.
한화도 이번 대우조선해양 인수시도에 앞서 우려곡절을 겪긴 했지만 '대한생명'인수라는 큰 경험을 갖고 있었지요.
하지만 대우중공업 파생 회사들에 대한 인수 과정에선 두 그룹의 운은 다르게 작용했습니다.
두산은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할 때 팬택 등과 경쟁을 벌이긴 했지만 그다지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들인 이후 제 식구로 재빠르게 변신시켰습니다. 매입가격도 1조7천억원대로 비교적 괜찮았다는 평가였고요.
두산은 뒤에 두산인프라코어를 앞세워 세계 최대의 기계회사인 미국 밥켓을 인수하는데도 성공했습니다.
이를 놓고 보면 두산+대우는 궁합이 비교적 잘 맞았다고 할 만 하지요.
그렇지만 한화의 경우 이번에 대우조선해양의 인수추진에서 운이 썩 따라주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인수 경쟁에서 상당히 센 강적들인 포스코 GS그룹 현대중공업 등과 치열한 경합을 펼치다 보니 가격에서 결코 싸지 않은 6조원을 훌쩍 넘는 액수를 써 넣었습니다.
게다가 대금 지불할 시기를 앞두고 예상치도 못한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급작스런 변고로 인수대금 마련에서 결정타를 맞기까지 했고요.
결국 한화+대우는 적절한 궁합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앞서 대우중공업이 그룹의 '빨대꽂이' 역할을 했다는 건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식민통치를 맞기 전까지만 해도 국제적으로 높은 신용도를 바탕으로 계열사들이 자금을 차입하는 든든한 돈줄 역할을 했다는 뜻입니다.
당시 대우 계열사들이 돈 빌릴 일이 있으면 싼 이자를 물 수 있는 이 회사가 대신 차입하거나 보증을 섰다고 합니다.
또 대우중공업은 부실기업인 대우자동차(현 GM대우)의 소형차 생산라인도 떠맡아 대리 생산도 했던 실정 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