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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이 내린 11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그림입니다.>
오늘 (11월 20일) 서울 지역에 첫 눈이 내렸습니다.
많은 이들이 첫 눈을 보며 이제는 가슴속에만 남은 아름다운 옛 추억을 떠올리며 애절한 심정에 젖기도 했겠지요.
하지만 첫 눈이 올 때면 떠올리기 조차 싫은 기억으로 인해 괴로움에 떠는 이들도 있는 모양입니다.
주변 지인이 이런 사람인데요.
사랑하던 사람으로 부터 차인 아픈 기억 때문이냐고요?
아닙니다.
몇 해 전 첫 눈이 오기 한달 전쯤 광적으로 매달렸던 취미인 '낚시'를 위해 구입한 4륜구동 SUV차량인 트라칸으로 인해 발생된 씻을 수 없는 '굴욕' 때문입니다.
오늘 첫 눈이 오는 것을 지켜보던 지인의 설명에 따르면 사건이 생긴 그 해의 당일에 첫 눈 치고는 조금 많이 온 편이었다고 합니다.
서울 연신네동에 살던 그는 눈이 내리는데도 불구하고 트라칸을 몰고 퇴근 길에 나섰다고 하고요.
독립문을 지나 무악재 고갯길에 다다르니 많은 차량이 줄지어 서 있더란 겁니다.
낮은 고바위 길이긴 하나 쌓인 눈으로 인해 차들이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던 거지요.
일부 운전자들의 경우 차 바깥에 나와 담배를 뻑뻑 피우며 내리는 눈을 원망스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기도 했다고 하고요.
이 때 '대륙을 달리는' 4륜구동 신차 트라칸 소유자인 지인은 1차선으로 빠져나와 슬금슬금 앞으로 전진해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차로 무악재 고개를 넘어설 과감한 시도에 나선 거지요.
눈길을 달릴 수 있는 4륜구동의,그 것도 신차였으니까요.
속으론 "뭔가 보여주지" 하는 자만심에 가득차 있었고요.
그 순간 수많은 운전자의 시선이 지인의 트라칸에 꽃혔습니다.
일부 운전자의 경우 부러움을 가득담고 있었고요.
지인은 1단 기어를 넣고 슬슬슬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한 순간 멈칫하면서 차가 팽그르 돌아버렸습니다.
그리고 대기중이던 차량들과 얼굴을 비스듬히 마주 대하는 아주 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고요.
동시에 자신의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수많은 야릇한 화살들.
"4륜구동도 별수 없네."라고 하는 듯한.
겸연쩍고,쩍팔리고,수치스럽고,부끄럽고 하여튼 얼굴을 들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거지요.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갔으려나.
지인은 휴대폰을 꺼내 견인차를 부른 뒤에야 겨우 뒷수습을 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지인은 지금도 첫 눈이 내리는 날이면 '나 마이 아파'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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