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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안토니오를 목적지로 한 미국의 저가항공사 사우스웨스턴항공의 737기가 방금 달라스공항을 이륙해 제 고도를 확보했습니다. 곧 이어 기장의 안내 방송이 기내에 흐릅니다.
"승객 여러분! 오늘도 어김없이 저희 사우스웨스턴항공을 이용해 주신데 대해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실 기장 '로버트'입니다. 기내에서는 금연입니다. 그러나 부득이 담배를 피워야 겠다는 분은 비행기밖 테라스로 나가 주십시오. 그곳에서 잠시 후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상영할 예정입니다."
기장의 유머를 섞은 금연방송이 나올 때 승객들의 반응이 어떨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최소한 찡그리고 화내는 사람은 없겠지요.

<그래픽자료출처=한경경제DB>
이같이 승객들에게 '재미'를 주는 펀(Fun)경영으로 유명한 미국 할인항공사 사우스웨스턴항공이 2008년 2분기에 3억21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고 합니다.이 성과는 69분기 연속(약 18년) 흑자 달성이며 미국 증권시장에서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라고도 하고요.
이에 따라 사우스웨스턴항공사는 전세계 항공사들로 부터 '경이롭다'는 반응과 함께 시샘어린 눈길을 받고 있습니다.
알다시피 올 들어 석유 값이 배럴당 최고 150달러에 육박할 만큼 치솟으면서 지금 전세계 항공업계가 비명을 지르고 있잖습니까. 대부분 항공회사들이 흑자는 커녕 적자폭을 줄이는데 안간힘을 쏟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지요.
급등한 유가로 인해 미국의 6대 항공사가 2분기에 총 60억달러의 적자를 냈다고 하지요. 우리나라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도 힘들어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 않습니까.
항공업계의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사우스웨스턴항공만은 독야청청 나홀로, 그것도 증권시장에서의 예상을 뛰어넘는 흑자를 냈다고 하니 주목받지 않을 수 없겠지요.
외신들은 도대체 그 비결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분석하는데 호들갑을 떨고 있고요.
외신보도에 따르면 사우스웨스턴항공의 흑자는 자신들이 사용할 항공유의 80%를 적정한 가격에 미리 헤징(위험분산)해 놓은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고 합니다.
사우스웨스턴항공은 이런 헤징을 통해 작년 원유를 배럴당 50달러에 구입했다는 것인데요. 이 헤징가는 지난해 원유의 연평균 가격인 72.34달러의 69%에 불과한 거고요.
올해도 이 회사의 헤징가는 지난해 보다 겨우 1달러 상승한 51달러라고 합니다. 최근의 원유가가가 130달러 내외라는 점을 고려할 때 얼마나 싸게 사는 셈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이 회사 경영자들의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라고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겠지요.
더욱이 이렇게 싸게 들여오는 원유가는 다른 항공사들과 차별화하는 사우스웨스턴항공만의 경쟁력으로 작용한다는 얘긴데요.
사우스웨스턴항공은 다른 항공사들이 고유가 타개를 위해 폐쇄한 노선을 마구 인수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것도 시세보다 훨씬 싸게 사고 있겠지요.
또 타항공사들이 항공료를 인상하거나 수하물에 수수료를 부과할 때 사우스웨스턴만은 그대로 유지하는 정책을 쓰고 있고요. 고객들이 당연히 이 항공사로 몰릴 수 밖에 없는 셈이지요. 그러니 이익이 안나고 배기겠습니까.
사우스웨스턴항공의 불황기 성공신화는 국내 기업들에게도 시사하는 게 많아 보입니다.어려운 시기가 올 것이라고 보고 미리 준비해 둔 것(헤징)이나 위기상황을 기회로 활용(타항공사의 노선 인수)하는 것 등이 그렇습니다.
사우스웨스턴항공의 최근에 기록하고 있는 이런 경영적 성과는 유머스런 조종사의 금연안내 방송과 같이 고객들에게 '재미'를 제공하는 '펀경영'에서 비롯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입니다. 펀경영은 어려울 수록 힘을 발휘하니까요.
이 회사 조종사들은 비행 중 "이 비행기는 현재 항로를 잃고 있습니다.그러나 목적지까지 도착 시간은 예상보다 훨씬 빨라질 것입니다."라는 멘트도 한다고 하네요.
물가는 오르고 임금은 줄고 제품은 안팔리는 어려운 때입니다. 하지만 만면에 미소를 지어 보는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요.웃는 낯에 침뱉지 못한다고 하는데 이러면 또 세상의 기운이 달라지지 않을까 합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1971년 6월에 허버트 켈러와 로린 킹이 미국 텍사스주 달라스 러브필드에서 3대의 737기로 설립, 달라스, 휴스턴, 산안토니오를 오가는 할인항공사로 출발했다. 대도시 주변의 지방공항들을 직항노선으로 운항하며 선착순 좌석제,티켓 자판기로 발권, 티켓없는 탑승. 더블 마일리지 등 획기적이고 승객에게 재미를 주는 경영을 도입해 승승장구하고 있다. 비행기도 취항지의 특색에 맞춰 737기 기체를 범고래 모양으로 도장한다든지 미국적 향토색이 짙은 각 주의 상징들의 문양을 넣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