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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출 중소기업들이 미국 달러값이 떨어질 위험을 회피해볼 요량(환헤징 hedging)으로 가입한 은행의 금융파생상품에 큰 화를 입고 있습니다.
이른바 KIKO 사태로 인해 한해 매출이 6000억원에 이르는 삼성전자 협력업체 태산LCD가 영업이익을 내면서 환손실로 인해 흑자도산하는 사태가 발생했지요.
게다가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인해 최근 달러값이 폭등세를 보이고 있어 KIKO사태로 인한 중소기업들의 손실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니 걱정입니다. 위험 회피 수단이 되레 더 큰 위험을 초래한 셈이고,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 꼴이라고나 할까요.

<삼성전자의 소울폰>
어제 한 모임에서 기업 관계자 등과 이같은 환헤징과 관련한 대화 도중 흥미로운 얘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국내 최대 수출기업인 삼성전자의 외환 관련 정책에 관한 것인데요.
같은 날 삼성전자의 한 임원이 외환관련 세미나에서 외부에 공개한 내용입니다. 골자는 '삼성전자는 환헤징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고요.
삼성전자 임원은 이 세미나에서 "5년 정도의 기간을 놓고 볼 때 환헤징을 하나 안하나 그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말했다는 게 한 대기업 관계자의 전언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어 추가적인 내용을 붙이지는 못하지만 현 시점에서 삼성전자의 '무(無)환헤징' 사례는 충분히 생각해 볼만한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오랜 수출과 수입 경험을 통해 쌓은 노하우인지라 현실적으로 수긍이 갔기 때문입니다.
실제 우리나라 환율은 외부의 미세 충격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등락을 거듭하는 게 특징으로 꼽힙니다. 현재 우리 원화 값이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지만 언제 또 오름세로 돌아설지 누구도 장담을 못하는 게 현실이고요.
환율의 움직임을 장기간 놓고 보면 어떤 평균선(연중 이 평균선을 추정하는 작업이 기업에서 가장 핵심이겠지만)을 보인다는 게 삼성전자의 무환헤지 배경이 아닐까 추정합니다.
환헤징에 나선다 하더라도 투입 비용이나 인력운용 등이 만만찮을 것이고요. 이 때 KIKO사태 처럼 의외의 결과로 인해 큰 손실이 생길 것을 예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삼성전자의 외환 관련 정책이 외부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런 까닭에 이번 임원의 발언은 굉장히 조심스러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공개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 내부적으로 적잖은 고심을 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현재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워낙 환헤징과 관련한 피해가 커지고 있어 국내 최대 수출기업으로서 가만 두고 볼 수만 없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짐작되고요.
만약 원화대비 달러 값이 떨어지는 국면에서 '환헤징를 하지 않고 있다'는 삼성전자의 정책이 외부에 알려졌다면 엄청난 비난에 직면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과론만을 놓고서 언론 등에서 동네북을 만들어 버렸을 겁니다. 아마도 이런 제목이 달렸겠지요. "1류 기업이라더니 환헤징도 안하는 원시 기업이었네."
삼성전자의 무환헤징에 대해 "그 회사야 매년 큰 폭의 흑자를 내고 내부 유보금도 엄청나니까 그럴 수 있다"고 지적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