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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께서는 '전봇대'라고 말하면 무엇이 연상되나요?
짐작컨대, 요즈음엔 상당수가 '규제'라는 뜻을 먼저 떠올릴 듯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에 "전남 대불공단내의 전봇대가 대형 선박 블록을 움직이는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전봇대라는 말이 '탁상행정의 표본'이나 '기업 규제의 상징어'로 급속하게 확산됐지요.

<사진=한국경제신문>
신문은 제목 등에서 '규제=전봇대'라고 통상 쓰고 있고 독자들도 그렇게 이해를 하는 분위기입니다.
어떻게 보면 전봇대가 방해한다,가로막는다,저해한다는 뜻에 딱 부합합니다.도로를 따라 걷고 있을 때 앞을 가로막는 커다란 원통형의 철근콘크리트구조물이 시선을 방해한다는 것을 느끼는 경우가 잦지 않습니까?
제 경험으론 논 한가운데 우뚝 선 전봇대가 소를 이용한 논갈이나 모심기에서 매우 불편하게 하던 기억이고요.물론 그것이 호롱불에 의존하던 시골을 밝혀준 고마운 존재이긴 하지만요.
그런데 전봇대가 이처럼 규제의 동의어처럼 쓰이는데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진 분들이 있다는 걸 최근에 이해했습니다.
사회가 얼마나 다양한 이해집단으로 구성돼 있는지와 동전은 항상 양면을 가졌다는 것을 또다시 느꼈다고나 할까요.
전봇대를 다루고 있는 한전이지요.
얼마 전 이 회사에서 20년 이상 근무했다는 한 독자분이 언론의 이런 보도태도를 비판하는 기고문을 보내 왔습니다.
이 독자는 "전주(전봇대)는 내 땅 근처에는 세우지 말라는 민원을 뚫고 천신만고 끝에 세우게 되고 어떠한 사정이 있어도 딴데로 옮기는 게 거의 불가능한 숙명을 타고난 것"이라고 하소연했습니다.
그는 특히 언론이 표준어인 '전주' 대신 통속적인 '전봇대'(전봇대도 표준말임)라는 표현을 고집해 전주가 가진 순기능이 묻혀버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전주는 지구상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이라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보기 흉한 전주 대신 지중화를 통해 공급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이를 위해선 도로를 파야 하는데 허가관청이 지역민원을 의식해 허가 내주는 것을 꺼린다는 설명입니다.이 방식은 무엇보다 전주를 세우는 것보다 10배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이 독자는 이런 저런 사정을 외면한 채 언론이 규제를 말할 때 마다 '전봇대'라고 표현하면서 전주의 역기능을 부추기는 듯한 태도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그는 전기공급을 위해 불철주야 이런 고생을 감내하는 한전 직원들의 사기를 꺾는 이런 무차별적인 용어 사용의 재고를 간곡하게 요청했습니다.
이 독자의 지적을 보면서 오래전 대중탕과 달리 퇴폐 서비스가 이뤄지는 욕탕을 일반적으로 말할 때 쓰던 '터키탕'이 생각나는데요.
여성으로 기억되는 주한 터키대사가 기고문을 통해 '왜 터키탕인가'라고 지적을 하며 이 말이 일시에 사라졌지요.
무심코 연못에 던진 돌에 맞은 개구리는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전봇대가 새삼 깨우쳐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적을 반영한 듯 일부 언론에서는 '규제'를 상징하는 말로 전봇대 대신 대못이라고 바꿔 쓰고 있습니다.하지만 많은 언론이 여전히 전봇대를 사용하고 있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