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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다가온 "더 오래 마시기 위해 술 마시는 걸 줄였다"는 말 [라이프 인사이드]

"더 오래 도록 마시기 위해서 술 마시는 걸 줄였다."

지난 금요일 밤 최근 나이 탓인 지 건강에 부쩍 관심을 쏟고 있는 벗이 술자리에서 한 얘기입니다. 그는 몇 달 전 어느 날 30년여의 흡연습관을 버리겠다고 선언한 뒤 어떠한 유혹에도 끄떡없이 유효성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금연선언은 솔직히 따라갈 자신감이 없어 그냥 지켜보기만 했는데 그 벗의 '금주 한다'가 아닌 '절제 한다'는 이 말은 제 머리 속에서 '띵' 하는 충격으로 다가 왔습니다.

마시던 술이 확 깨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그 말에 담긴 의미가 지금까지 들었던 어떤 것보다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었기 때문입니다. 꼽 씹어 보면 볼 수록 말이지요.

더욱이 최근 들어 지속된 술자리로 인해 왼쪽 흉부 아래쪽 배에서의 통증이 가시지 않아 "뭔가 안좋다"고 느끼고 있었던 까닭이기도 했고요. 추정컨대 위벽이 헐어버린 게 아닌가 합니다.

사실 젊거나 건강에 자신감을 가졌을 경우라면 폭음이 몸의 모든 부문을 해친다는 '정보'를 접해도 무심하게 대하는 게 보통 입니다. 만약 언론에서 다룬 기사를 보더라도 속으로 "그렇구나. 폭음을 피해야 겠다"고 느끼곤 곧 잊어버리는 게 다반사일 거고요.

고백하자면 제 경우가 이런 유형의 인간에 가장 심하게 부합되는 게 아닌가 합니다.

1990년 1년여 간 건강의학 담당을 했을 때 강북삼성병원의 한 가정의학과 교수를 만나 '연말 술자리 3일 연속되면 안 되는 이유'라는 기사를 쓴 경험도 있었기 때문 입니다.

당시 기사 내용을 전부 기억하지는 못하겠는데 대충 이렇습니다. 술을 분해하는 기능(해독작용)을 맡은 간은 이틀정도는 큰 무리 없이 작동하지만 3일 연속 근무는 무리라는 얘기가 골자입니다.

3일째 되는 날 간이 이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사람 몸속에서 극미량만 생성돼 아주 귀한 재산으로 불리는 'RNA(리보핵산)'가 대신 동원된다는 거고요. 다른 유용한 곳에 쓰여야 할 RNA가 엉뚱한 곳에 투입되는 상황을 초래하게 돼 사람의 몸이 축나는 결과를 빚는다는 원리인데요.

그 교수는 또 3일째 되는 날 소주를 마실 경우 단맛이 나고 되레 많이 마셔도 취하지 않게 되는 현상은 우리 몸과 소주가 친화력이 생긴 탓이라고 했습니다. 내 몸과 나쁜 소주가 일체감을 느낀 것이지 결코 몸이 정상이거나 건강해서가 아니라는 얘기 였습니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아마도 제가 현재 느끼고 있는 복부의 통증과 같은 이상이 발생했다는 걸 경고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폭탄주가 뇌에 끼치는 악영향에 대해 강연까지 받았습니다. 성균관대의대 서울삼성병원 신경과의 나덕렬 교수로 부터인데요. 다음은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이른바 전두엽으로 불리는 앞쪽 뇌는 동기센터, 기획센터, 충동억제센터의 3가지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뇌혈관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등 잘 보호해야 한다. 뇌혈관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선 폭탄주를 절대 마시지 마라.

폭탄주의 경우 앞쪽 뇌의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세포를 망가지게 하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사람이 충동적으로 변하게 된다."

아무튼 벗으로부터 '오래 마시기 위해 술을 줄였다'는 말을 들은 뒤 며칠간 저의 음주 역사와 습관을 진지하게 돌이켜 보았습니다.

기억해 보건대 제 음주의 역사는 초등 시절부터 시작됐더군요. 막걸리에 단맛을 내기 위해 사카린(암유발 물질로 지금은 퇴출된)을 타 마시던 것에서 시작해 중학교 2학년 때 아주 심하게 취한 경험이 있었고요.

동네 3학년 선배들의 졸업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멋 모르고 막걸리 맥주 소주 샴페인을 섞어서 짬뽕으로 마셨던 기억입니다.

집으로 향하며 아무리 정신을 차리려 해도 안 되더군요. 마치 땅이 불쑥 솟아 제게 다가오는 것을 느꼈고요. 다음날 솥에 가득 끓여놓은 콩나물국을 먹고 콩나물이 숙취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술과 친해진 저는 20년여 직장 생활을 하며 술이 없으면 비즈니스가 안되는 것으로 인식해 왔습니다. 생면부지의 외부인과 인간적인 교감을 위해서는 반드시 술이 매개가 돼야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원칙은 결과를 놓고 볼 때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는 것 같습니다.

이를 통해 매우 절친한 사이로 발전하고 지금도 달라지지 않는 경우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상당수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랜 역사의 음주가 제게 남긴 나쁜 습관은 부지기수로 꼽을 수 있습니다.

"술만 마시면 말이 많아진다. 그 말들은 대체로 쓸데없거나 책임지지 못할 것이 상당수 포함된다. 특정 주제를 갖고 어떤 이와 대화를 하다가 막히면 내 논리를 관철시키기 위해 우기게 된다. 가끔 술에 취해 집으로 가는 방향을 잃는다. 택시타고 지갑을 잃어버렸다. 기억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과거에 만났던 이를 알아보지 못한다. 인내력이 없어졌다. 핑계를 댄다. 아랫배가 나왔다. 등등등."

제게 현재 술이 가져다 준 가장 좋지 않는 걸론 '몸이 안좋다'는 것이 꼽힙니다.

이 순간 "더 오래 마시기 위해 술 마시는 걸 줄이겠다"고 되뇌어 봅니다.

음주, , 숙취해소, 나덕렬 교수, 앞쪽뇌, 금주, 절주
posted at 2008/12/29 16:03:00 댓글(1) l 트랙백(0) l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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