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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 아빠인 나-엄친아 함정에 빠진 속물이더라 [라이프 인사이드]

"XX엄마! 나도 결국 '엄친아 함정'에 빠진 속물이더라."

며칠 전 퇴근길에 한잔한 소주로 인해 취기가 높은 상태에서 집에 도착해 제가 아내에게 횡설수설 던진 자탄입니다.

남의 자식이 잘 된 모습을 보니 무의식중에 제 자식과 비교하면서 '엄친아 학부모'가 되어 버리더란 겁니다.

배경은 이렇습니다.

이날 점심 때 만난 경찰직에 재직중인 고향 친구로부터 수능시험을 치른 아들 얘기를 들었습니다.

재수를 한 이 친구의 아들이 열심히 공부한 덕인지 이번 수능시험에서 전 과목 1등급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아 어느 대학의 학과든 합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어려웠다고 알려진 수리에서도 매우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고 하고요.

이과인 친구아들은 우선 현재 최고 인기학과인 치대나 한의대로 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친구에게 "아이 참 잘 키웠다. 그 녀석 이 근처 학원에서 공부한다고 하더니 정말 노력 많이 했구나"며 진심어린 축하를 했습니다.

이와 함께 아들의 학과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으니 다각도로 분석해 보기를 권했습니다.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엔 어떤 전공이 자신 인생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는 거지요.

이러면서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현역 대한변리사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이상희씨가 아들에게 들려준 학과 선택 컨설팅을 얘기해 줬습니다.

이상희씨는 지금은 세계적 컨설팅회사에 재직 중인 아들이 고교 재학중 법학을 하겠다는 걸 말리고 대신 전자공학을 택하도록 설득했다고 합니다.

지금도 인기가 높긴 하지만 당시 사법고시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때였지요.

이상희씨는 아들에게 "네가 사회생활을 시작할 쯤이면 법관은 차고 넘칠 것이다"며 "가을 옷입고 겨울 날 것이냐"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지금 변호사도 밥 벌어 먹기 힘들다는 말이 나오고 있지요.

그런 측면에서 현재 인기가 높은 치대나 한의대 분야가 과연 영원히 각광받을 수 있을까 깊이 생각해 볼 문제라고 했고요.

또 기피 대상이 될 정도로 인기가 떨어진 이공계 대학이 향후 10년 뒤에도 계속 기피대상이 되고 있을까란 문제도 토론해 봤습니다.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를 나와 벤처기업 휴맥스를 창업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킨 변대규 사장은 "지금 우수한 학생들이 이공계를 간다면 졸업할 때쯤 경쟁력이 매우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공계에서 조금만 뛰어나도 두드러지지 않겠냐는 얘기지요.

저는 특히 머리 좋은 아들이 좋은 공과대학을 나와 국내외 대학에서 MBA(경영학석사)과정을 밟을 경우 이상희씨 아들처럼 희귀성 등으로 인해 최고 엘리트로 크지 않을까란 대안도 제시해 봤습니다.

하여튼 선택은 그 친구와 친구아들의 몫일 겁니다.

무엇보다 공부 잘하니 다양하게 진로에 대한 분석과 토론이 가능한 것이었겠지요.

그러나 이런 얘기를 주고 받으면서도 저의 마음 한켠으론 '부럽다'는 생각이 들면서 반주로 곁들인 소주 맛이 떨어지는 '질투심'이 인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내년에 수능 시험을 치를 제 딸과 비교하면서 말이지요.

더욱이 수리과목이 달리는 딸과 그 친구 아들의 얻었다는 수리 점수가 눈앞에서 아른아른 하면서 '한숨'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똑똑한 친구 아들 얘기를 들으니 엄친아 함정에 빠진 제 속물근성이 여지없이 모습을 드러나고 말았던 거지요.

엄친아, 재수생, 수험생, 수능시험
posted at 2008/11/22 13:33:00 댓글(74) l 트랙백(1) l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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