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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대현 한양대 엔터테인먼트학과 교수의 인간개발연구원 주최 강연>
삼성경제연구소가 조사 발표하는 ‘국내 10대 히트상품’에서 지난 5년 동안 1위 품목은 디지털포토(2003년), 싸이월드(2004년), 청계천(2005년), 판교아파트(2006년), UCC(2007년)다.이들 중 판교아파트만 제외하고 모두가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것이다.사용자 제작 콘텐츠(UCC), 차이나 펀드, 김연아와 박태환, 사극(대조영, 태왕사신기),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무한도전, 옥수수수염차, 원더걸스, BB크림, 와인 등의 순서로 집계된 2007년 10대 히트 상품도 마찬가지다. 차이나 펀드와 CMA를 제외한 나머지 역시 ‘엔터테인먼트’ 상품의 범주에 속한다.
엔터테인먼트가 대중문화, 미디어, 레저, 관광뿐만 아니라 전 산업 분야로 광범위하게 확장되고 있다. 요즘 선진국의 일류 은행들은 고객에게 이자를 지불할 때 ‘돈’으로 직접 주는 대신 유기농법으로 생산한 식품을 준다.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엔터테인먼트’를 이해하지 않고는 기업을 경영할 수 없는 시대다.매년 한국인 1350만명이 해외여행을 떠나고, 엔터테인먼트산업의 연 매출이 60조원에 이른다. 한국이 세계 11위의 수출대국이긴 하지만 제조업 수출액의 45%가 부품이나 원료 값 명목으로 일본과 중국 등으로 빠져나간다.
그렇다면 한중일 삼국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일본이나 중국과의 경쟁에서 한국이 분명하게 확보하고 있는 비교우위는 ‘빠름’이다. 한국인은 천성적으로 빠르다.그러다 보니 IT와 디지털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이 과정에서 두드러진 키워드는 융합(Convergence)이다.
사실 창조(創造)는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신의 몫이다. 인간에게 창조란 이미 만들어진 것들을 융합하는 능력일 따름이다. 다만 누가 더 빠르게 융합하느냐의 문제가 남아 있을 뿐이다. 실제로 창조의 ‘창(創)’ 자는, 창고 ‘창(倉)’과 칼 ‘도(刀)’로 구성돼 있다. 즉 창고에 있는 많은 것들을 칼로 썰어 쓰라는 뜻이다. 이미 확보한 뛰어난 IT 기술에 이 ‘빠름’의 장점을 연결해 탄생시킨 것이 바로 와이브로나 DMB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한국의 비교우위는 컨텐츠다.여기서 컨텐츠=재미+스토리텔링+체험+감동의 등식이 성립한다.똑같은 제품이라도 더 재미있고 스토리텔링의 요소를 갖춰야만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다.거기에다 체험과 감동의 요소가 결합되면 가장 중요한 킬러컨텐츠가 되는 것이다.
유럽에 가면 로렐라이 언덕이나 오줌 누는 동상이 있다. 그런데 외형적으로만 보면 별로 볼 것 없는 시시한 이것들을 보기 위해 매년 수백만명의 관광객이 몰려온다.벨기에의 오줌 누는 동상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은 350만명이나 된다.여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로렐라이 언덕과 오줌 누는 동상에는 누구나 공감하는 보편적 스토리다.
물론 한국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전국에 산재한 수많은 특산물 중에서 남성들에게 가장 잘 팔리는 것이 복분자(覆盆子)다.이 술을 마시면 요강이 뒤집어진다고 해서 잘 팔린다.이게 바로 스토리텔링이다.다만 스토리는 너무 길거나 복잡하면 안 된다.
구글 창업자 에릭 슈미트 회장은 ‘재미와 정직’을 모토로 내걸어 성공했다.그는 직원들을 재미있게 만들어줘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구글에는 12가지 종류의 음식을 무료로 제공하는 직원용 식당이 있다. 이 식당의 음식은 미국 전역에서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직원이 회사로 초청한 손님도 자유롭게 먹을 수 있다. 회사에는 이밖에도 당구장, 미장원, 병원 등의 편의시설이 설치돼 있다. 원하는 사람은 애완견을 직장에 데리고 와서 일할 수도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근무시간의 20%는 멋대로(?)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하는데도 구글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직원들의 기분이 좋아지니, 고객에게 최선을 다했던 것이다.
일본의 미라이공업도 ‘엔터테인먼트’를 회사 경영에 적극 도입해 성공한 사례다.미라이공업은 ‘먼저 쉬고 싫증나면 일하라’는 모토 아래 직원들에게 무려 140일의 휴가를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경상이익은 15%씩 늘어나고 있다. 일본 기업 평균인 3.5%의 4배를 넘는 수치라고 한다.
이 회사의 창업주 야마다 아키오 사장은 76세의 고령에다 평소의 초라한 복장에도 불구하고 확고한 세계관과 기발한 아이디어 등으로 속이 꽉 찬 인물이다. 젊은 시절 연극 마니아였던 야마다 사장은 ‘직원 배우론’이라는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다. 배우가 일단 무대에 오르면 관객과의 대화는 감독의 소관이 될 수 없듯이, 고객과의 대화는 사장이 아니라 온전히 직원의 자세에 달려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렇기에 야마다 사장은 직원이 먼저 감동해야 고객도 감동할 수 있다는 원리를 신봉한다.
인건비라는 용어를 절대 사용하지 않는 미라이공업은 직원들에게 월급 외에도 ‘일할 기분’까지 준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 회사가 내놓은 150가지의 신상품 중에서 단 한 개도 다른 회사와 같은 것이 없다고 한다.<인간개발연구원 이메일 정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