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쯤 잘 정리해보고 싶은 주제였는데 아쉽게 지난주말 느낌이 오는 바람에 이 정도밖에 정리를 못했습니다.글은 느낌이 왔을때 아니면 잘 안써져서 말이죠.
오늘은 노무현과 이명박에 대한 얘기입니다.두 대통령과 그들의 정부는 정반대인듯한데 생각보다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욕하면서 배운다고 했던가.
요즘 이명박 대통령을 보면서 떠오르는 생각이다.
그렇게 욕하던 노무현 전대통령의 오류와 전철만 골라서 복습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물론 그들의 차이는 크다. 컨텐츠의 수준도,정책의 깊이도,진실성 면에서도)
두 사람드이 가장 큰 공통점은 인사 스타일이다.
노무현 정부 5년간 인사의 키워드는 코드와 회전문이다. 코드 인사는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단어가 돼 버렸고 회전문 인사는 여기서 그만둔 사람 저기다 쓰는 일종의 돌려막기를 말하는 것이다.
MB정부에서도 마찬가지다.코드인사는 더 이상 거론할 필요조차 못 느낀다. 코드인사보다 훨씬 질 나쁜 인사를 하는 것에 대한 한나라당과 청와대 내부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는 것은 이미 공지의 사실이기 때문에.
회전문인사는 사실 집권하고 시간이 좀 지나야 나오는 말인데 벌써 나올만 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국회의원 떨어진 사람들 6개월간 다른 자리에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본인이 말한 것 같은데..지금은 그 사람들 여기저기 밀어넣고 있는 것이 안쓰럽기조차 하다. 그들이 누구인지 이름을 대는 것도 식상할 정도의 상황이 되버리고 말았다.
둘째는 전선을 너무 넓히고 있다는 것이다.
노무현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인수위 시절 이렇게 말한적이 있다. “DJ정부는 너무 많은 전선을 펼쳐 역량을 소진했다”.
헌데 그는 그말에 자신이 빠져들었다. 검사면 검사,교사면 교사,보수면 보수,언론이면 언론 등
전선을 마구 마구 넓혀 간 끝에 그는 집권 1년이 채 안돼 스스로 말했듯 레임덕에 빠지고 만다.
MB는 어떤가.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다. 정권초기 지지율이 한자릿수까지 떨어지는 기록이 말해주고 있다.
우선 인수위때부터 교육과 관련된 황당한 정책이 쏟아지며 수많은 학부모와 교사들,심지어 학생들을 지치게 했다.
대운하는 환경단체는 물론 교수들까지 나서서 반대했고 결국은 다시 주워담고 말았다.(요즘은 이걸 슬쩍 꺼내들려고 또 만지작 거리는듯 하지만.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대운하를 공약에서 뺐을때 그 수준을 알아보긴 했지만)
쇠고기 문제는 더이상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리고 인터넷에 대한 통제로 수많은 네티즌들의 등을 돌리게 하고 있다.
MB물가지수라는 걸 만들어 시장주의자들의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고.
방송장악 의도는 언론계와 시민단체들을 들쑤셔 놓았다. 환율정책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런가 하면 공기업 개혁한다고 감사원 내세워 한바탕 뒤집어놓고 수많은 공기업 직원들도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물론 의도는 좋았다. 하지만 그 의도가 자기사람 심기위한 불순함이었다는 게 곳곳에서 나타나면서 애초의 의도에 대한 긍정적 평가마저 갉아 먹었다.
공무원들이 등을 돌리게 만든건 가장 큰 패착이다.공무원은 윽박지르면 움직인다는 언제때 생각을 지금도 하고 있는건지는 잘 모르겠다.
셋째는 과거에 대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노무현이 이런말을 한적이 있다.“나는 새시대의 첫물인줄 알았는데 구시대의 끝물이었다”
그는 그만큼 과거와 단절하고 싶었던 것이다.처음엔 인수위에 공무원을 한명도 넣지 않으려고 할 정도였으니..
하지만 그 부작용은 곳곳에서 일어났다.결국은 후반기로 가면서 어쩔수 없이 후퇴하고 만다.
MB는 더 심하다.노무현이 해온 것을 모두 부정해 버리는 것이 마치 선인양 생각하는 듯하다.
집권하기 전에는 그게 가능했다.실제로 MB 대통령 당선의 일등 공신은 노무현이란 말이 사실인듯하다.노무현을 부정함으로써 MB는 자신의 약점을 감췄고 그 덕에 당선됐다.물론 되고나서 밑천이 드러나고 있긴 하지만.
하지만 노무현이라는 강력한 인물이 그토록 두려웠던가. 그 시대에 있었던 것은 다 지워버려야 하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듯하다.그래서 부처 개편도 하고 청와대도 개편했다. 똑같은 일을 하는 조직이나 시스템의 이름도 바꿔버리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하지만 결과는 어떤가?
얼마전 식사 자리에서 현직 청와대 한 인사가 말했다.“막상 없애고 나니 너무 불편하다”. 그말을 들은 전직 고위관료가 한마디 했다. “그렇지요? 무슨 조직이 만들어졌을때는 그 이유가 있었을텐데 그걸 좀 살펴보고 해도 늦지 않았을텐데...”.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졌던 부서와 갈등조정을 위해 만들어졌던 조직들을 다 해체해버린 것에 대한 얘기다.그래서 요즘은 어떤가? 청와대는 하나씩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가고 있다.
앞으로도 더 만들게 분명하다.임시방편을 아예 정책 기조로 삼고 있는 듯한 정부인데 일 생기면 당연히 만들지 않겠나 싶다.
사람에 대한 강박관념도 마찬가지다.오죽했으면 MB가 자신의 최측근 중 한명을 불러 감사원장으로 가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을까. 이유는 한가지였다. 감사원을 통해 노무현 정부가 심어놓은 사람들을 모두 들어내고 싶었던 것이다.
넷째는 모든 책임을 다 대통령 스스로 짊어져야 하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노무현 집권 초기 하이라이트는 역시 검사들과의 대화였다.당시 유명했던 말은 “한번 해보자는 겁니까?”였다.
이 사건은 노무현 정부 내내 대통령이 직접 나서 포화를 맞는 계기가 됐다.모든 정책의 책임은 대통령이 지는 구조를 만든 것이었다.그 결과는 탄핵까지 이어졌다.
MB도 마찬가지다.모든 정책은 MB로 귀결대는 것은 맞다.하지만 만사가 그래서야 어디 대통령이라 할수 있는가.그러니 항간에 이 과장,이 대리 얘기가 나오고 대통령 되고 한일은 전봇대 두개 뽑은 것이 전부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현재 청와대 보좌진들이나 장관들의 능력이다.그들의 수준은 권력을 분산하고 책임도 분산함으로써 리스크를 관리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어쩌면 MB 본인의 리더십과도 관련이 있는듯하지만.권력의 분산을 싫어하는.그러니 모든 MB정부 정책의 반대구호에는 ‘MB퇴진’이 따라붙을수 밖에.
현재 상황은 노무현이 탄핵으로 몰렸던 상황과 아주 유사하다.물론 탄핵을 불가능하지만 국민의 마음을 잃어가는 과정이 비슷하다.
다섯째는 과도하게 이념적이라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문제가 됐던 것중 하나는 갈라치기다.정치권은 물론 국민까지 내편 네편으로 나뉘게 만들었다는 지탄을 받았다.
그말이 맞다고 치면 MB는 어떠한가?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한 MB의 생각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모든 일에 배후가 있다고 생각하고,(국민들 앞에 사죄하고 뒤에서는 딴소리하고)
정책을 반대하기만 하면 좌파로 몰아가고. 오래전 많이 보던 레파토리들이 10여년만에 다시 튀어나오고 있다.
이 대목은 약간 기대밖이다. MB가 박근혜보다는 덜 이념적일 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그래서 이념보다는 실리를 추구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기대는 기대일뿐이었나 보다. 이념도 아닌 뭘 추구하는지 잘 모르지만 외교에서건 어디서건 얻은 것은 거의 없다.
그리고 그 문제에 대해 뭐라고 말만 하면 좌파타령이시니.
이데올로기란 말이 어울릴지 모르지만 그의 사회관은 ‘나를 따를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 정도로 나뉘어져 있는 것 같다.
대통령이 되기전에는 한 정파의 보스일지 몰라도 된후에는 국민들의 아버지인 것을.딴 말하는 자식도 내자식인 것을.
여섯째는 말에 대한 것이다.
노무현의 가장 큰 단점중 하나는 거침없는 말이었다. 대통령의 권위를 깎아내리는 듯한 말들로 기존 주류사회의 정서적 반발을 샀다. 체신이 없다는 것이었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부 내내 노무현의 입에 대해 공격을 퍼부었다.그래서 오죽 했으면 노무현의 최대의 업적은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별거 아니라는 것을 인식시켜줬다는 얘기까지 나왔을까.물론 이 대목은 좀더 깊이있게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긴 하다.좀 시간이 지난후에라도.
MB는 그걸 피할줄 알았다. 헌데 뚜껑을 열어보니 비슷하다. 아니 더한지도 모른다.
촛불집회 과정에서 일어난 장면중 하나가 떠오른다.
어느날 MB가 말했다. “촛불집회에서 촛불을 사는 돈은 도대체 어디서 났는지 알아보라”고. 그 일을 보도한 언론사는 MB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이 아니라면 서러워할 회사다.
그 말은 수많은 사람들을 자극했다.마케팅이라고 하면 흥행에 또하나의 요소를 만들어준 셈이다.
뿐만 아니라 영혼없는 공무원 이란 말은 수많은 공무원을 분노 또는 절망에 빠뜨렸고,강부자 고소영 내각이라고 일컫는 그들이 내뱉은 주옥(?)같은 말들은 국민들에게 상처를 줬고, 부메랑이 되어 정권초기 지지정서의 근저를 흔들어버렸다.
일곱번째는 국민을 가르치려 한다는 것이다.
노무현은 자신의 정책을 국민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대단히 안타까워한 듯하다. 장기발전을 위해 초석을 쌓는게 중요한데 국민들은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을 원했다.
그래서 노무현이 찾은 방법은 홍보와 공개였다.정책을 이해못한다고 생각했는지 국정홍보처를 만들어 홍보에 열을 쏟았다.
물론 홍보처를 장악했던 사람들은 말그대로 구시대의 끝물이었기 때문에 이마저 지탄의 대상이 됐지만. 그것도 모자라 과거 대통령만 볼수 있던 국정관련 주요 보고서들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공개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정치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일텐데..실패였다.
MB는 절대 노무현에 뒤지지 않는다.국민을 섬기겠다고 했는데 최근 헛발질한 것들을 보면 섬기는 게 아니라 "나를 따르라" 수준이다.저항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인데 말이다.
상황이 이러면 소통이 될리 만무하다. 잘 되게 하려고 가르치는데 말을 안듣는 아이들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과 무슨 소통을 할수 있겠는가.
이밖에 욕하면서 배운 많은 것들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
중앙일보였던 것 같다.어떤 논설위원의 이런 글을 썼다.기억이 정확치 않지만 취지는 그랬다.
“노무현 정부는 거꾸로 가서 그렇지 방향이라도 있었다.이명박 정부는 이리갔다 저리갔다 와보면 제자리다”.
노무현 정부가 거꾸로 갔는지 앞으로 갔는지에 대해서는 앞에서 말한대로 논란의 여지가 있다.그것만 빼면 매우 적절한 지적일 듯 싶어 인용해봤다.
이쯤에서 마케팅하는 사람들의 말이지만 귀기울일만한 한 대목이 문득 생각난다.
“제품의 성능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객들의 마음속에 그 제품이 어떻게 각인돼 있는가 하는 점이다.”
MB에게 길을 묻고 싶지 않은 국민들은 날로 늘어간다.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그 시작은 MB라는 브랜드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한 국민들의 마음을 읽는 것이다.
과거 MB를 대통령까지 오르게 만들었던 그 마케팅 팀들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계신지.그나마 그 팀은 국민의 마음을 읽고 그 마음을 얻어 MB를 대통령의 자리에 올려놓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