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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글을 쓰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나는 대부분 신문이라는 매체에 대한 한계를 느꼈을때나,아이디어가 떠올랐을때 그리고 열받았을때 셋중 하나였던 것 같다.첫째와 셋째는 본질적으로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오늘은 지난 금요일 삼성전자가 10년내 세계 1위 전자업체가 되겠다는 황당한 비전을 발표했을때 썼던 글을 올린다.이유는 그날 기사에는 ‘삼성전자의 전략’ 또는 ‘삼성전자의 야망’이 제대로 담겨있지 않았다고 생각해서다.
 참고로 대부분 기자들의 글은 데스크 과정을 거쳐 훨씬 더좋은 글로 재탄생하지만 때로는 난도질을 당해 망가지기도 한다.

 

삼성전자 40년은 도전의 역사로 불린다.아무도 성공하지 못할거라고 했던 반도체사업이 첫번째였고 휴대폰,TV 등 미국 일본 유럽이 3분해온 세계산업의 지도를 바꿔놓는 전자사업의 역사에 대한 도전이 두번째였다.도전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삼성전자는 두번의 도전끝에 ‘세계 최고의 제조기업’ 반열에 올라섰다.
 마흔살의 삼성전자는 세번째 도전장을 던졌다.10년내 지멘스를 제치고 매출 4000억달러(최근 환율기준 473조원)를 올려 세계 1위의 전자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나아가 브랜드가치는 5위,존경받는 기업은 ‘탑10’안에 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이날 삼성전자가 내건 새로운 슬로건인 ‘Inspir the World,Create the Future(미래사회에 대한 영감,미래 창조)’에 나타난 미래를 향한 또다른 도전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그때도 비웃었지요”
10년전인 1999년 11월2일 오전.삼성전자는 창립 30주년 행사를 맞아 미래계획을 발표했다.내용은 ‘10년후 매출 100조원을 달성해 세계3위의 IT업체로 도약하겠다’는 것이었다.삼성전자 매출이 겨우 30조원을 넘었고 반도체외에는 이렇다 할 대표상품도 없었을 때였다.그런 상황에서 발표된 야심찬 계획에 대한 세간의 반응은 냉담할 수밖에 없었다.삼성 관계자는 “10년내 매출 100조를 달성하겠다고 했을때 언론과 재계의 반응은 한마디로 비웃음이었다.흔히 말하듯 목표는 그냥 선언일뿐이라고 생각하는듯 그래 한번 해봐라라는 투였다”고 회고했다.하지만 삼성전자는 약속을 지켜냈다.작년 120조원을 넘어섰고 지멘스에 이어 전자업계 2위에 올랐다.특히 이런 성장이 특검과 잇따른 재판,삼성공화국 논란 등 사회적 질시,이건희 전회장 퇴진에 따른 리더십 공백 등을 넘어서고 이뤄냈다는 점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날 삼성전자가 10년내 매출을 올해보다 4배이상으로 늘리고 세계1위의 전자업체가 되겠다고 발표한데 대한 반응은 10년전과는 사뭇 다르다.목표는 더 크게 잡았지만 ‘삼성이라면 혹시 할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반응이 많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이 이뤄낸 실적으로 봤을때 불가능하다고 말하기 힘들것 같다”고 말했다.삼성 관계자는 “수많은 기업들이 목표를 내세웠지만 삼성전자처럼 이를 실적으로 보여준 회사는 많지않다.삼성이 갖고 있는 또하나의 힘,‘실행 능력’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컨버전스 시대의 정복자를 향해.
 삼성은 이런 목표를 이뤄내기 위한 마스터플랜도 내놨다.가장 앞세운 것은 “기존사업에서 경쟁우위를 더욱 확고히 하겠다”는 것이다.메모리반도체와 LCD,TV,휴대폰 등 세계 1위권 사업은 “압도적 시장점유율과 이익률을 달성하겠다”는 얘기다.
 당연하게 들리는 말이지만 이 속에는 ‘승자독식’의 구조를 더욱 확고히 함으로써 경쟁자들을 ‘일어서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강력한 전략이 담겨있다.메모리 반도체가 대표적이다.가장 앞서있는 DDR3 기술을 통해 높은 수익을 올리고 여기서 나오는 수익을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집중투자해 두발 앞서감으로써 시장이 커지지 않아도 ‘승자의 파이를 키우는 전략’을 쓰겠다는 것이다.TV도 LED TV 경쟁력의 우위를 한껏 활용해 경쟁자들의 시장을 빼앗아 오겠다는 구상이다.또다른 구상은 브랜드의 활용이다.TV,휴대폰을 통해 얻은 ‘정상의 브랜드파워’를 앞세워 생활가전,컴퓨터,프린터 사업을 강력하게 밀어붙여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미래사업에 대한 구상은 ‘디지털시대의 리더에서 컨버전스시대의 리더로’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삼성이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는 전자사업에 다른 신사업을 융합시켜 다른 기업들이 흉내낼수 없는 신수종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삼성은 이같은 사업후보군으로 헬스케어,바이오칩,태양전지,의료기기 등을 꼽았다.
 이들 상품을 단순히 제조해 판매하는 제조업에서 벗어나 소프트파워를 기반으로 새로운 수요와 신시장을 창출해 낼수 있는 솔루션사업으로 발전시켜 가겠다는 구상이다.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도 이날 기념사를 통해 “초일류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내에서 이뤄지는 이노베이션이 아니라 고객의 새로운가치를 창조하는 개척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속도 더 빨라진다.
 삼성전자는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존 조직문화로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개방과 창조’란 카드를 제시했다.연구개발은 P&G가 하는것처럼 각종 연구기관 및 다른기업과 제휴를 통해 외부 역량과 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택했다.또 내부적으로는 경직된 ‘관리의 삼성’에서 탈피해 창조적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마스터플랜 준비에 착수했다.미래지향적인 성과보상시스템을 만들고 외국 및 여성인력 채용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현재 45%수준인 해외인력 비중을 10년후에는 65%선으로 확대하고 한국에서 근무하는 외국인도 850명에서 2000명까지 늘려 조직에 새바람을 불어넣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삼성전자의 청사진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넘어서야 할 산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주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석유메이저와 금융,소매(월마트) 업종을 제외하고 순수 제조업에서 200조원을 넘어선 회사는 지금까지 도요타밖에 없다고 말할 정도로 단일업종으로 200조원을 넘는 것은 힘든일”이라며 “삼성전자가 이 벽을 넘어서기 위해 조직문화를 어떻게 바꿔가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반도체와 가전사업에 최적화돼 있는 조직문화를 더욱 창의적인 문화로 바꿔가야한다는 것이다.삼성내에서도 “하드웨어 성공의 역사에 매몰되지 않고 소프트파워를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와함께 이건희 전회장 퇴임 후 생긴 리더십의 공백을 메우고 떨어져가는 조직원들의 ‘삼성’에 대한 로열티를 회복하는 것도 중대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또 일각에서는 단일 기업으로 400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거대공룡이 아닌 효율적 조직체계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