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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랜만에 M&A 얘기다.
 금호그룹이 결국 대우건설을 되팔기로 했다.이번 결정은 은행이 압박했다는 게 중론인듯하다.아니 금호가 스스로 판단했다고 하더라도 한국 기업사에서 의미있는 사건임은 분명해 보인다.
 2000년대중반 한국 기업사를 멋지게 장식했던 M&A 열풍이 비로소 수습국면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그렇다.또 버블의 형성과 붕괴 그리고 정상화라는 자본주의 고유의 순환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삼성의 자동차사업 진출 등 90년대중반 과잉 설비투자 열풍은 외환위기가 닥치자 기업들에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왔다.그래서 당시 30대 기업중 절반이 넘는 회사들이 부도가 났다.무분별한 확장경영이 경기후퇴기에 철퇴를 맞은 것이다.이는 외환위기후 구조조정을 통해 해소됐다.
 이번에도 90년대 중반 과잉설비투자가 M&A로 바뀌었을뿐 양상은 비슷하다.2000년대중반 한국산업계에 불었던 M&A광풍의 후유증은 이제는 먹은 대어를 다시 뱉어내는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한 셈이다.
 묘한 것은 적극적으로 M&A에 나섰다가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기업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세가지다.첫째는 당초 쇼핑 리스트에 없던 기업을 샀다는 점이며 둘째는 이를 위해 엄청난 차입을 일으켰다는 점이고 셋째는 투자금 회수전략(exit plan)이 없었다는 점이다.
 ‘대우건설 하이마트 밥캣 까르푸 극동건설 프리즈미안’.이 기업을 먹은 회사들은 다 체증에 시달리고 있다.
 우선 금호다.금호는 아시아나항공 금호고속 금호렌터카 등을 갖고 있는 회사다.금호는 물류기업으로서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2000년대초부터 대한통운이라는 회사를 노리고 있었다.결국은 성공했다.하지만 2006년 계획에도 없던 대우건설을 덜컥 사들였다.그것도 7조원에 육박하는 엄청난 돈을 들여서 말입니다.무리하게 인수하려니 값은 비싸게 주고 차입도 많이 일으켰고 차입에 대한 조건(풋백옵션)도 가혹할 수 밖에 없었다.결국 대우건설 인수로 그룹 전체가 흔들리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이마트를 인수한 유진기업도 마찬가지다.유진기업은 처음 하이마트가 매물로 나왔을때 인수를 검토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등이 확실치 않아 이를 포기했다.하지만 2007년 다시 매물로 나오자 이를 덥썩 받아먹었다.1조9000억원에 이르는 인수자금중 상당부분은 차입을 했고 하이마트를 비싸게 매각한 외국계펀드는 높은 수익을 확보할수 있었다.
 M&A의 강자인 두산도 미국 밥캣에 발목이 잡힌 케이스다.두산은 밥캣이 당초 두산의 쇼핑리스트에 있었다고 주장한다.하지만 두산은 처음 밥캣 매각이 진행되는지도 몰랐다.그만큼 진지하지 않았거나 리스트에 없는 것과 다름없는 수준이었다.그래서 인수전에도 뒤늦게 참여했다.뒤늦게 참여한 사람이 인수할 수 있는 방법은 가격이었다.그래서 두산은 높은 가격에 밥캣을 사들였다.그것도 모자라 이후 증자를 통해 조단위의 돈을 밥캣에 쏟아부었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차입이 이뤄졌고 그 부담으로 두산은 채권단 관리 직전까지 가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웅진도 마찬가지였다.론스타가 인수해 알짜는 다 빼먹고 남은 극동건설을 6000억원이나 주고 막판에 사들였으니 회사가 그 후유증이 큰 것은 당연할수 밖에 없다.
 대한전선은 말할 것도 없다.전선사업만으로는 절대 흔들림이 없던 회사인데 명지건설 남광토건 온세텔레콤 프리즈미언(유럽 전선업체)까지 그야말로 마당발처럼 기업을 인수해댔다.온전할리 만무한 셈이다.그래서 작년말부터 본사사옥 팔고 계열사 사옥까지 팔수 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회사를 인수한 후 자금을 어떻게 회수할지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다.아마도 일부 회사들은 먹은 회사들을 더 토해내야 사태가 진정되지 않을까 싶다.
 어떤 일이건 왜 그것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답을 얻은 후에 실행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그건 사람이나 기업이나 다 마찬가지인 듯 하다.

2주전쯤인가 글을 썼는데 게으른 탓에 이제야 글을 올립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화룡점정(畵龍點睛)입니다”
 불과 수개월전 일이다.두산그룹 한 간부가 한 말이다.대우조선 인수는 두산그룹이 경공업 그룹에서 중화학공업 그룹으로의 변신을 완성한다는 의미였다.자신감도 있어 보였다.그럴만도 했다.
 90년대 중반부터 두산은 어려웠다.외환위기 이전부터 위기를 직감하고 계열사와 공장 매각에 나섰다.외환위기가 터지기 전 이미 OB맥주 서울공장,코카콜라,3M,코닥,네슬레 등의 지분을 팔아버린 상태였다.외환위기가 터진후에도 본사사옥과 케이블TV,두산씨그램 등의 주식을 매각했다.
 세간에는 “포목상으로 출발한 회사가 포목상으로 돌아갔다”는 얘기도 나왔다.두산그룹의 모태는 1896년 설립된 목상 포박승직 상점이었기 때문이다.의류상이 밀집해 있는 동대문 ‘두타’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팔어버린 것을 빗댄 말이다. 
 하지만 두산은 잔뜩 움츠린 채 발톱을 세우고 있었다.
 때가왔다.공기업 민영화방침에 따라 2001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이라는 매물이 나오자 이를 과감히 낚아챘다.이를 위해 그룹의 상징이었던 OB맥주 지분도 처분했다.이어 고려산업개발(현 두산건설)과 굴삭기업체인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를 연달아 먹는 식욕을 과시했다.그동안의 비워놓은 배를 충분히 채운 듯 했다.하지만 부족했던 것 같다.두산은 작년 소형 기계업체인 미국의 밥캣을 인수,중후장대형 그룹으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이제 대우조선만 남은 셈이었다.대우조선은 플랜트와 LNG선 건조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회사다.두산 입장에서는 최고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가 눈앞에 와 있었다.
 하지만 두산은 결국 용의 눈에 점을 찍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이유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다.M&A를 통한 성장에 따른 자금난,미국 밥캣의 취약한 재무구조에 따른 부담 등이 거론된다.하지만 이 가운데는 최근 한국 경제계에 불고 있는 ‘M&A 노이로제’현상이 그 한복판에 있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시장은 과도한 차입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금융감독원까지 나서서 M&A를 위한 차입에 대해 경고를 하는 일도 있었다.
 M&A 노이로제 현상은 광범위하다.대우조선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현대중공업 LS 한화의 주가는 바닥이 어딘줄 모르고 흘러내렸다.과거 M&A를 통한 성장을 추구해왔던 금호아시아나,STX그룹도 마찬가지다.회장,사장이 나서서 아무리 문제가 없다고 해명해도 시장은 믿어주질 않는다.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앞다퉈 M&A 포기를 종용하기까지 한다.
 그야말로 세상이 순식간에 변했다.작년까지만 해도 가장 효율적인 성장전략으로 꼽혔던 M&A가 이젠 경계의 대상이 되어버렸다.세계적인 경기후퇴와 금리인상에 따른 자금부담 우려가 노이로제를 만들고 있다.
 물론 일시적인 부담이 커질수는 있다.일부 기업들은 뒷탈도 예상된다.먹고 체한 것이다.
 하지만 M&A시장에 뛰어든 기업들이 모두 차입금에 대한 이자를 못갚은 수준은 아니다.또 일부 기업들은 향후 몇년간 수천억원의 이익은 아무 문제없이 거둬들 일수 있는 수주까지 해놓고 있다.하지만 증권업계는 이런 평가는 하지 않는다.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원래 그런 사람들일지도 모른다.배당과 주가가 더 중요한 사람들이다.장기적인 기업의 비전은 두번째,세번째 혹은 아주 뒷전인지도 모른다.
 M&A는 기업의 역사로 보면 아주 긴 여정이다.이 긴 장정을 지금 한국 사회는 너무 짧게 들여다보고 있는 것같다.M&A를 하면 마치 회사는 당장 과도한 차입에 따른 어려움에 처하고,채무상환 요구에 시달리고,주가는 떨어질 것이라는 공식이라도 서 있는 듯 하다.
 한번쯤 다시 생각해봐야 할 시기가 온듯 하다.GE,화이자,GM 등 세계적 기업들의 역사도 대부분 M&A를 통한 성장의 역사였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