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삼성'에 해당하는 글 2건

오늘은 아침자로 썼던 기사에 대한 얘기입니다.
 어제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 인듐셀레나이드라는 이상한(?) 소재를 개발했다고 보도자료를 냈습니다.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아파 후배에게 기사를 떠넘기려고 했습니다.하지만 실패로 돌아가 제가 직접 쓰게 됐지요.종합기술원에서도 기자들이 무슨말일지 모를까봐 직접 와서 설명까지 했습니다.
 기사에 나온대로 인듐셀레나이드라는 소재는 자동차나 전자제품에서 발생하는 열을 전기로 바꿔 재사용할수 있는 물질입니다.지금까지 세계에서 개발된 소재중 가장 효율성이 높다는 걸 검증받았습니다.기분 좋은 소식이지요.저희처럼 노트북을 하루종일 켜놓는 사람들은 당장 상용화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헌데 의문이 들었습니다.전자업체가 왜 소재까지 개발해야 했을까.전화를 들고 물었습니다.
 “전자업체가 소재까지 개발해서 어디다 쓰시려 합니까”
 전화를 받은 사람은 이상완 종합기술원장이 했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습니다.
 “삼성이 LCD 판매 세계 1위다.하지만 정작 높은 수익을 올리는 기업은 LCD에 들어가는 다양한 소재를 납품하는 일본 회사들이다”
 이상완 원장은 삼성전자 LCD를 세계 1위로 올려놓은 LCD 신화의 주인공입니다.
 그가 신화를 일궈낸 후 내린 결론은 어쩌면 한국의 산업은 여전히 조립산업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것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었습니다.LCD에 들어가는 수많은 소재를 일본에서 들여다 이를 조립해 파는 삼성전자의 화려한 세계1위 타이틀의 이면에는 엔화가 조금만 올라가도 수익이 급격히 감소하는 아픔이 있었던 거지요.그걸 뼈저리게 겪은 이 사장은 종합기술원장에 취임한 후 소재개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이번 인듐셀레나이드 개발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이면에 깔려 있는 삼성의 고민이라는 얘기입니다. 즉 소재산업이 취약한 한국의 산업구조에 대한 본질적 문제의식을 말하는 것이지요.
 현재 각종산업에 사용되는 소재의 80%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는 게 삼성측 얘기입니다.이런 상황에서 엔고 현상이 발생하면 한국기업들에는 뭐가 남는지를 생각해보면 아찔했다고 개발자들은 말합니다.결국 소재산업을 육성하지 않는다면 한국 전자산업은 겉으로는 화려해보이지만 저부가가치 조립산업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삼성전자의 사업을 소재부문까지 확장하게 만들었다는 겁니다.
 일본에는 이런 소재를 만드는 수많은 회사들이 있답니다.한국은 사실상 초보단계구요.연구기간도 오래걸리고 성과내기도 힘드니까 잘 안하는 거겠지요.
 이런 상상을 해봤습니다.
 2012년 5월 어느날. 일본 도쿄 한 호텔에 일본 전자관련 기업들인들이 한데 모였다.D사 CEO가 일어나 모임의 취지에 대한 설명을 시작한다.
 “수십년전 일본에서 기술을 얻어가 전자사업을 시작한 삼성이 지금은 반도체,LCD,휴대폰,TV 등에서 모두 세계 1위가 됐다.나아가 이제는 전자소재사업까지 하려 한다.LG전자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이런 현실을 그대로 둬야 하는가.일본 전자업계가 합심해 부품,소재,특허 등을 삼성전자 등 한국업체와는 거래하지 말아야 하는것 아닌가”
 물론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비해야 할 이유가 있다며 서두르는 게 낫겠지요.어쩌면 삼성이 느끼는 위기감이 현실인지도 모릅니다. 지금 한국은 국가의 자원을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때 인듯 합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수십조의 돈을 털어넣어 온나라를 공사판으로 만드는 한국을 보며 일본 회사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오늘은 간만에 취재했던 얘기를 한줄 쓰고 갑니다.
 엊그제 삼성생명 회장인 이수빈 회장 모친 상가에 다녀왔습니다.이수빈 회장은 1939년생으로 78년 제일모직 사장이 됐으니 삼성그룹에서 CEO만 30년 넘게 한 전설적인 인물입니다.
 **삼성그룹으로 출입처를 바꾸니 증권을 담당할때보다 가야할 데가 많아졌는데 그중 하나가 상가입니다.**
 어찌됐건 KTX를 타고 상가에 내려갈때는 가서 조문 오는 삼성 계열사 사장들 인터뷰해서 뭔가 기사를 하나 써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경북대 병원에 도착해 헌화를 한 후 자리를 잡고 앉아서 기자들끼리 몇마디 하고 있으니 상주인 이수빈 회장이 자리로 오더군요.이 회장은 “어떤 목적으로 오셨는지는 모르지만 제 상가에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인삿말을 했습니다.
 정곡을 찌른거지요.기자들이 온 것은 조문이 목적이 아니라 기삿거리를 찾아온것을 알지만 그래도 고맙다는 얘기였습니다.온화한 표정에는 진심이 담긴 듯 했습니다.누군가는 그건 진심이라기 보다 내공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마음이 느껴지는 걸 어찌하겠습니까.
 한두시간쯤 흘렀을까.삼성그룹 사장들이 몇명 왔다간 후 기자들이 앉아있는 테이블의 분위기가 한산해지자 이 회장이 다시 테이블을 찾았습니다.그리고는 말했습니다.“제가 그래도 술을 한잔 드리는 게 예의인거 같습니다.술을 많이 할수 없어 다는 못드리고 몇분께만 드리겠습니다”고 말했습니다.현재 삼성에서 최고의 직위를 갖고 있는 사람같지 않은 편안함이 배어있는 말투였습니다.(참고로 이건희 회장 사퇴후 삼성그룹내에서는 회장직함을 가진 사람은 이 회장밖에 없습니다)
 고참 기자 두명과 술한잔씩 주고받은 후 “그래도 이렇게만 드리고 가는게 왠지...”라면서 나머지 10여명의 기자들 전부와 한잔씩 주고받은 후 자리에 동석했던 홍보실 직원들에게도 잔을 권한후 자리를 떴습니다.
 기자들은 그 온화함과 배려에 마음이 좀 푸근해짐을 느꼈던 거 같습니다.
 다음날 아침.다시 10여명의 기자들은 상가로 몰려갔습니다.목적은 전날과 같이 한건이었겠지요.
 좀 앉아있다보니 이학수 고문(사실상 삼성의 최고실세로 불리는 사람이지요)이 내려왔습니다.기자들은 거물의 등장에 긴장하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습니다.이 고문이 자리를 잡고 앉으니 기자들은 그 자리로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눈만 굴리고 있는데 이수빈 회장이 다시 나섰습니다.
 “이 실장(이학수씨가 비서실장을 오래했음) 팬들이 이렇게 많으니 먼저 말씀들 나누시지요”라며 기자들과 이학수 고문의 어색한 조우를 편하게 만들어주고 자리를 비켜줬습니다.기자들에 대한 배려를 또한번 보여준 순간이었습니다.그리고 30분쯤 지났을까.이 회장이 그 테이블로 오더니 “이제 상주하고 얘기할 시간을 좀 주시죠”라고 말했습니다.기자들은 그래도 이학수 고문하고 더 얘기하고 싶었겠지요.하지만 그렇게 우길수 기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조용히 자리를 비켜줬습니다.그만큼 이수빈 회장의 배려를 충분히 느꼈던 것이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상가 취재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눈을 감으니 문득 떠오르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저런 온화한 미소와 품성으로 경쟁이 치열하다던 삼성에서 어떻게 30년간 CEO를 할수 있었을까.이 물음에 누군가는 이렇게 얘기했습니다.“그래서 30년간 CEO를 할수 있었을 겁니다”
 내공의 소산인지,정말 마음이 고운건지 여전히 의문입니다.하지만 느낀대로 생각하는 게 좋을 거 같다는 게 결론이었습니다.
 어찌됐건 이번 상가취재에서는 한건의 기사도 제대로 못썼습니다.하지만 “삼성은 딱딱하다,뭐에 찔려도 피도 안나올 사람들”이라는 이미지가 이수빈 회장때문에 한번에 무너진 상가 취재였습니다.그 무너짐이 기분이 나쁘지 않은.물론 그 이면에는 왜 이런 이미지가 다른 ‘삼성(?)’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것일까 하는 의문도 생겼지만.
 이 얘기를 후배 녀석에게 했더니 “형 삼성 출입하더니 세뇌된 거 아니야”라고 묻더군요.순간 진짜 세뇌되어 가는건가 하는 의문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나는 중심을 잡을 수 있을 거야”라고 답해주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