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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이 총리가 됐다.김대중 정부도,노무현 정부도 아닌 이명박 정부에서 말이다.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우선 이명박과 정운찬 참 안 어울리는 조합이다.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정운찬 총장은 규제완화,감세에 대해 맹렬히 비판해왔다.경제학자로서 ‘감세는 부자들에게만 이로운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해왔다.금융 규제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교육개혁을 통한 분배를 주장했었다.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이전에는 “이명박 전 시장이 후보를 사퇴하면 한나라당 대권후보로 나서 박근혜대표와 경선을 하겠다”고 말할 만큼 개인적으로도 호감이 전혀 없었던 게 분명하다.

그런 사람이 MB 대통령하의 총리가 된 것이다.한때는 개혁적 지식인의 모델과 비슷했던 그런 사람이.

하나하나 생각해보면.

우선 이번 정부에서 한 인사 가운데 정치공학적으로 가장 훌륭한 인사인 것 같다.그동안 후보로 거론됐던 인물의 면면을 보면 감동이 하나도 없지 않은가.심대평,강현욱,김종인(?) 등등등.정운찬 카드 그보다 훨씬 임팩트있는 카드로 보인다.

또 현 정부의 인사들과 비교하면 훨씬 나을 것이다.추정이긴 하지만.

그동안 이 정부의 인사들은 거의 대부분 재산형성 과정의 불투명성이나 탈세,위장전입 문제 등을 달고 다녔다.마치 그 정도는 당연하다는 듯 "예전에는 그런게 관례였다"고 떠들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노블리스 오블리주니 그런말은 듯도보도 못한 것처럼 말이다.하지만 정 총장은 상대적으로 덜 할 것이다.서울대 총장 할라면 나름 몸조심도 했을 것이다.

또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지만 MB가 내걸고 있는 ‘중도노선’에도 나름 어울리는 듯한 인사다.왜냐 이념적 성향으로보면 현 정부의 대부분의 사람보다 왼쪽에 가 있는게 분명하기 때문이다.이를 통해 MB 지지율이 당장 몇 % 올라가는 효과가 있을 것은 분명하다.

또하나 MB는 꽃놀이패를 쥔 것이다.정 총장이 잘 크면 같이 못 살거 같은 박근혜의 대항마로 쓰면 되는 것이다.그러면서 다음 대선을 지난번 대선과 같이 한나라당의 잔치로 몰아갈 경우 최소한 자신이 누군가에게 했던 것처럼 검찰 조사를 받을 가능성은 줄일수 있을테니.


설령 정 총장이 예상대로 잘 못하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포용을 위해,중도노선을 위해 개혁적 진영의 대표적 인사를 총리로 고용했지만 역시 능력이 없더라”라고 떠들어대면 그뿐이다.불리할 게 전혀없다.

그렇다면 왜 그사람을 썼냐는 문제가 대충 풀리는 듯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MB가 자신의 노선을 끊임없이 비판해온 그를 쓸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뭔가하는 것이다.그건 엄청 쉬운 답이다.한마디로 인재풀이 바닥이 났기 때문이다.돌아보면 더 쓸사람이 없으니 이 사람,저 사람 돌려막고 있는 것이다.그것도 능력과 무관하게.무슨 신용불량자 직전에 카드 돌려막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그래서 돌려막기가 한계에 부딪치자 자신의 정체를 부인했던 사람을 쓸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이념적으로는 박세일 교수쯤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대안도 있고 철학도 있고 이념적 성향도 그래도 가깝고.하지만 박 교수는 자기 철학을 관철시키기 위해 한나라당을 훌러덩 집어던지고 떠난 사람이라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운찬 총장은 왜 어울리지 않는 이명박 정부의 총리직을 받아들였을까.잘 모르겠다.

중요한 건 분명히 한 자리하고 싶어했다는 것이다.그래서 대권에도 도전할까 한발 디밀었다가 안될거 같으니까 발을 뺐고 그 이후에도 뭔가 하고 싶어했다는 게 그를 아는 사람들의 얘기다.어찌보면 인간적으로는 당연한 것 같다.서울대 전 총장,한국 최고의 지식인(?) 이라는 간판보다는 공안정부라 불리건,독재정부라 불리건 한 정권의 넘버 투인 총리가 더 땡기는 건 사실일게다.(갑자기 사람은 왜 배우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지만)

이를 발판으로 뭔가 다른 꿈을 꿀 것이다.물론 목표는 대권이겠지.

그리고 그 주변에는 김모 전 부총리 등 정 총장을 뭔가로 만들어보고 싶어하는 파트너들이 있을 게 분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또 자신도 이념적인 측면이 아니라 관계의 측면에서 한나라당에 더 친한 사람이 많다고 말하고 다녔다는 점에서 세력도 만들어볼 만 하다.현 정부의 실정으로 차기 총선에서 당락이 불투명한 수도권 의원들을 끌어안는 포석은 한번 둬볼만해 보인다.

물론 총리직을 잘해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그럼 잘 해낼수 있을까?

첫번째 걸림돌은 철학의 차이다.이번 정부의 정책을 이끌고 정 총장이 비판해마지 않았던 ‘감세,규제완화’의 기수인 강만수 전 경제부총리가 경제특보로 자리를 잡고 있다.강 특보에 대한 MB의 신뢰는 여전히 뜨겁다.이를 뚫고 정 총장이 뭔가를 해낼수 있을까,

또 개혁적 인사(?)에 대한 현 정부 보수진영의 태클을 넘어설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자칫 ‘빨갱이 총리’ 얘기가 나올수도 있지 않을까.또 학자적 양심으로,행정부의 관리자로서 이번 정부가 빈번하게 일삼고 있는 비민주적인 행정,근시안적인 행정,반시장적인 행정을 눈감고 넘어가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양심이 있다면 말이다.

물론 그걸 못 넘어도 갈길이 하나 있다.바로 이회창 모델이다.

정부의 실세들과 대립하면서 국민적 인기를 높이는 모델말이다.스스로를 국민적 스타로 만드는 것.정권의 비민주적인 정책과 부딪치는 민주적 총리의 모습,정 총장의 이기적인 스타일상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긴 하다.과거 정 총장은 스스로 총대메고 정치적 난관을 돌파한 적이 한번도 없어서 이것도 의문이 가지만 말이다.

결론적으로 어찌됐건 MB정부가 단기적으로는‘한 건’ 올린 건 분명해 보인다.사람이 없어 어쩔수 없이 한 선택치고는 말이다.

반면 바보같은 민주당은 허탈해할 게 분명하다.정운찬 넘겨주고 다음 차례는 또 누가 넘어가지 둘러보고 있을지도 모른다.그 와중에 니당,내당 또 나눠보겠다고 하는 용기를 보면 기가 차지만 말이다.

하지만 정 총장이 이회창 모델을 택할 경우 장기적으로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의문이다.

끝내야겠다.

근데 다시 의문이 든다.한국 최고 지식인의 상징이었던 정운찬 총장님은 그동안 무엇을 위해 배우고 연구하고 서울대 총장의 자리에까지 올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