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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패드는 참으로 희한한 제품입니다. 제품이 공개되기 수년 전부터 소문이 무성했다는 것도 희한하고, 막상 제품이 공개되자 온갖 조롱이 쏟아진 것도 희한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게임체인저(game-changer)’란 말이 나오는 것도 희한합니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제품인 것 같습니다.
애플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를 발표하면서 “그레이트(great)” “인크레더블(incredible)” 등 최상급 단어를 끊임없이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아이패드는 아이팟터치를 키운 것, 또는 아이폰을 키우면서 전화 기능을 뺀 것에 불과하다는 조롱을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그레이트”일까요?
이 같은 견해차는 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패드에 실망한 사람들은 아이폰과 같은 ‘혁신적인 디바이스(하드웨어)’를 기대했을 겁니다. 물론 아이폰은 디바이스 그 자체로도 대단합니다. 하지만 애플이 마이크로소프트(MS) 중심의 판세를 뒤집은 건 디바이스 덕이 아니었습니다.
혁신 컨설턴트 라지프 스리니바산의 글(링크)을 소개합니다. 라지프는 애플이 판세를 뒤집은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아이팟이 혁신적인 제품이었나? 아니다. 애플은 아이튠즈를 통해 판세를 뒤집었다. 애플은 써드파티가 만든 음악 영화 등을 유통하는 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윈도를 피해갔다.
애플은 음악 유통의 에코시스템을 바꿈으로써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아이폰도 그렇다. 아이폰이 성공한 것은 터치스크린 때문이 아니라 앱스토어 때문이다. 써드파티 애플리케이션을 사고파는 채널을 개설함으로써 게임 방식을 바꿔버렸다. 전혀 새로운 컨셉도 아니다. 2000년에 팜스토어란 게 있었다.

애플은 여기서 배운 노하우를 미디어 시장에 적용하려고 한다. 책 시장만 해도 연간 240억$이나 된다. 음악시장의 3배 규모다. 이 뿐이 아니다. 신문/잡지도 있다. 신문/잡지는 인터넷에 광고를 잠식당해 고전하고 있다. 신문/잡지가 디지털 콘텐트에 대해 구독료를 받을 수 있게만 해주면 판이 달라진다.
아마존 킨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다. 넷북도 그렇다. 아이패드에 도킹스테이션과 키보드 붙이면 노트북/데스크톱이 된다. 스티브 잡스가 넷북 만들 생각 없다고 했던 말을 기억하는가. 최저가격 499$은 놀라운 수준이다. 두 번째 놀라운 것은 자체개발한 A4 칩이다. PA세미컨덕터를 인수한 이유가 있었다.
아이패드가 인쇄매체를 구하는 백기사가 될까? 애플은 이미 음악산업 통신산업을 뒤엎었다. 이젠 미디어산업 차례다. 넘어야 할 산은 있다. 언론사들은 애플한테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으려 할 것이다. 가격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인터넷에 공짜 콘텐트가 널려 있는데 구독료를 내려고 하겠는가.
한 컨설턴트의 글을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제 생각과 너무 비슷하기에 거의 그대로 옮겼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를 공개한 후 온갖 조롱이 난무했지만 아이패드로 인한 ‘소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책 시장이 대표적입니다. 맥밀란 등 출판사들이 아마존과 대결하고 있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죠.
스티브 잡스가 뉴욕에 가서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간부들을 만났다는 사실도 알려졌습니다. 3, 4월 아이패드 발매 때 두 신문을 탑재하느냐 마느냐는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아이패드가 책/신문/잡지 읽는 방식을 바꿔놓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지 가늠할 중요한 변수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어떻게 될까요? 아직 애플이 한국 신문/잡지사들과 접촉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아이패드 발매 때 한국 신문/잡지를 기본으로 탑재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신문/잡지사들이 아이폰용으로 개발한 앱을 손봐 아이패드용으로 내놓을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도 ‘광고 모델’을 시도하는 신문/잡지가 나오느냐 여부입니다. 광고 모델은 이미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뉴욕타임스가 ‘페이 모델’에 집착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신문/잡지가 연간 1, 2억원이 탐나 아이패드에서도 뉴스를 공짜로 뿌린다면? 신문쟁이로서 많이 두렵습니다. <광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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