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입체) 영화 보셨나요? 저는 딱 한 번 봤는데 큰 감동을 받진 못했어요. 눈 앞에서 사람이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하던데 어쩐지 투박하더군요. 2시간 넘는 상영시간 중 3D로 보는 시간은 10여분에 불과했고… 끝 무렵엔 머리가 조금 아프더라고요. 플라스틱 안경 끼는 것도 불편했고요.
그런데 3D영화라는 게 대단한가 봐요. 영화사에 길이 남을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거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네요. 무성영화가 유성영화로 바뀐 1920년대의 ‘영화 혁명’에 버금가는 큰 변화를 가져온다나 어쩐다나…. 관객에게 현장에 있는 듯한 ‘몰입효과(immersive effect)’를 주게 될 거라는 얘기지요.
10년쯤 전인가… 저는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을 보면서 깜짝 놀랐어요. 공룡 떼가 몰려오는 장면이 어쩌면 그렇게 생생한지…. 그 장면을 3D로 본다고 생각해 보세요. 바로 눈 앞에서 공룡들이 덤벼들면 식은 땀 나겠죠. 웬만한 여자는 옆자리 남자친구 허리 붙잡고 안기지 않을 수 없을 거에요.
3D영화 혁명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하네요. 누가 주도하고 있을까요? 미국이죠. 미국에서는 3D영화를 상영할 수 있도록 영화관을 개조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대요. 미국 3대 영화관 회사는 작년 2월 이 프로젝트를 담당할 DCIP(Digital Cinema Implementation Partners)라는 합작회사를 세웠어요.
합작회사에 참여한 회사는 AMC, 시네마크(Cinemark), 리걸(Regal) 등인데요…이들이 미국과 캐나다에 두고 있는 스크린이 1만4천개나 된다고 하네요. 미국에 있는 스크린은 모두 4만개 정도 된다는데 3D를 상영할 수 있는 스크린은 700개밖에 안된대요. 다른 나라에는 3D 스크린이 매우 드물고요.
DCIP 프로젝트는 3D영화 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것인데요… 3D 영화가 성공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대요. 영화사가 멋진 3D영화를 제작해야 하고, 이 영화를 상영할 스크린이 많아야 하고, 3D영화 제작 및 3D 스크린 확보에 필요한 돈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DCIP의 경우 애초부터 파이낸싱은 JP모건이 맡기로 했대요. JP모건이 돈을 대겠다는 얘기지요. 문제는 영화사인데 20세기 폭스가 지난해 맨먼저 DCIP 지지를 선언했죠. 그런데 혼자 지지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리스크도 크겠죠. 그래서 폭스는 영화사 3개 이상이 지지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대요.
바로 이 조건이 곧 충족될 것 같네요. 월트디즈니랑 파라마운트픽처스가 곧 DCIP와 계약을 맺을 것 같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며칠 전 보도했군요. 이렇게 되면 DCIP를 지지하는 영화사가 3개로 늘어나게 되죠. 영화사들의 지지가 부족해 머뭇거리고 있는 JP모건도 좀더 적극적으로 나설 테고요.
월트디즈니가 DCIP를 지지하기로 한 것은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지난 2월 Hannah Montana & Miley Cyrus라는 3D영화를 상영했는데 6500만 달러 수입을 거뒀답니다. 관람료는 15달러로 일반 영화보다 50% 비쌌대요. 상영관 수만 늘어나면 3D영화로도 돈을 벌 수 있다고 판단했겠죠.
3D영화가 보편화되기까진 시련도 있을 겁니다. 영화를 3D로 제작하려면 2D의 서너 배 돈이 든다고 하네요. 관람료도 훨씬 비싸고요. 지난 15일 미국에서 개봉한 Fly Me to the Moon이라는 영화는 별론가 봐요. 3D로만 제작한 첫 영화라는 영화사적 의미는 있는데 스토리가 단순해서 평이 좋지 않네요.
하지만 대박 한 번 터지면 상황이 달라지겠죠. 너도 나도 3D영화를 만들겠다고 덤빌 테고 돈도 몰릴 겁니다. 이미 조짐이 나타나고 있네요. 폭스는 올해 3D영화 Abata와 Ice Age 3를, 디즈니는 Bolt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하네요. 내년에는 3D영화가 11개나 나온답니다. Toy Story도 3D로 나오고요.
3D 바람은 가정으로도 확산될 겁니다. 일본에서는 올해 초 케이블 방송사가 하루 네 차례 3D 프로그램을 내보내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물론 실험 방송이겠죠. 그리고 삼성 미쓰비시 등은 3D TV를 내놓기 위해 준비하고 있답니다. 3D 영화, 3D 게임, 3D TV… 수년 내에 ‘3D 시대’가 열리지 않을까요? (끝)
(구내식당에서 점심 후딱 먹고 와서 부랴부랴 썼습니다. 잘못된 부분 있으면 바로잡아 주세요. 한국-쿠바 야구도 안보고 썼거든요. 너그롭게 봐주세요.)
아래는 미국에서 8월15일 개봉한 3D영화 ‘Fly Me to the Moon’ 사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