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라고 하면 다들 머리를 절래절래 흔듭니다. 너무 어렵다고. 그거 좀 쉽게 얘기해줄 수 없나? IT 전문가란 사람들은 왜 그렇게 어렵게만 쓰지?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해 광파리가 주제넘게 나섰습니다. 주로 글로벌 IT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모토로라는 베컴처럼 지는가(2): 휴대폰 시장 판세읽기 [휴대폰]

‘모토로라는 베컴처럼 지는가’. 제가 지난 4월 블로그를 개설하고 나서 세 번째로 쓴 글의 제목입니다. 반년 전 일입니다. 엉망으로 나온 모토로라 1분기 실적을 보고 ‘어떤 인간이 베컴을 모델로 쓰자고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쇠락하는 모토로라 이미지를 살려야 하는 모델로는 베컴은 최악이라고 생각한 겁니다.


데이비드 베컴. 우리 나이로 올해 서른네살입니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서 오른쪽 윙(현재 호날두 자리)을 맡고 영국 국가대표로 뛸 때는 대단했죠. 하지만 세월을 어쩌겠습니까. 퍼거슨 감독한테 떠밀려 ‘스타 노인정’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죠. 그곳에서도 밀려나 LA 갤럭시로 간 베컴을 모토로라가 덥석 문 겁니다.


베컴이 나오는 모토로라 광고는 멋있습니다. 베컴의 벗겨진 상반신은 남자인 제가 봐도 부러울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게 휴대폰 판매를 보장해 줄까요? 베컴을 모델로 기용한지 1년이 넘었지만 실적은 계속 나빠졌습니다. 최근 발표한 3분기 실적을 보면 ‘베컴 효과’는 ‘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데이비드 베컴: 모토로라 광고]     [모토로라 로고]


모토로라는 3분기에 휴대폰 2540만대를 팔았습니다. 1년 전 3270만대에 비해 22% 줄었습니다. 휴대폰 부문 매출은 31억달러로 31%나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8억4천만달러에 달했습니다. 1분기에 9.5%였던 점유율은 8.3%로 떨어졌습니다. 결국 소니에릭슨한테 3위마저 내주고 4위로 내려앉았습니다.


급기야 극약처방을 내놓았습니다. 3천명을 추가로 감원하는 등 내년에만 경비를 8억달러나 절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내년 3분기까지 휴대폰 사업부문을 분사하려던 계획도 늦추겠다고 합니다. 실적 발표 보도자료에서는 자금흐름에는 문제가 없고 4분기에는 작으나마 흑자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모토로라가 벼랑 끝으로 몰린 것은 ‘레이저’ 후계자를 내놓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레이저는 면도날(razor) 같이 얇은 슬림폰인데, 2003년 7월 발매돼 3년 동안 5천만대나 팔려나갔습니다. 좀체 깨지기 어려운 대기록입니다. 그런데 후계자라고 내놓은 ‘크레이저’ 등은 한결같이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삼성은 모토로라가 레이저를 내놓자 슬림폰을 먼저 개발했는데 선수를 뺐겼다며 억울해 했습니다. V740 발매 직후엔 '짝퉁'이란 말까지 들었죠. 출처 링크]


레이저 발매 5년이 지난 지금 모토로라와 라이벌 삼성전자의 입장은 정반대로 바뀌었습니다. 레이저 돌풍은 대단했습니다. 삼성을 날려버릴 것 같았습니다. 끝내 삼성 사장이 교체됐죠. 그런데 삼성은 모토로라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고, 이번 3분기에는 시장점유율을 사상최고인 17.1%까지 끌어올렸습니다.


그럼 모토로라는 베컴처럼 질까요? 삼성은 선두 노키아 잡는 일만 남았을까요? 저는 둘 다 “아이돈노”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단말기 분야에서는 “졸면 죽는다”는 말이 철칙입니다. “잘나갈 때 위기가 시작된다”는 말도 틀린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저 같은 구경꾼은 뒷짐지고 그저 지켜볼 따름입니다.       <광파리>


모토로라코리아 측에서 발표한 보도자료 첨부합니다.(오른쪽 맨위)

아래는 베컴이 모델로 나오는 모토로라 동영상 광고입니다.

 

모토로라, 데이비드 베컴, 삼성전자, 슬림폰, 레이저, V740, 노키아, 휴대폰
posted at 2008/11/01 13:30:00 트랙백(0) | 댓글(14) |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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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ang | 2008/11/01 20:38 | DEL | REPLY

미국 모토롤라 본사에서는 예전에 핸드폰 부서를 없앴습니다. 그나마 조금씩 디자인을 바꿔서 내놓고는 있습니다만.. 간단히 말해서 모토롤라 핸드폰 자체가 없다고 해도 별 다를것이 없을겁니다.
광파리 | 2008/11/01 21:19 | DEL

아 그런가요. 조금 다른 얘깁니다만 지난 8월 퀄컴에서 온 휴대폰부문 최고책임자...이름이 Sanjay Jha이죠? 이 양반 말씀하시는 걸 보니 모토로라... 앞으로도 한참동안 방향 잡느라 고생할 것 같더군요. 지나치게 creativity에 집중한 나머지 대중적인 제품을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도 하고...하이엔드 스마트폰에 주력하겠다는 말도 하고... 애플처럼 하이엔드로 가자니 전 세계 경제가 너무 죽었고, 로엔드에 주력하자니 쟁쟁한 선수들이 너무 많고... 노키아에 이어 삼성도 하이/로 병행전략으로 성공한 것 같고...진퇴양난일 겁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와타나베 | 2008/11/01 22:55 | DEL | REPLY

모토로라는 반도체 사업부도 프리스케일이란 회사로 독립시켜버렸음. 한 7년쯤 전에.핸드폰 사업도 접는다는데.. 그럼 뭐 먹고 살지 모토는..
웹초보 | 2008/11/01 23:15 | DEL | REPLY

안드로이드에 올인한다고 하니 진짜 이거까지 망하면 답이 없을듯.. ;;
광파리 | 2008/11/02 00:37 | DEL

그러게 말입니다. 안드로이드폰도 빨리 나오면 모르겠는데 내년 말께 나온다니...
축구팬 | 2008/11/02 10:44 | DEL | REPLY

글 내용하고 큰 상관은 없지만
베컴이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한 것은 기량 저하가 아닌 축구 외적인 측면 때문이었다는 것이 축구계의 정설입니다.
또한 레알 마드리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역사가 깊고 전통이 있는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세계 최고 축구 명문 클럽입니다.
LA갤럭시에 입단한 것과 연결지어 베컴의 퇴보를
레알 마드리드에서부터 말을 짜맞추신 것 같은데
적어도 레알 마드리드에 있을 당시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있었던 것만큼의 상품가치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 베컴입니다.
어떤 이유에서 그리 쓰셨는지 몰라도 '스타 노인정'이라는 표현도 부적절한듯 하고요.
다른 빅클럽들과 비교했을 때 베컴이 이적했을 당시나 지금이나 레알 마드리드의 평균 연령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사소한 이야기지만 이 부분 글을 약간만 수정하면 더 좋을 것 같네요.
광파리 | 2008/11/02 11:45 | DEL

축구 좋아하시는 분이군요. 저 역시 축구라면 잠 안자고 보는 광팬입니다. 반갑습니다. 레알 마드리드가 배컴 영입해서 재미 못본 건 다 아실 테고...배컴을 영입하고도 첫해에 4위로 밀려 UEFA컵 출전 자격조차 못땄죠. 2007년에 우승하긴 했지만 그때는 베컴이 레이예스한테 밀릴 때였고요. 결국 LA 갤럭시로 갔죠. 그런데 이제는 LA갤럭시에서도 찬밥이 돼 몇일 전 AC밀란으로 임대가 결정됐습니다. 물론 레알이든 AC밀란이든 세계적인 명문구단이죠. 하지만 배컴은 예전의 배컴이 아닌 건 분명합니다. 라이언 긱스가 교체 멤버로 나서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렇다고 배컴이나 긱스가 훌륭한 선수가 아니라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거는 다른 얘기입니다.
광파리 | 2008/11/02 11:46 | DEL

아...'스타 노인정'이란 표현은 레알 팬들한테 얻어터질 표현이네요. 좋은 지적입니다. 하지만 호나우두 배컴 지단 등 세계적인 스타들을 모아놓고도 바르셀로나한테 밀리는 걸 볼 때면 '스타 노인정'이란 말이 과장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퍼거슨 감독의 경우 스타플레이어를 팔 때는 절정기를 넘어선 뒤보다는 절정기에 도달하기 직전을 택했다고 봅니다. 레알로 갈 때 배컴도 퇴물이어서 밀어낸 것은 아니라는데 동감입니다. 반 니스텔루이 내보낼 때도 그랬습니다. 맨유 팬들은 왜 밀어내냐...네델란드 출신이라고 차별하냐...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잘한 결정인 것 같습니다. 님의 지적도 대부분 일리가 있고 저도 상당부분 동감입니다.
광파리 | 2008/11/02 11:46 | DEL

아모레(태평양)의 경우 주력제품 모델로는 절정기에 있는 스타보다는 뜰 가능성이 큰 예비스타를 많이 썼습니다. 이나영이 대표적입니다. '산소 같은 여자' 이영애도 마몽드 모델로 나서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대장금 뜨고 나서 기용한 게 아닙니다. 모토로라처럼 뇌쇄해진 기업 이미지를 바꾸려면 배컴과 같이 절정기를 지난 스타보다는 참신한 예비스타를 내세우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소인장주니 | 2008/11/03 01:36 | DEL | REPLY

안녕하세요 즐거운 글 잘 읽고 축구 약간의 의견을 보탰으면합니다. 레알을 스타노인정이라고 하면 이단 에씨밀란이 열받습니다. 진정한 스타노인정은 에씨밀란과 유벤투스입니다. ^^ 베컴 이적때부터 레알은 중원에 최고의 스타를 보유한 지구방위대였죠. 지단부터시작해서 하지만 그많은 스타플래이어로 실패하고 맙니다. 그런데 노인정이라서 실패한 것 아닙니다. 당시 감독의 역량이 높지 못해서 그런거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축구는 감독의 경기로 보고있습니다. 전장에서 지휘는 장군이 하듯이 축구에서는 감독의 절대적인 카리스마가 필요한데 당시 감독은 지단을 위시한 여러스타플래이어들 툭구계에서는 노장들을 휘어잡지 못한것이 가장 큰 요인이였습니다.
소인장주니 | 2008/11/03 01:40 | DEL | REPLY

조금 더 이야기하면 개인적으로 레알같은 팀은 좋아하지않습니다. 저는 비아레알이나 피오렌티나 나폴리 같이 벨런스를 중시하는 팀을 좋아합니다. 모토에서 베컴을 모델로 쓴 저의는 알수 없지만 제가 사장이라면 그런기획안을 제출한 사람을 잘라버렸을 겁니다. 주인장님의 모델에 대한 생각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제가 그냥 소비자 입장으로 봐도 베컴은 아니거든요. 차라리 유럽에 어필하려면 지금 영국에서 뜨고있는 지오반니 산토스같은 예비스타가 좋을것 같습니다. 언제나 좋은 글감사합니다^^
광파리 | 2008/11/03 05:01 | DEL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섭렵하신 걸 보니 내공이 대단하십니다. 님의 의견에 동감입니다. 한 가지 추가하자면 모토로라 입장에서는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예비스타를 내세우기엔 사정이 너무 다급했을 겁니다. 그렇더라도 절정기를 넘어선 스타보다는 절정기를 앞두고 있는 스타를 썼어야 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EsBee | 2008/11/03 13:22 | DEL | REPLY

뭐..CF 모델로 사용한 스타 하나에 책임을 묻긴 힘들것 같지만 (삼성전자는 팬 여러분 께는 죄송하지만 요즘은 연기는 안 하고 CF에만 나오는 전지현을 모델로 써도 잘만 팔리니까요) 방향을 못 잡고 있다는 데는 동감입니다.
광파리 | 2008/11/03 13:31 | DEL

무엇보다 제품 자체가 좋아야겠죠. 스타 마케팅에도 한계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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