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라고 하면 다들 머리를 절래절래 흔듭니다. 너무 어렵다고. 그거 좀 쉽게 얘기해줄 수 없나? IT 전문가란 사람들은 왜 그렇게 어렵게만 쓰지?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해 광파리가 주제넘게 나섰습니다. 주로 글로벌 IT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18% 감원의 비극: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대수술 [컴퓨터/컴퓨팅]

여러분, ‘18% 감원’이 얼마나 무서운지 아십니까? 6명당 1명꼴로 목을 자른다는 얘긴데, 감원이 시작되면 회사는 그야말로 초상집이 됩니다. 10년 전 외환위기 때 많이들 경험했지 않습니까. 18%면 거의 모든 부서에서 한 명쯤은 잘라야 합니다. 웃음이 나올 리가 없죠. 엘리베이터에서 선후배나 동료를 만나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말을 건네기도 힘듭니다.


그런데 ‘유닉스’와 ‘자바’로 널리 알려진 미국 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어제(14일) 18%를 감원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썬은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계속 홍역을 치렀습니다. 그런데 체력이 회복되기도 전에 대수술을 해야 할 만큼 심각한가 봅니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보도자료를 읽어봤습니다. 회사 측은 애써 태연한 척 합니다. 제목부터 그렇습니다. 경영환경이 변함에 따라 사업을 재조정하고 신성장동력인 오픈소스 플랫폼 부문을 강화한다...이겁니다. 수술 안하면 죽게 생겼으니 불가피하게 18% 자르겠다는 말은 없습니다.


본문 세 번째 단락에 가서야 구체적인 내용이 나옵니다. 이사회가 연간 7억~8억 달러를 절감하는 구조조정안을 오늘 승인했다, 이렇게 하려면 앞으로 12개월 안에 5천~6천명을 줄여야 한다, 전체 직원(3만3천명)의 15~18%에 해당한다, 2009 회계연도 3분기부터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이런 내용입니다.


뒤에는 조직개편 얘기가 이어집니다. 소프트웨어 부문을 3개 그룹으로 재편하겠다는 겁니다. △자바 프로그램 언어 및 오픈소스 데이터베이스 담당 △서버용 운영시스템(OS) 솔라리스 담당 △클라우드 컴퓨팅용 프로그램 개발 담당 등입니다. 소프트웨어 최고책임자인 리치 그린 부사장은 사임했습니다.


한 마디로 ‘각서 받고 메스 드는 대수술’입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진 후 미국 IT기업이 발표한 구조조정 계획으로는 가장 강도가 센 것 같습니다. 보도자료에는 대수술을 하겠다는 얘기를 담담하게 써놨습니다. 그동안 너무 오래 시달렸던 탓일까요? 아니면 임직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서?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홈페이지 첫 화면]


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인터넷 확산의 일등공신입니다. 1990년대 후반 닷컴 붐 때는 무서울 게 없었습니다. 최근 구글 주가가 3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고 요란한데, 썬의 주가도 한때 250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지금은 4달러 남짓으로 14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금요일에 조금 오른 게 4.12달러입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요? 무엇보다 닷컴 붕괴 충격이 컸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시달리고 있으니…. 최근 3년 동안 잘라낸 인원도 7천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수습이 끝나는가 싶었는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덮친 거죠. 금융기업들이 위기에 빠지면서 3분기 서버 매출이 27%나 줄었습니다.


썬의 공동창업자이자 전임 최고경영자(CEO)인 스콧 맥닐리는 마이크로소프트나 인텔을 우습게 봤다고 합니다. 운영시스템이나 서버 칩 기술에서 앞선다고 자신했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썬의 서버 시장 점유율(IDC 자료)은 11.2%로 선두 IBM(33.2%)은 물론 HP나 델에도 뒤집니다.


증권가에서는 썬 매각설이 나돌고 있습니다. 후지쯔 HP IBM 델 등의 이름도 들립니다. 대수술이 시작됐으니 이젠 지켜봐야겠죠.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실적이 눈에 띄게 호전되면 달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번 대수술마저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광파리>

 

썬마이크로시스템즈, 감원, 분사, 유닉스, 자바, 서버, 스콧 맥닐리, 마이크로소프트
posted at 2008/11/15 09:52:00 트랙백(2) | 댓글(3) |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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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해고 쓰나미, 총격 사망사건까지 발생 (VoIP on WEB2.0) | 2008/11/16 01:27

전 세계적인 금융 위기 속에 실리콘밸리에도 해고 쓰나미가 덮치고 있다. 회사가 어려워서 직원을 해고하는 경우도 있고, 회사는 어렵지 않지만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대규모 해고를 단행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최근 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전 직원의 18%에 이르는 6,000명을 해고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고 이에 앞서 세계 최대 PC제조업체인 HP도 앞으로 3년간 전체 직원의 7%에 이르는 2만4600명을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실리콘밸
유겸애비의 느낌 (behumble's me2DAY) | 2008/11/19 07:34

SUN은 정말 심각한듯 보인다. 18%감원에 Rich Green, Hans Muller도 떠나고 그 밖의 유명인들은 이미 떠났고
박지훈.임프 | 2008/11/15 11:59 | DEL | REPLY

썬의 보도자료를 봤는데.. 분사를 한다는 게 맞습니까. 회사를 분할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기존의 소프트웨어 부서들을 3개 조직으로 개편한다는 얘기인 거 같은데요. 상식적으로도, 만약 실제로 분사를 하는 거라면 감원보다는 분사 건이 훨씬 중요한 내용이고 주가에 긍정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보도자료 뒷부분에 언급하기보다는 전면적으로 내세울 거 같은데, 그렇지 않은 걸로 봐서는 분사가 아니라 단순 조직 개편 얘기인 거 같습니다만.
광파리 | 2008/11/15 13:43 | DEL

아, 그렇군요. 보도자료에는 조직정비(organizational alignment)라고 되어 있습니다. 2개의 새로운 비즈니스 그룹을 신설하고 기존 시스템 비즈니스에서 한 그룹을 만든다는 겁니다. 여기서 <비즈니스 그룹>은 우리로 치면 사업부에 가깝습니다. AP를 보니까 the company splits its software division into three new business groups라고 되어 있네요.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조직을 재편하는 정도로는 구조조정 효과가 작을 거라고 생각해 오바했습니다. 손봐 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도이모이 | 2008/12/11 17:30 | DEL | REPLY

BSD 유닉스와 자바를 만든 썬이 저 모양이 되다니. 참~~~~
예전에 잘 나갈때는 정말 MS를 우숩게 보았는데요.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요즘은 자바의 리더쉽도 IBM과 BEA등에 빼았기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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