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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VE JOBS JUST DIED.’
라이브 블로깅(인터넷 생중계) 도중에 갑자기 이런 문구가 떴습니다. 오늘 새벽 얘기입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맥월드 2009' 기조연설을 필 쉴러 애플 선임부사장이 하고 있었고, 온라인 미디어 맥루머스가 인터넷으로 생중계 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스티브 잡스가 방금 사망했다'는 글이 뜬 겁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데 기자(블로거)는 태연하게 중계를 계속하더군요. 스티브가 죽었다면 연설을 중단하든지 블로깅 주제를 바꿔야 할 텐데....
곧이어 ‘스티브는 죽지 않았다’는 글이 뜨더군요. 그래서...기자가 잘못 입력했나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3분 후 다시 ‘스티브는 진짜 죽었다’는 글이 떴습니다. 이런... 혼선이 있었나? 그럼 진짜로 죽었나 보다. 이렇게 생각하는데...‘나랑 섹스하자’, ‘이건 편집해야 합니다’ 이런 문구가 잇따라 뜨더군요.
세상에~. 라이브 블로깅에 라이브 해킹! 이거였습니다. 맥루머스가 라이브 블로깅을 하는데 해커가 침입해 엉뚱한 문구를 날렸던 겁니다. 기자는 순간적으로 당황해 스티브 잡스는 죽지 않았다는 해명 문구를 올리고...또 이상한 문구가 뜨자 ‘이건 편집해야 합니다’라고 쓰고...해커에 맞서려 했던 것이죠.
몇 분 후 맥루머 사이트는 다운됐습니다. 저는 해킹 과정을 캡처했습니다.

해커가 블로깅에 끼어들기 시작한 시각은 연설이 시작된지 24분 후였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사망했다는 글을 보고 저는 라이브 블로깅 따라잡기를 그만두고 사망을 알리는 글을 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SEX ME’란 문장이 뜨더군요. 이건 해킹이다. 아니나 다를까 기자는 저항하고 해커는 가지고 놀더군요.

해킹이 시작된지 3분 후 기자가 '스티브는 죽지 않았다'는 해명 문장을 올리자 해커가 기자를 가지고 놉니다. 9시29분에 'SEX ME'란 글을 띄웁니다.

'SEX ME' 이후에 이상한 인터넷 주소가 두 번 뜹니다. 그러자 랜디(아래 댓글 참고)란 이름이 나오고 편집해야 한다는 말이 이어집니다. 맨위에 있는 스폰서 광고 자리에 있는 4CHAN이라고 씌여 있는데 이게 해커 집단 이름인가 봅니다.

해커의 장난은 계속됩니다. 니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은 죽었다, 스티브는 게이다...마침내 기자가 해킹을 깨닫습니다. 9시32분. 해킹이 시작된지 8분 후입니다. 스폰서 광고 자리에 '나는 리눅스를 좋아한다'는 문구도 삽입했군요.

해커는 영국 어느 사이트에 가면 아이팟이 공짜라며 장난질을 계속합니다. 그러다가 정체를 드러냅니다. 우리는 해커다. 아마 혼자가 아닌 모양입니다.

해커가 알 수 없는 문자를 무더기로 날립니다. 다운시키려나 봅니다. 크림파이와 키위를 좋아한다는 문장도 올립니다. 곧이어 피자 좋아한다는 글도 나옵니다.
해커의 장난질이 끝났습니다. 맬루머스 사이트가 다운됐습니다. 현지시간으로 9시38분쯤이니까 연설 시작한지 38분 후, 해킹 시작한지 14분쯤 후입니다.
여기까지가 맥루머스의 라이브 블로깅이 해킹 당하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맥루머스만 당한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기즈모도 라이브 블로깅도 봤는데 잠깐이지만 이상한 문구가 섞였습니다. 해커 침입 흔적이 있습니다. 이겁니다.

문장에 갑자기 '10년 연속 섹스를 했다(have sex for 10 continuous years)'란 문구가 섞였습니다. '섹스했다는 걸 나는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I will never admit having intercourse with)'는 문구도 있습니다. 기자(블로거)가 이걸 입력했을 리 없습니다. 기즈모도는 꽤 유명한 사이트인데 당한 것 같습니다.
라이브 블로깅은 대단합니다. 그런데 라이브 해킹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생방송 도중에 누군가 스튜디오에 뛰어들어 앵커 마이크를 빼앗고 “니들은 뭐냐”고 외치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미국에서는 라이브 블로깅이 활성화됐는데 보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망신당하겠네요. <광파리>
(추가1) 맥루머스가 해킹 당한 사실을 시인했습니다. 아래는 ‘맥월드 2009’ 기조연설을 생중계한 온라인 매체 리스트 중 윗부분인데, 괄호 안을 보니 맥루머스 서버를 해킹한 해커 집단은 4CHAN-kid라고 씌어 있네요. 맥루머스는 이날 자사 사이트에 해킹 사고에 대한 사과문을 실었습니다.

(추가2) 안철수연구소 측에 물어봤습니다. 국내에서 비슷한 사례가 있느냐고. 예상대로 이런 해킹 사례가 없었다고 합니다. 라이브 블로깅이 아직 보편화되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기술적으로 어려운 해킹이 아니라서 라이브 블로깅이 보편화되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추가3) 누군가 전체화면을 원샷으로 캡처를 해서 플리커에 올려놨네요. 해킹이 끝날 무렵에 캡처한 것이라서 라이브 블로깅 도중에 올렸던 사진이 대부분 날라가고 없습니다. 첨부사진은 맨 위 오른쪽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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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게이츠 블루스크린 그때하고 엇 비슷한듯 ㅋㅋ
대단한 해커, 간큰 해커 군요.
그래도 라이브 블로깅이 살아있는 그곳 환경이 부럽습니다. ㅠㅜ
그런데, 캡쳐할 생각까지는 못했네요..^^
전 그냥 말없이 기즈모도랑 엔가젯 라이브 페이지로 가버렸는데..
이렇게 매 순간을 캡쳐하신 센스가 멋지십니다..^^
우리의 생활이 갈수록 웹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는데 어디든 뚥고 들어가는 해커의 존재는 위협 그 자체이군요.
2009년에도 좋은 글 부탁드리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정말 이런 건 생각도 못 했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