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라고 하면 다들 머리를 절래절래 흔듭니다. 너무 어렵다고. 그거 좀 쉽게 얘기해줄 수 없나? IT 전문가란 사람들은 왜 그렇게 어렵게만 쓰지?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해 광파리가 주제넘게 나섰습니다. 주로 글로벌 IT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한국의 혁신 경쟁력은 세계 5위…미국 일본에 앞섰다? [IT일반]

점심 때 기업인 두 분과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어렵다 어렵다 하면서도 다들 잘 버티고 있다”, “외환위기 때 내성을 길러 맷집이 세진 것 같다”, “맨날 싸우면서도 발전하는 걸 보면 대한민국 참 대단하다”… 이런 얘기였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10년 전에 비해 확실히 ‘내공’이 강해졌습니다.


조금 전에 재미있는 보고서를 봤습니다. 혁신 위주로 각국의 경쟁력을 비교했더니 한국이 5위로 미국 일본보다 높다는 보고서입니다. 제목은 '대서양 시대(The Atlantic Century)'. 미국 IT&혁신재단(ITIF)이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자료에서는 한국이 13위였죠. 미국은 1위, 일본은 9위로 우리보다 앞섰습니다.


에엥? 그럼 두 보고서 중 하나는 엉터리겠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ITIF 보고서가 엉터리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우리가 강해졌다고 해도 미국 일본보다 강하겠습니까? 그런데 그게 아닌가 봅니다. WEF는 오피니언 조사를 토대로 경쟁력을 비교한 반면 ITIF는 각종 지표를 분석해 비교했다고 합니다.


ITIF는 비교 잣대로 16가지를 사용했습니다. 인적자원, 혁신 능력, 기업가정신, IT 인프라, 경제 정책, 경제 성과 등을 다각도로 분석했고, 경제 규모와 인구를 감안했답니다. 비교 대상은 36개 국가, 4개 지역입니다. 미국 유럽과 주요 개발도상국이 두루 포함됐기 때문에 세계 순위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보고서를 보면 혁신 경쟁력은 싱가포르가 73.4점으로 1위이고, 한국은 64.2점으로 5위입니다. 한국보다 높은 나라는 싱가포르 스웨덴 룩셈부르그 덴마크 뿐입니다. 미국은 한국에 이어 6위, 일본은 9위, 중국은 33위입니다. 얼마나 믿어야 할지 모르겠고 시차가 있긴 하지만 희망을 갖게 하는 자료인 것 같습니다.


보고서에는 한국이 싱가포르와 마찬가지로 기술 혁신과 국제경쟁력 강화를 주요 국책과제로 추진했다고 씌여 있습니다. 또 기업에 우호적인 세제와 산업기술원을 비롯한 기관을 활용해 기술 주도 성장을 실현했다고 썼습니다. 특히 신생기업 비중, 기업 연구개발(R&D) 투자 등에서 점수가 높습니다.


16개 부문별 한국 순위입니다.

대부분 2005년이나 2006년 자료를 토대로 비교했습니다. 


고학력자 비중 4위                      과학기술 연구원 비중   7위

기업 연구개발(R&D) 투자 3위      정부 연구개발(R&D) 투자 5위

과학기술 논문 성과 15위             벤처캐피탈 3위

신생기업 비중 1위                      전자정부 3위

브로드밴드 통신 3위                   기업의 IT 투자 4위

효율적 법인세율 10위                 비즈니스 규제 완화 10위

무역균형 9위                             외국인 직접투자 17위

노동연령 GDP 15위                    생산성 16위


이 보고서를 발표한 ITIF는 미국의 비영리 정책 씽크탱크라고 합니다. 유럽연합(EU) 산하 유럽미국경제위원회(EABC)와 공동으로 연구/분석해 보고서를 냈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경쟁력 수준을 ‘혁신’이라는 잣대로 측정한 다음 경쟁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자료입니다.


보고서는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려면 미국과 유럽이 경제개발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정부 주도의 경제정책을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혁신 기업에 혜택을 줘라, 기술자 이민을 받아들여라, 디지털 경제를 육성하라, 혁신 주도 기관을 키워라, 혁신 유도 정책을 펴라. 보고서 권고사항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확실히 세계 경제 조류가 바뀌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웬만하면 시장에 맡기고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노골적으로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나서다 보면 보호주의 색채가 강해지겠죠. 감사합니다. <광파리>

 

경쟁력, 혁신, ITIF, WEF, 세계경제포럼, EABC, 미국, 유럽, 경제개발정책
posted at 2009/02/25 22:29:00 트랙백(0) | 댓글(9) |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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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 2009/02/26 09:40 | DEL | REPLY

대부분 2005년 자료라는 점이 씁쓸하네요... 쩝. 지난해 10월 WEF 자료에서 오피니언 리더들의 의견은 2008년 당시 국가들에 대한 의견이었겠죠?
광파리 | 2009/02/26 09:53 | DEL

지나가다님 오랫만입니다. 글로벌 조사라는 게 대부분 시차가 크지요. 일부 국가에서 조사가 늦기 때문에... 그리고 IFIF와 WEF의 조사 방식이 다른데... 장단점이 있다고 봅니다. WEF 자료도 1년 이상의 시차는 있었을 겁니다.
범려 | 2009/02/26 10:13 | DEL | REPLY

기분 좋은 보고서임에는 틀림없네요^^
근데 궁금한게 기업 R&D 투자가 비율이려나요? 비용은 아닐거 같아서요~
지표가 비율인지 비용인지가 궁금하네요

혹시 아신다면^^

잘 보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광파리 | 2009/02/26 10:17 | DEL

2006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의 R&D 투자 비중입니다. 감사합니다.
나그네 | 2009/02/26 13:18 | DEL | REPLY

연구개발투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등으로 구체적 항목이 적시되어서 이런말 하긴 좀 그렇습니다만...

예전에 전경련에서 한국 대졸초임 임금이 일본에 비해 높다는 식으로 발표했더군요...

그 자료를 조용히 읽다보니 일본의 직장인이 받는 복지혜택이나 근무시간등을 감안한 제대로된 보고서가 아니더라구요...

매일 야근이니 뭐니 주말에도 숙제(?)까지 내주는 한국 대기업하고 대부분 칼퇴근하는 일본기업풍토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실질임금만 비교랍시고 해놓은 꼴이 보니 울화통이 치밀더군요...

아무리 경영자들이 만든 자료라지만 그 얍삽함에 참 분노가 치밀더군요.(언론은 이걸 전혀 비판없이 그대로 받아서 보도하고...ㅡ.ㅡ;)

저는 가끔 이런 생각이 듭니다...

만약 성과가 있었다면...

정부나 경영자들이 잘해서 우리기업의 경쟁력이 높은게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들의 희생정신과 노력의 댓가가 아닐까 싶습니다.(과거의 개발독재시절도 그랬지만 지금도 마찬가지)

아닌말로 법인세만 놓고 봐도 우리나라 기업들은 미국,일본등 외국기업에 비해 엄청난 혜택을 받고 있는거나 다름없는데 이게 무슨 공정한 게임이 될까요??

거기다 인건비와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직장에 대한 충성도까지 포함한다면...

사실상 게임이 안되는 대결이죠... 이정도 밀어줘도 못하면 그게 바보라고 생각이 들더군요.
ff | 2009/02/26 15:13 | DEL | REPLY

한국경제는 그냥 대기업 전경련단체 흥보지나 다름없다
광파리 | 2009/02/26 16:15 | DEL

필자인 광파리입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경제가 매우 좋지 않습니다. 사업을 하는 친구들도 어렵다고 하소연을 많이 합니다. 이런 와중에... 그래도 10년 전과는 다르다. 우리에겐 저력이 있다. 희망을 갖고 버텨보자...보고서를 읽고 이런 생각이 들어서 정리를 했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은 여러 대기업 중소기업이 주주인 것은 사실이지만 전경련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리고...ITIF의 경쟁력 조사는 노무현 대통령 때인 2005년, 2006년 자료를 토대로 비교한 것입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6502 | 2009/03/01 07:08 | DEL

블로그 주인님께는 미안하지만 실제 논조등을 볼 때 ff님의 지적도 일리가 있어보입니다. 제가 한경의 지배구조는 잘 모르지만 실리는 기사들의 방향을 볼 때는 분명 대기업, 경영자, 한나라당에 치우친 방향성을 띄고있죠. 한경의 기사를 읽어보면 알 수 있는 명백한 사실입니다. 물론 광파리님이 속하신듯한 IT쪽 뉴스는 그렇지 않을지 모르나, 조직에 속해있어도 자기자신이 속한 조직이 외부에서 어떻게 보이는지는 아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떤면으로든 세계 5위라니 기분은 좋군요. 비록 자료가 질(quality)보다는 숫자로 측정이 되는 양(quantity)을 기준으로 작성된 듯해서 좀 신뢰가 안 가긴 하지만... (한국 대학과 미국 대학이 같은 수준의 졸업생을 내놓 수가 있을지?)
광파리 | 2009/03/05 14:29 | DEL | REPLY

6502님 댓글을 보고 많이 망설였습니다. 답변을 드려야 하는데...얘길 꺼내면 너무 길어질 것 같고...그렇다고 뭉갤 수도 없고... 솔직하게 한 마디만 드리겠습니다. 한국경제 기자들도 6502님이 지적하신 문제를 잘 알고 있습니다. 기자들은 끊임없이 대들곤 합니다. "이게 뭐냐 XX, 좀더 공정하게 만들자." 한국경제에는 대학생 때 운동했던 기자들이 유난히 많습니다. 다른 신문사에서 안받아줘서 왔는지 모릅니다. 기자들이 제일 분통 터뜨릴 때는 "전경련 홍보지"라는 말을 들을 때입니다. 신문 이 따위로 만드니 그런 말 듣는 거 아냐. 이렇게 자책하기도 하죠. 그러면서도 억울해 합니다. 전경련과는 무관한 데도 부풀려서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한국경제 기자들도 고민 많이 한다는 걸 이해해 주시고 한국경제 사랑해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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