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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그만 일어나세요, 할머니께서 기다리고 계세요.”
광순이가 할아버지 팔을 잡고 일으켜 세운다.
광순이는 할아버지 곁에서 24시간 시중을 드는 로봇인간이다. 생김새는 영락없는 10대 말괄량이 여자아이다. 할아버지 기분에 맞춰 음악을 틀어주기도 하고 목이 마를 땐 시키지 않아도 물을 가져다 준다.
“아이고, 오늘은 왜 이렇게 찌뿌둥하냐? 나 어디 안 좋냐?”
“예. 혈압은 거의 정상인데 체온이 조금 올랐어요. 오늘은 학교 앞까지 다녀오시는 걸로 산책을 끝내야겠어요. 찾아오시는 분도 많을 테니까요.”
“맞다, 오늘이 토요일이지. 누가 올 것 같냐?”
“아드님 따님 손자 손녀 다 오실 거예요.”
“아 그래. 한 바퀴 돌고 오자.”
요양원에서 노년을 보내는 광파리의 40년 후 모습입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상상해 봤어요. 내가 늙어 요양원에서 누워 있을 때 과연 누가 시중을 들까? 어느 누구도 힘든 일은 기피할 테고 늙은 마누라가 챙겨주지도 않을 텐데…. 며칠 전 인텔 개발자 포럼에서 나온 로봇 이야기가 생각나더군요.
지난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4일간 인텔 개발자 포럼(Intel Developer Forum: IDF)이 열렸는데요, 마지막 날인 21일 인텔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저스틴 래트너가 재미있는 전망을 내놨어요. 40년 이내에 기계가 인간에 버금가는 추론(reasoning) 능력을 갖게 된다는 얘기예요.
래트너는 기조연설을 통해 현실세계를 인지하는 컴퓨터의 능력이 향상돼 인간과 기계 간의 격차가 빠르게 좁혀질 것이라고 예상했어요. 그는 “산업이 40년 전에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했다”면서 “추론 능력에서 기계가 인간을 추월할 수도 있다”고 말했어요. 그것도 “멀지 않은 미래”에.
저는 전문가가 아니어서 래트너의 말이 맞는지 틀린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40년 전을 생각해 보면 허튼 말은 아닌 것 같아요. 40년 전 저는 등잔에 석유를 붓다가 쏟아 누나한테 야단 맞곤 했죠. 시골에 살아서 그렇지만 집에는 라디오도 없고 시계도 없었어요. 인터넷이요? 말도 안되는 얘기였겠죠.
래트너는 인텔 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두 가지 로봇 기술을 시연했대요. 하나는 만져보지 않고도 사물을 ‘느끼는(feel)’ 물고기의 지각능력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이게 뭔지…. 다른 하나는 말을 알아듣고 지시도 하는 로봇 기술인데 지저분한 것을 보면 “이것 좀 치우세요”라고 말을 한대요.
영화 ‘터미네이터’를 보면서 ‘설마 로봇이 사람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 봐요. 노후에 시중 들어줄 로봇이 나온다면 좋은 일이죠. 인텔은 모든 로봇인간에 ‘Intel Inside’라고 써붙이고 싶은가 본데, 요양원에서 시중 드는 광순이 팔뚝에도 ‘Intel Inside’가 붙게 될까요? (끝)

[인텔 개발자 포럼 행사장에는 인간형 로봇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인텔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저스틴 래트너. 이번 포럼에서 40년 이내에 로봇이 인간에 버금가는 추론 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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