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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평소 제 자신에 대해 대단한 놈이라거나 잘난 놈이라고 생각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잘난 점보다는 부족한 점이 훨씬 많다는 걸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못난 놈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어버이날인 어제 깜짝 놀랐습니다. 저한테 제가 몰랐던 장점이 무궁무진하다는 걸 처음 알았기 때문입니다.
어제 밤 자정이 다 된 시각에 TV를 보고 있는데 중3 딸애가 학원 갔다가 오더군요. 숨을 헐떡이며 “다녀왔습니다” 하더니 가방에서 뭔가를 꺼네서 줍디다. 어버이날 선물이라면서. “돈이야?”라고 물었더니 “에이~ 아빠는” 하더군요. 엄마 아빠 장점을 50가지씩 적은 편지였습니다.
아빠의 장점 첫번째. ‘우리 아빠는 술 담배를 절대로 안하신다’. 아니, 이것도 장점인가? 그냥 웃음이 나옵니다. 그러고 보니 장점이라면 장점일 수 있겠더군요. 담배를 안 피는 건 맞지만 술을 안하는 건 아닌데 딸애 눈엔 안하는 걸로 보였나 봅니다. 하기야 애들 앞에서 술주정을 한 기억은 없습니다.

["아빠 힘내세요" 동요를 활용한 비씨카드 광고. 잊혀지지 않는 명광고입니다.]
아빠의 장점 중엔 이런 것도 있습니다. 우리 아빠는 운전을 쿨하게 하신다; 박지성 선수를 좋아하신다; 나랑 오빠를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해 주신다; 내가 아프면 걱정해 주신다; 지치거나 힘드실 때도 웃으신다; 우신 적이 없다; 주말에 나를 학원까지 태워다 주신다; 내가 아는 남자 중에서 가장 좋다.
운전을 어떻게 해야 쿨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가끔 딸애를 학원에 데려다주는데 차 안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합니다. 한 번은 “엄마보다 아빠가 운전 더 잘하는 것 같지 않냐?”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글쎄?” 그러더군요. 집사람은 평소 제 운전 솜씨를 못믿겠다며 운전대를 넘겨주지 않습니다.
박지성을 좋아하는 것도 장점이랍니다. 결혼 후 남편이 새벽 3시반에 일어나 TV를 켜면 싫을 텐데…. 자식자랑 하는 것도 장점이라… 팔불출 아빠를 좋게 봐주니 고마울 따름이죠. 딸애가 적은 50가지 중 맘에 쏙 드는 게 하나 있습니다. 내가 아는 남자 중에서 가장 좋다. 물론 남자친구 생기면 바뀌겠죠.
딸애는 50가지를 채우느라 진땀깨나 흘렸던 것 같습니다. ‘박지성 선수를 좋아하신다’까지 써야 했으니 오죽했겠습니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기 위해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장점도 아닌 것까지 장점으로 봐 주니 고맙기도 했고요. 아무튼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광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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