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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와 외규장각 도서 사는 이야기


<프랑스 현대미술관이 최근 도난당한 작품. 맨오른쪽이 피카소의 비둘기와 완두콩=AFP연합>


 


프랑스 파리의 현대미술관이 최근 피카소 작품 등 5점을 도난당했다고 하네요. 도난당한 작품은 피카소의 ‘비둘기와 완두콩’, 앙리 마티스의 ‘목가’, 조르주 브라크의 ‘에스타크의 올리브 나무’, 모딜리아니의 ‘부채를 든 여인’, 페르낭 레제의 ‘샹들리에가 있는 정물화’ 등입니다. 이들 그림의 가치는 5억 유로(한화 약 738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들 작품의 도난 소식을 접하는 순간 거의 동시에 우리나라가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에 약탈당한 외규장각 (外奎章閣) 도서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요?



186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군은 강화도의 외규장각에 불을 지르고 이곳에 보관돼 있던 귀중도서 등 문화재를 약탈해 갔습니다. 프랑스군의 방화로 귀중한 도서 4700여 권과 왕실 귀중품이 순식간에 잿더미로 사라졌죠. 프랑스는 그중 조선왕실 기록문화의 백미라 일컬어지는 조선 왕조의 의궤(儀軌) 296책을 파리국립도서관에 버젓이 소장하고 있습니다. 1993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방한 때 가지고 온 한 책의 의궤 (휘경원원소도감의궤)만이 현재 우리나라 국립중앙도서관에 보관돼 있고, 296책의 의궤는 아직까지 파리 국립도서관에 보관돼 있습니다.


 



 



<프랑스가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


 



그동안 우리 정부를 비롯한 민간단체들은 이들 도서의 반환을 끊임없이 요구했지만 프랑스 측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프랑스 정부와 법원은 분명히 ‘약탈’임을 인정했지만 여전히 소유권은 프랑스에 있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제국주의시대 수많은 외국 문화재를 약탈해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로선 외규장각 도서를 반환토록 판결할 경우 예상되는 ‘봇물소송’을 염려해 이처럼 앞뒤가 맞지 않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셈입니다.



 <미테랑과 김영삼 대통령이 외규장각 도서 반환 원칙에 합의했지만....>


 



이에 따라 1993년 미테랑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이 반환 원칙에 합의했지만 지난 17년 간 해결되지 못한 채 양국 간 최대 외교 현안으로 남아 있습니다. 다행히 최근 외규장각 도서 반환 문제가 일부 진전되는 듯 합니다. 지난 3월 방한한 자크 랑 프랑스 하원의원이 ‘좋은 결과’를 예상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긴 합니다.



우리 정부도 ‘영구임대’를 통한 사실상 반환 방식을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정했음을 밝히는 외교 문서를 프랑스 측에 전달했습니다. 현재 양국 간 협상이 진행 중이며 오는 8월께 협상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프랑스가 약탈해간 우리의 문화재를 과연 되돌려줄 지 여전히 많은 국민들은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게 사실입니다. 이 같은 국민적 정서를 반영한 듯 시민단체들은 ‘영구임대’라는 말은 당치도 않으며 반드시 완전하게 되돌려 받는 게 우리의 당연한 권리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문화연대 황평우 문화유산위원장 등은 주한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 외규장각 도서 완전 반환을 위한 1인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들은 “외규장각 도서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굴욕적인 임대가 아닌 완전한 반환을 촉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문화연대 관계자들이 외규장각 도서반환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약 150년 전 군사력을 동원해 강화도 외규장각 도서를 강탈해갔던 프랑스가 자국의 문화재 도난 사건을 국제경찰인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의뢰했다는 소식에 참 묘한 기분이 드네요. 프랑스 경찰은 도난당한 그림이 국외로 반출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인터폴에 공조 수사를 요청해놓은 상태입니다.



남의 나라의 귀중한 문화재를 강탈해갔던 ‘문화강(탈)국’ 프랑스가 자국의 문화재를 도둑맞았다고 인터폴에 하소연하는 것을 보고 “인과응보일거야”라는 다소 생뚱맞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거 참 고소하네’라는 게 솔직한 속마음이긴 합니다만.



물론 프랑스 미술품을 훔쳐간 도둑질은 반드시 엄벌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도난당한 작품들은 반드시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프랑스에 약탈당한 외규장각 도서가 제 자리로 돌아와야 하는 것 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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